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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리 May 02. 2020

제주 #4

기내에서의 사색 그리고 취업 준비

04월20일 0826



나는 기내 승무원을 꿈꾼다. 결심하고 준비를 한 지 2년이 넘어간다. 취업 준비 치고는 긴 시간이지만 대학 3학년 때부터 준비했다는 것에 안심을 한다. 항공사에 지원해 면접을 보고 우리 항공사와 함께 하자는 말 대신, 온갖 좋은 말로 내 미래에 대한 무궁한 안녕을 비는 편지만 수없이 받았다. 하지막 아직까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한항공에 지원할 기회가 없었음에 나의 길은 대한항공이라는 다짐을 하며 안심을 한다. 자기 합리화가 조금 익숙한 편이다.

승무원. 승무원은 신데렐라를 빼다 닮았다. 스스로를 하찮고 초라하다 여기는 취준생의 자리에서 면접에서 합격을 하고 나면 유니폼을 입고 당당하게 걷는 기내 승무원으로 홀짝 뛰어오른다. 그렇지만 기내에서의 모습은 마냥 신데렐라는 아니다. 매일매일 똑같은 상황, 똑같은 말을 하면서 손님을 맞는다. 항상 목적지가 다르고 비행시간이 다르겠지만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직업이다. 하지만 승무원은 그런 티를 내서는 안된다. 기내의 안전 요원인 동시에 사람을 상대하는 서비스인이기 때문에 손님에게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어야 한다. 이것이 일상이 되면 점점 감정이 메말라가지 않을까 싶다. 슬플 때에도 웃고, 그저 그럴 때에도 웃고, 기쁠 때에도 웃고. 웃음, 미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가지게 될 듯하다. 아마 보통의 승무원들이 사람이 좋아 승무원이 되었을 거다. 비행이, 그리고 여행이 좋아 승무원이 되었을 거다. 실상은 조금 다른 듯하다.

그래서 나는 이들을 존경한다. 그들이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치렀던 수많은 면접들. 아마 한 번에 합격한 사람도 있겠지만, 면접에서 떨어졌을 때의 그 좌절감. 허무함. 그리고 합격하고서도 엄격한 안전교육, 서비스 교육을 버텨야 했을 거다. 이 모든 걸 버티고 버텨서 결국 유니폼을 입고 손님을 맞는다.  이 순간, 시선을 잠시 나에게로 돌려 본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여러 번의 면접을 거치며 후회도 했고 좌절도 했다. 잘 본 것 같았던 면접도 내 마음과 같지 않았다. 꿈에 다다르기엔 육지에서 하늘에 뜬 비행기를 바라보듯이 멀게만 느껴지는 여정이다. 하지만 아직 포기는 이르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를  핑계로 대며 잘 버티고 있다. 누구나 납득할만한 이유니깐. 지금 이 순간에도 이전의 실패를 과정으로 삼으며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아직 시간은 많으니 조급해하지 않고 나만의 방법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 2021년 상반기의 내가 여유를 가지고 면접을 보고 있으면 좋겠다. 그러면 언젠가 나도 기내에서 손님을 대하고 있겠지. 조금은 복잡한 마음이 글에도 드러나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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