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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리 May 08. 2020

제주 #6

친구 그리고 엄마

04월20일 1023



칙칙한 하늘색의 엔젤렌터카를 빌리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김밥집. ‘참맛나김밥’

이미 제주에 놀러 와 있는 친구 B가 추천해준 김밥집이다. 요즘 핫한 김밥집이란다. 앞에 도착해 간단히 주차를 하고 김밥을 산다. 눈에 띈 치즈김밥을 먼저 말하고 김치김밥 그리고 가장 기본 메뉴인 햄김밥을 각각 한 줄씩, 세 줄을 포장한다. 친구 B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지인의 지프 차량에서 차박을 했던 B는 잠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빨간 지프 차의 뒷문을 열고 자리를 만들어 본다. B의 스승님이 다가오고 인사를 나눈다. 초면에 그리고 아침부터 얼굴을 맞대고 우리가 사 온 김밥을 같이 나눈다.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며 김밥을 해치운다.

A와 B는 구면이긴 하다. 부산에서 딱 한 번 보고 이번이 두 번째 만남이다. 두 번째 만남이 제주라니! 이 얼마나 즐거운가. 역마살이 낀 사람들의 만남은 너무나 재밌다. 저번은 부산, 이번은 제주, 그다음은 어딜까? 운이 좋게도 나에겐 이런 친구들이 여럿 있다. 덕분에 항상 새롭다. 시드니, 프라하, 부산. 여러 곳에서 만난 친구들을 또 다른 곳에서 마주한다. 그때마다 우린 같으면서도 다르다. 프라하, 서울, 부산, 제주에서 본 친구 C가 떠오른다. 지금은 잠시 접어두도록 한다.




친구 A와 함께 했던 우포늪 사진을 패브릭으로 뽑았다.





사실, 나는 아침을 먹고 왔다. 엄마가 차려주는 아침이라 거절하기 쉽지 않았다. 언제나 그렇듯 엄마가 차려준 아침은 맛있다. 든든하다. 아빠가 사 온 소고기와 콩나물, 무를 넣고 끓인 쇠고기 국을 먹었다. (쇠고기 국엔 다른 것도 많이 들어간다. 예를 들면 간 마늘이라던지 갖가지 양념들. 하지만 콩나물, 무, 쇠고기가 쇠고깃국의 핵심이다.) 그리고 냉장고를 채우고 있는 자잘한 반찬들과 함께.


항상 그렇다. 엄마가 차려준 밥과 국은 내가 필요한 것 이상의 양이다. 아, 엄마의 요리가 맛이 없는 건 아니다. 항상 먹을 때마다 맛있다는 말을 연발하기 일쑤다. 타지 생활을 할 때면 엄마의 밥상이 생각나곤 한다. 어쩌면 엄마의 사랑이 그리운 걸지도 모르겠다. 엄마가 그립다는 말을, 사랑한다는 말을 엄마의 밥상이 생각난다는 말로 대신하고 있을 수도. 무튼, 밥을 먹을 때마다 매번 적게 달라고 말하지만 엄마의 사랑은 항상 넘친다. 아들을 향한 마음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입으로 채워 넣는다면 더 먹을 수도 있었지만 결국 쇠고깃국을 남기고 만다. 남기고 온 쇠고깃국에 지금에서야 미안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어쨌든, 오늘의 본격적인 제주가 시작된다. 우린 일단 동쪽으로 향한다. 세화 해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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