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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리 Aug 03. 2020

제주 #8

날씨 그리고 내려놓기

04월20일 1214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예전부터 커피가 맛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보고 싶던 곳. 커피템플. 카페를 들어서면 격자가 그려진 커다란 유리창으로 감귤 나무들이 보인다. 창문에 그려진 격자가 초점이 잡히는 순간순간을 방해한다. 아마 커피에 집중하라는 뜻인가 보다. 뭐 그래도 풍경이 이쁘다. 제주스럽다. 감귤 농장 한가운데에 위치한 오두막집 같은 공간.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이다. 햇살이 든다. 해가 뜨려나 보다. 다행히 구름이 조금 걷히고 해가 뜨기 시작한다.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은 날씨와 함께 움직이기 마련이다.

텐저린 카푸치노를 주문한다. 친구B는 이곳의 사장님이 대회에서 수상했다는 수퍼 클린 에스프레소를 주문한다. (에스프레소가 뭔지 알 텐데..) 주문을 하고 기다려 본다. B는 외출을 준비하러 화장실로 갔다. 술을 먹고 난 다음날 숙취가 있듯이, 캠핑하고 난 다음날의 후유증도 있다.  A도 화장실에 잠시 들른다. 혼자 앉아 감귤농장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해본다.


사실 이번 여행은 정말 휴양, 편안하게 아무 생각하지 않고 이곳, 제주를 느끼러 왔다. 그런데 인간의 욕심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사진을 안 찍으려고 카메라를 가져오지 않았는데 또 글로 이곳을 남기고 있다. 글이라는 표현 수단에 속박되어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드는 생각은 어쩔 수 없으며 이 생각을 어떻게든, 사진이든 말이든, 글이든 표현하려 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 보다. 항상 그렇게 생각해왔듯이, 바쁘게 산다는 건 건설적인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있는 그대로를 정제하지 않고 바라봐야 한다 아니 바라보아도 된다. 여기서 뭔가를 얻으려 하지 않아도 된다.


제주를 제주라는 특별함으로 또다시 생각하고 있다.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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