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주제 <편지쓰기> ㅣ 한수영
나를 지탱해줄 힘은 오로지 글쓰기가 될 거란 생각이 강하게 밀려왔는데...급 슬퍼지는 건 왜일까요?
작가 프로필 ㅣ 한수영
키워드: 아빠,할아버지,꽁냥꽁냥(남친),책,글쓰기,여행
참 오랜만에 너한테 편지를 쓴다.
아마 스위스에서 보낸 엽서가 너한테 보낸 마지막 자필 편지였어…그렇지?
모르겠네…
네가 군대에 있는 동안, 누구도 알아볼 수 없는 악필로 꾸역꾸역 쓴 러브레터를 아직 간직하고 있는지…
난 다 버렸어…
그래도 네가 나한테 프로포즈하며 준
장문의 진상 편지는 아직 가지고 있긴 하지…
그 마저도 세월이 흐르면 태우게 될까?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헤어지기 훨씬 전부터 우린 이별을 한 거 같아.
사랑이 끝난 게 아니라…
연인으로서의 설렘과 복잡 미묘한 감정들이
무뎌진 거 같아…
그거 알아?
연애초반에 우리 그렇게 말다툼 했어도
헤어지고 집에 들어가면 전화 붙잡고 살아서
태훈이가 너 들으라고 고만 하고 자자 하며
내 방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친 거…
그래서 네가 방문 좀 닫고 살라고 했었는데…
다 지난 추억이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널 떠올리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너한테 편지를 쓸 수 있다니…
새삼 참 놀라워…
섭섭하니?
하지만, 어떻게 널
내 삶에서 톡하고 떼어낼 수 있겠니…
12년 전,
더블더블에서 널 첨 봤던 그 순간을
뇌가 아닌 아직 살아 뛰고 있는 내 심장이
기억하는데 말이야.
흔한 말이지만,
정말 유군 너 때문에 너 덕에 내 20대가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어…
그 시절, 항상 너보다 날 먼저 아껴주고 사랑해주고
모든 걸 나한테 맞춰주고 희생해줘서…
차마 그땐 너무나 당연해서 하지 못 한 그 말…
진심으로 고맙다.
내가 너한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너는 절대 읽을 수 없겠지만…
내 마음 이렇게 라도 전하고 싶었어.
헤어지던 날,
내 손 잡으면서 너한테 한 약속
안 지킬 거냐고 물었지?
그때나 지금이나… 네 손 놓지 않게다고 한
신의 끝까지 지키지 못 해서 미안해…
그리고 그걸 알았어~
사랑해서 헤어지는 연인은 없다는 거…
너가 메일로 그랬지…
그 이별이 이토록 오래 널 못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난 다시는 네 얼굴 못 보게 될 줄 알고
그 날 그렇게 펑펑 울었어…
왜냐면 내 심장이 나한테 알려줬거든…
우리는 끝났다고…
정말 그럴 일은 없겠지만,
네가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한다면,
그 결혼식에 가장 많은 축복을 안고 가서
환하게 웃으며 축하해주고 싶다.
유군, 20대 청춘을 나한테 아깝지 않게 내주어서
나 많이 행복했었다.
사랑한다.
잘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