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 STYLE ㅣ 이건우
작가프로필 ㅣ 이건우
저는 영화연출을 전공했고, 영화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영화 매니아는 아닙니다.
오히려 스토리 매니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미지나 캐릭터, 혹은 물음표가 있는 설정 등에서 하나의 아이디어가 착상되면, 마치 꽃에 물을 주며 어떤 나무로 성장할 지 궁금해하는 것 같이 아이디어를 스토리로 키워나가는 것만큼 즐거운 일을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습니다.
블라블라...중얼중얼....거리다보면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들...생각들이 투두둑 나오지 않을까?
가본 적도 없는 남미의 한 광산 옆 시냇물 안에 들어가
땡볕아래에 허리를 굽힌채 채를 들고 무수히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있는 나를 상상해본다.
혹시라도 채에 걸러진 사금같은 것이라도 발견되지 않을까?
그런 기대감은 여전히 버리기가 힘들다...
파운틴에는 작년 말에 가입해놓고 제대로 글 하나 적어보지 않았다.
마음이 바쁘다.
그런데 바쁜만큼 실속도 없었다.
결과주의, 성과주의 사회에서 40년을 살다보니 하루아침에 체질을 고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말이다...
2017년을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내 마음은 여전히 변화의 기로에 섰던,
그리고 나름의 결심을 하고 행동에 옮겼던 작년에 머물러있다.
참 재미있다.
2016년의 365일이 다음해인 2017년이 된다고 해서 다시 1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2016년의 365일이 지나면 40으로 레벨업하고 다시 1로 시작해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억지로 올해의 시작을 미루고만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우리집에 '목적이 이끄는 삶' 이라는 책이 서재에 꽃혀있다.
몇년전에 누군가에게 추천받아 샀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말인즉슨...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것이지...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블라블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지 모르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촛점은 내가 왜 그책을 샀을까? 에 대한 것이기에,
논점에서는 벗어나지 않으리라.
그러니깐,
나는 강한 목적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더 자신을 채찍질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강한 목적, 강한 동기부여가 필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공격대상이 되는 것은
언제나 나약한 나 자신, 게으른 나 자신이 된다.
그런데 말이다.
정말 그들은 나약하고 게을렀던 것일까?
나는 그들에게 자신의 입장을 소명할 기회를 준 적이 있는가??
......나는 내 안의 독재자였다. 아직, '이다' 일지도 모르겠다.
공기님이 늘 이야기하는 수평적 관계.
2016년의 수요미학회, 그리고 2015년의 문학다방 봄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생각해본다.
늘 업계사람들만 만나던 좁은 인간관계에서 그 범주가 넓어지면서 나 자신도 확장되는 느낌을
분명히 느꼈고, 그 좋았던 경험들 때문에 미학회에도 꾸준히 참여했고, 올해는 파운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금은 성장한 것 같다. 일단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지만 늘 밖으로 밖으로 였지...내면안에서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걸 이제서야 깨닫다니...
'내면에 귀기울이는 삶' 이란 책이 있다면,
어떤 구절로 그 첫페이지를 장식하게 될까?
제1장 -아무것도 하지 않기-
지금까지 군림하던 독재자를 단두대로 보내버리면,
그동안 숨어있던, 목소리를 높이지 못하던 나 자신들이 우르르 광장으로 몰려 나온다.
나는 단두대에 목을 길게 내뺀채 깜짝 놀란다.
아니...저들이 저렇게 많았단 말인가?!
그동안 대체 어디 숨어있었단 말인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목소리들 때문에 집행자는 내 목을 벨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덕분에 몇시간이고...밤을 세어가며 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내 귀에 박힌다.
아무 의미없고 아주 사소하고 티끌만큼 하찮은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니...
세상이 대체 어떻게 되어가려고 하는 걸지,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이 되질 않는다.
이 멍청한 것들! 미련곸탱이들!
소리지르고 싶다.
하지만 내 입에서 나온 마지막 목소리는 '켁'이었고,
'툭'하는 소리와 광장의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가며 자신감에 찬 그들의 얼굴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