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리 Dec 24. 2020

졸업

졸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

2019. 12. 18.


졸업이라는 말은 항상 졸업식을 왁자지껄하게 지내고 집으로 돌아와 푹신한 침대에 누우면 피부로 다가온다.



고등학교 졸업도 그랬고 군대의 졸업, 전역도 그랬다. 무리 속에서 떨어져 혼자가 되었을 때 졸업이란 것이 순전히 다가왔다. 매일매일을 같이 보내던 친구들과의 만남이 의무가 아니게 되었을 때 그 자리가 비었다는 허무감이 피부로 맞닿기 시작했다. 한 단계 성장해 간다는 의미로서의 졸업. 그 기간을 견뎌낸다는 의미로서의 졸업. 이외에도 졸업에는 이별이라는 것이 같이 포함이 되어있었나 보다.


졸업은 항상 겨울의 끝자락에 존재해 있어, 앙상한 나뭇가지와 닮아있다. 파릇한 나뭇잎이 가득했던 봄의 나뭇가지들은 더욱 풍성한 이파리들로 여름을 보낸다. 봄의 따스한 바람이 점점 습하고 열기가 가득한 여름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그 열기에 지쳐 있을 때 즈음, 가을의 찬 공기가 오는 듯하더니 금방 겨울이다. 겨울의 추위를 조금 견디다 보면 졸업이 다가온다. 우리는 추운 겨울 견뎌야 하듯이 졸업이 주는 상실감, 허무감을 견뎌야 한다. 졸업은 본래 그동안의 수고로움에 대한 보상의 의미겠지만, 지금의 나에게 취준생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한, 그런 보상 따위의 것으로 다가오지 않음이 조금 씁쓸하다. 곧 졸업이 다가온다. 약 7년이라는 기간 동안 재학, 휴학, 복학을 거치며 지내온 대학생활의 졸업이 다가온다. 참으로 길었던 학생생활이다. 대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캠퍼스가 주는 포근함 속에서 많은 것을 해왔다. 그래도 학생이지 라는 마음의 보험을 가지고서 실바람에 몸을 싣는 민들레 꽃씨처럼 상대적으로 쉬운 결정들을 해왔다. 아마 이건 축복이었지 않나 싶다. 오로지 나에 대해서였던, 무겁지는 않았던 책임만을 가지고 내 주관에 따라 정해졌던 선택들. 그 선택들을 생각해보면 당시에는 힘들고 슬펐겠지만 모든 일들이 웃음으로 남아 있다. 그간의 일들을 회상해보았다. 그동안에 많이 바뀌었다. 비단 학교생활만이 아니었다. 학생이라는 직업으로 말미암은 휴학 생활, 대외활동, 그리고 그것들의 시작이었던 군생활. 나는 꽤나 많이 바뀌었고, 이제는 학생이라는 외투를 벗어볼까 싶다. 아직은 외투가 필요한 겨울이지만 조금 이르게, 온전히 겨울을 느껴볼까 싶다. (이 때는 코로나라는게 무엇인지 몰랐지, 그저 맥주였을 때였는데..)

매거진의 이전글 기후 변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