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삶은 계란

ONE DAY ONE PAGE ㅣ 한공기

by 한공기
427155_315705241826240_873170111_n 복사본.jpg 마음탐정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글쓰기 공동체 '파운틴' 운영자

보통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송중기처럼 청순한 남자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름도 비슷하다.



언젠가 똑같은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는것 같다. 그런데 글 내용은 기억이 안나고 제목만 낯이 익다. 왜 나는 삶을 계란에 비유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나지 않는다.

돌연 갑자기 '삶은 계란' 얘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저녁 메뉴가 삶은 계란이었기 때문이다. 냄비에 물을 붓고 가스불을 올린 후 난 그 앞에 한참 서있었다. 도대체 언제즈음 계란이 완벽하게 익을지 몰라 계속 지켜 본 것이다. 부글부글 끓는 물속에서 조용히 침묵하고 있는 계란. 속을 알 수 없으니 익었나 안 익었나 모르겠다. 멍하니 계란을 보며 스스로 중얼거렸다.


삶은 계란...삶은 계란...삶은 계란이다.

정말 모르겠다. 네가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정말 모르겠다. 삶의 의미를...

가만...삶에 의미같은 것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난 평생 삶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하지만 그 의미를 잘 몰랐다. 그냥 분명 삶에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여전히 그 의미를 못 찾았다. 혹시 설마 삶에 의미같은 것이 없는 것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물은 여전히 끓고있고 계란은 점점 익어가고 난 그 앞에서 허기진 배를 쓸어내리고...그것에 의미같은 것이 있는 것일까?


그래서 난 삶은 계란을 더 노려보았다. 어쩌면 우주의 모든 비밀이 이 계란 속에 숨겨져있을지 모른다 생각했다. 일단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생각해보았다. 달걀은 반드시 닭에서 나온다. 즉 닭이 없으면 달걀이 만들어질리가 없다. 허나 닭은 달걀이 부화되어 나온 병아리가 큰 것인니 닭은 달걀이 없으면 만들어질리가 없다. 이 질문 자체가 어리석은 것일지 모르나 이 질문 자체가 우주의 비밀 그 자체일지 모른다. 뫼비우스의 띠. 즉 우주는 뫼비우스의 띠 그 자체일지 몰라. 즉 시간의 처음과 끝이 연결되어서 순환하고 있는 것. 예를 들어 아버지가 존재해서 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존재해서 아버지가 존재하는 것일지도 몰라, 즉 우리 아버지는 나를 낳기 위해 태어난 것이지...그래서 아버지는 오히려 내게 고마워 해야해...


계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헉~ 물을 더 끓이면 계란이 펑하고 폭팔하는 것일까? 두려워 재빨리 가스불을 껐다. 누군가에서 들었는데 삶은 계란은 찬물에 식혀야 한다. 국자로 계란을 건져서 밥공기에 담아 그 안에 찬 수도물을 부었다. 계란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 것이 자신을 너무 오래 데운것에 성을 내는 듯 했다. 계란이 서서히 식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물속의 계란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참 계란 한 알 먹겠다고 벌써 10분 넘게 멍하니 서있으니 그것도 무척 답답하다. 그냥 후라이를 해먹을 걸 그랬나? 후회되기도 했다. 아냐, 오늘은 왠지 삶은 계란이 먹고싶었다. 삶은 계란을 먹은 지 너무도 오래되었다. 마지막으로 먹은 삶은 계란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작년 부활절 이후로 처음일지도 몰라...정말로.


계란 껍질속에 생명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물론 무정란은 아니더라도 일단 원리상 껍질 속 생명이 품어지면 점점 형태를 잡아가서 병아리가 되고 병아리는 스스로의 힘으로 알을 깨고 나온다. 아마 그 과정은 무척 고통스러울 것이다.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릴 것이다. 처음 보는 빛때문에 눈이 부셔서 괴로울 것이다. 새로운 세계는 그렇게 늘 상상을 초월하고 그 과정은 그렇게 늘 혼돈의 카오스를 통과해야 한다. 요즘의 나를 생각해본다. 갑작스런 퇴사로 인해 삶이 불안정해지며 경제적인 위기가 닥쳤다. 몇가지 일을 구상했는데 생각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1초 1초가 긴장감이 넘치는 것이 마치 날선 칼 위에서 춤추는 기분이랄까. 월말에 불어닥칠 카드값 대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묘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혼돈 그 자체속에서 내 마음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처럼 오르락 내리락 거린다. 마치 물이 끓듯이 엔트로피가 증가하고 있는지 모른다. 사람이 절박하면 강해진다고 했던가? 달걀 속의 병아리는 절박해서 알을 깨고 나온 것일까? 하긴 요즈음 머리가 핑핑 돌아간다. 동시에 여덟가지 이상의 사항을 생각한다. 얼마전 영화를 보면서도 화면 구석에 걸린 엑스트라(초점이 나가 잘 보이지도 않는)의 넥타이를 눈여겨 보기도 했다. 간혹 나도 과열로 인해 터지는 계란처럼 펑하고 폭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쨌든 지금이 아닌 다른 세계로 넘어가고싶은 간절함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신은 적절한 타이밍에 가스불을 끌 것이고 날 찬물에 담가서 식히겠지.


물속의 계란을 꺼내어 톡 까봤는데 세상에 아직 속이 물컹물컹했다. 껍질과 속살이 같이 벗겨지는 것이 명백히 덜 익었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익혀야 계란이 익는 것일까!!! 결국 알의 1/3은 껍질과 함께 버리고 남아있는 부분을 한 입에 털었는데 노른자는 익지도 않아 퐁하고 터져 액체상태로 입안에서 퍼졌다. 삶은 계란의 속을 모른다는게 참...가슴이 아프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인가? 그 때를 놓치지 않는 법은 뭐가 있을까? 물론 네이버에 <계란을 몇분 삶아야 하나요?> 물어서 답을 찾아 시간을 재면서 삶을 수 있었겠지만 난 그것을 원하지 않았다. 내 스스로 터득하길 바랬다. 계란 삶는 것 따위야 타이머로 해결할 수 있겠지만 정작 내 인생은 그것이 불가능하니까 연습이 필요했던 것이다. 즉 나의 때는 오직 신만이 아는 것일까? 아니면 나도 알고있는 것일까? 그래 어쩌면 누구나 자신의 타이밍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온 신경을 자신의 변화에 집중시켜서 뭔가 엄청 절박해질 때...정말 포기하고 싶은 장벽을 만났을 때...그때가 새로운 삶으로 넘어가는 순간이 아닐까.


역시 삶은 계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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