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공통주제 <봄>ㅣVincent
글을 쓴다. 하나의 글귀는 주제가 되어 설명과 예시를 부른다. 예시는 인물과 배경을 등장시켜 사연을 만들고 사연은 플롯의 옷을 입어 이야기가 된다.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을 부르고 재미와 감동으로 현혹한다. 거짓말에 진실을 담아, 진실을 그럴듯한 거짓말로 위장시켜 현실의 감옥에 갇힌 이들을 상상 속의 우주로 탈출시킨다.
작가 프로필 ㅣ Vincent
아이들은 황홀한 피리 소리만 따라갈 뿐 남자의 정체 따윈 관심 없었다.내가 누구인지는 글이 결정할 것이다. 안타깝고 슬픈 로맨스든, 우주의 장대한 모험담이든, 인생에 대한 미천한 깨달음이든 인정욕구에 중독된 자아를 외면하고 순정의 진실만 담아 당신에게 글을 쓴다.
내 이름은 Vincent.
한 줄을 써도 부끄럽지 않은 글로
당신과 마주할 수 있기를...
건강하세요? 저는 잘 있습니다.
다른 글을 쓰고 싶었으나 이 글을 쓰지 못하면 다른 글도 못쓸 것 같아서 씁니다.
봄이 왔네요.
오늘 따뜻한 봄햇살을 맞으며 홍대 거리를 다녀왔습니다.
인터넷 글쓰기 모임이 있어서요. 놀라셨겠죠? 저도 신기했습니다. 이런 모임에 참석한 지가 정말 얼마만인지 기억도 안납니다.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사람을 위해 신은 우리에게 글을 선물했지요.
평범하고 착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무슨 깊은 사연이 있는지 백지위에 열심히 글을 적더군요. 다들 사랑 많이 받고 행복할 것 같았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가봅니다.
주제가 봄날이었습니다.
당신은 제 인생에 봄날이었지요.
평생 빙하기일 줄 알았던 제 인생이 당신을 만나 생기를 얻었습니다. 극적이고 화려한 날들속에서 우리는 더 뜨겁고 열정적인 여름을 향해 땀을 흘리고 달렸습니다.
제가 어리석었어요. 그게 봄인지, 여름인지도 몰랐습니다. 가을이 오고 겨울을 준비해야 할 때에도 저는 타오르기만 했었지요. 어리석은 저의 열기가 주변 사람들을 말려버리고 우리의 들판과 끝내 우리 자신까지 태우고 말았네요. 덕택에 당신이 마음고생 몸고생 많이 했던 것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모든 문제의 시작은 바로 나, 자신이었습니다.
압니다. 저는 사람을 이용해야 하는 도구로밖에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아마 어렸을 때부터 외롭거나 가난하거나 어머니께 독하게 혼나거나 몸이 약하거나 뭐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쳐 그렇게 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더 근본적으로 제 천성 자체가 악해서 그랬을 수도 있지요. 어찌 되었건 제가 그런 존재였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으며 제 책임이라는 것도 받아들입니다.
참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이용당하고 버림당했습니다. 저는 끊임없이 제 욕심을 채워줄 새로운 사람을 찾았었지요. 잘난 몇가지 재주로 사람을 현혹하고 홀리게 하며 그들에게 제가 원하는 것을 받아냈었습니다. 돈, 사랑, 인심, 시간, 젊음, 열정...
결국 모든 거품이 꺼지던 그날 사람들이 배신의 이름으로-어쩌면 배신이 아니라 생계를 위한 마지막 몸부림일수도 있는-제게 등을 돌릴 때 저는 그들의 뒷모습에서 저에게 버림당하고 상처받았던 수많은 이들이 저를 향해 웃는 것을 봤습니다.
그렇죠.
그들에 대한 저의 죄가가 남아있는 한 ‘태양은 가득히’의 리플리처럼 제게 닥쳐올 파멸은 이미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제 곁에 있던 당신이 떠나는 순간, 사람을 소유물로, 도구로 여겼던 저의 생명은 거기서 끝났습니다.
사람은 소유하는 게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었어요.
만나는 자체만으로 설레고 즐겁고 그 사람이 시시때때 보여주는 낮선 풍경, 그 자체로 매료되는...
사람이 여행이지요. 쓸데없이 사람을 의심하고 가치를 따졌던 저는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다행히 봄이 왔네요.
저의 반성이 충분하다고 하나님이 여기신 건지 아니면 절기가 다해서 봄이 온건지 아둔한 저는 모르겠지만 저의 내면과 환경 이곳저곳에서 희망과 생기가 감돌기 시작하는 것을 느낍니다. 겨울이 지나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 돌아오는 봄은 이제 경건하게 맞으려고 합니다.
다가오는 사람들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대하고 맺어지는 인연들 함부로 하지 않고요. 봄에 새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처럼 활기와 겸손의 묘한 균형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다행히 온기를 불어주는 좋은 곳을 찾았습니다. 어쩌면 그곳이 먼저 다가왔겠지요. 이 모임은 별거 아닌 글로도 칭찬도 해주고 조언도 해줍니다. 칭찬 한마디 더 듣고 싶어서 좀 더 열심히 쓰다보니 모임에 정도 가고 기대도 생깁니다.
인터넷 모임 같은 것에 정 운운하는 게 우스울 지도 모르지만 사람모임이 다 똑같은 거지요. 결국 제가 어떤 마음을 가지는가에 달린 것임을 깨닫습니다. 무엇보다 이 모임을 통해서 동굴안에 갇혀 있던 제가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는 소중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영감을 얻었습니다.
물론 사람들이 어울려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들도 있을 수 있겠지요. 그래도 좀 더 넉넉한 마음으로 기대를 가져보렵니다.
행복하길 바랍니다.
당신이 그에게 가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아이의 목소리 항상 들을 수 있도록 해주어서 고맙습니다. 맑고 천진한 그 애의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당신 품에서 행복하게 자라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놓입니다. 사랑한다고 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밤이 깊었습니다.
이 글이 떠돌다가 우연히 당신의 눈에 띈다면 그동안 고마웠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다시 행복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어느 정도 잘 되가고 있다는 안부도 함께 전합니다.
건강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