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ONE PAGE ㅣ 김연정
즐거운 감정은 빨래가 마르듯 금방 날아가 버리고, 우울한 감성, 생각들은 언제나 침전하여 남아있음을 느낍니다. 우울함, 불안함, 슬픔, 좌절감에 예민하고 행복에 예민하지 못한 제 자신이 조금 부정적인 사람이라고 느껴지지만, 아직까지는 수면 위 햇살보다는 우울한 바다 쪽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어두운 것들이 가라앉아 있는 심해心海 속을 당분간 탐구하면서 글을 써 볼 예정입니다. 언젠가는, 나를 힘없게 만드는 것들에 대한 예민함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에게로 자리를 옮겨가길 기대합니다.
11월 끝자락
채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걸음 소리는 어제보다 더 바삭거린다.
출근 버스를 타기 위해 걸음을 빨리하면서도 길가에 주울만한 단풍잎이 없는지 재빨리 살펴본다. 나뭇잎을 주워서 책 사이에 껴 놓는 일은 초등학생 때 이후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올해에는 다시 그리 해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영 마음을 끄는 잎사귀가 눈에 띄질 않는다. 아쉬운 대로 시야에 걸리는, 개중에 제일 괜찮아 보이는 것을 주워볼까 싶어 하나를 주워들었다가 몇 걸음도 채 못 가서 그냥 날려 보냈다.
차라리 내 책은 쓸쓸한 채로 남아있는 편이 낫겠다.
잠깐 동안 책 사이로 단풍잎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상상해봤다.
그리고 그와 비슷한 몇 개의 상상을.
길바닥에 널리고 널린 나뭇잎 중 내 잎사귀를 찾는 것조차 내 맘대로 할 수 없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단풍잎에 쓰이던 마음은 버스정거장에 와서는 증발해 버렸다.
이곳은 가을 내내 짓이겨진 은행 똥으로 뒤덮인 채 방치되어 있다.
나는 그 똥 무덤에서 출근 버스를 탄다.
그리고 도착해서 내리면, 그곳은 쌈 채소 같은 낙엽들이 방치된 전단지처럼 나뒹굴고 있다.
삭막하다.
낙엽 따위. 장소만 바뀌면 황폐하기 그지없는 것들.
그리고 그보다 더 끔찍한 변덕스러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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