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통주제 <편지쓰기> ㅣ 이승철
독립출판도 3권 출판 했고, 지인들과 그림 전시회도 했습니다. 요즘엔 꾸준히 1주일에 한장씩 드로잉을 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는 아니고 그냥 모두 취미로...
작가 프로필 ㅣ 이승철
넓고 얕은, 호기심 많은 유부남
모토는 "일단하자!"
너에게는 처음으로 편지를 쓰는 것 같아.
그러고 보니 항상 나의 옆에 있어줬는데 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던 것 같네.
이렇게 편지를 쓰는 것은 우리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야.
우리의 관계는 늘 일방통행이었던 것 같아. 항상 요구하는 쪽은 나였고 너는 늘 그 요구를 받기만 했지. 하지만 우리의 관계가 일반통행이 된 것은 나만의 잘못은 아니야. 너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너는 나에게 요구한 적이 없어. 아 물론 얼굴에 붉은색 홍조를 띄며 원초적인 욕구를 해결해 달라고 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원초적인 욕구 이외에 다른 것을 요구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 처음에는 그런 네가 편하고 든든했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너에 대한 나의 관심이 무심으로 바뀌기 시작했어.
사랑이란 게 시간이 흐르면 변한다지만 우리는 사랑이 식은 게 아니라 사랑이 무심으로 바뀐 것이라고 생각해. 마치 오래 산 부부처럼 당연히 옆에 있어야 하는 것처럼. 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너는 너를 표현하지 않았어. 옷이랑 액세서리도 내가 원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만 착용을 했지. 가끔씩 너와 닮은 다른 아이를 만나도 너는 뭐라고 하지 않았지. 결국은 다시 너에게 돌아갈 거라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이.
우리의 관계에는 흔히들 말하는 텐션이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 처음에는 행여나 아플까, 다칠까봐 조심스레 대했는데 지금은 그러한 조심조차 남아 있지 않고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서로의 관계에 대해 성숙해져야 하는데 우리는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 같아. 이제는 너를 봐도 신나거나 흥분하지 않는 내가 다른 아이를 볼 때 설레는 것을 스스로 느끼면서 죄책감과 원망이 함께 드는 것 같아.
우리가 만난 지 이제 겨우 일 년이 지났는데 앞으로 일 년을 어떻게 더 버텨야 할지 사실 걱정이 돼. 사실 너를 배신할까봐 두렵기도 하고, 앞으로 일 년을 굳이 함께 지내야 해야 하는지 뻔뻔스러운 의문이 들기도 해. 그래도 하나 희망이 있다면 아직 우리 사이에는 신의라는 게 남아는 있다는 것이야. 나는 너를 믿고 있어. 내가 요구하는 것들 대부분 제대로 해주기 때문이지. 네가 나를 믿고 있는지는 나는 사실 100%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나를 배신한 적이 없기 때문에 나를 아직까지는 믿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물론 시간이 더 지나 우리 사이에 신뢰라는 것이 남아 있지 않다면 누가 먼저들 곁에 서 떠나겠지만 그때까지만이라도 서로에게 의지를 했으면 좋겠어.
편지로 이야기 하니 새로운 것 같아. 사실 메신저나 문자는 너무 짧게 각자의 생각을 주고받으니 서로에 대한 배려나 생각하는 것이 너무 빨리 지나가지만 편지는 차분하게 생각을 하게 해주는 것 같아. 앞으로 우리 관계에 대해서도 가끔씩은 편지로 정리를 해보는 것도 앞으로 우리가 함께 지내기에 좋은 방편인 것 같아.
그럼 이만 줄일게 잘 지내시게.
.
.
.
.
.
.
.
.
.
To. 나의 아이폰에게...
승철님의 다른 글이 읽고싶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