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소소하다

예수 0시

ONE DAY ONE PAGE ㅣ 한공기

by 한공기
427155_315705241826240_873170111_n 복사본.jpg 마음탐정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인간의 마음입니다. 하지만 인간은 정작 그것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행복의 본질은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숨어있습니다. 전 그것을 찾아주고 싶어요.



작가 프로필 ㅣ 한공기

글쓰기 공동체 '파운틴' 운영자

보통사람의 사소한 일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나는 송중기처럼 청순한 남자이고 싶어 한다. 우리는 이름도 비슷하다.




나는 스쿠터를 타고 여행하는 꿈을 자주 꾼다. 아마 평소 집 앞에 스쿠터를 세워놓고 좀처럼 타지 않은 것이 계속 마음에 걸렸나보다. 내가 스쿠터를 타지 않는 이유는 딱히 갈 때가 없어서 이다. 목적지가 없기에 과정도 없는 것이다. 그냥 마음이 가는대로 흘러가보는 것은 어때? 스스로 묻기도 하지만 그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마음이 어디에도 가지 않고 그냥 자꾸 여기에만 머물러서 일 것이다. 그냥 여기 침대에 머물러서 밤새도록 스쿠터를 타고 돌아다닌다. 분명 국내인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국적인 도시를 여기저기 여행한다. 광장에 스쿠터를 세워 놓고 근처 바에서 수제맥주를 마신다. 다른 손님들과 얘기도 나누며 친구가 된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니 다양한 시각이 생기고 깨닫는 것도 많아진다. 어제 밤 꿈에서는 한 여인의 간증을 듣게 되었다. 원래 그리스도를 믿지 않았는데 '예수0시'라는 책을 읽고 믿음이 생겨 지금은 매일 새벽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한다고 한다. '예수 0시'의 저자는 후안 안토니오 도미노이다.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나도 이 사람 책 몇권을 가지고 있을지 몰라...그런 생각을 했다. 그녀와 새벽까지 대화를 했다. 그녀는 피곤하다며 자기가 머무는 호텔방에서 한 잔 더하자고 권유했지만 난 단칼에 거절했다. 난 어딘가 머무르는 사람이 아니기에 마치 발 없는 새처럼 또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 난 광장으로 돌아와 내 스쿠터를 찾았다. 그런데 정확히 어디에 세워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계속 찾아 헤맸다. 그리고 잠에서 깼다.


깨자마자 내 스쿠터는 어디있는지 기억을 되 살렸다. 스쿠터는 우리 집 앞 주차장에 잘 세워져있다. 그리고 다음 '후안 안토니오 도미노' 작가의 책이 집에 있는지 떠올려 보았다. 세상에 그 이름은 나의 영어 이름이었고 '예수 0시'는 내가 요즘 쓰고있는 글의 제목이었다.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는 경계가 있고 한쪽에서 한쪽으로 이동할 때 항상 레테의 강을 건너야 한다. 그 강을 건너면 이전 세계의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즉 망각의 강인 것이다. 그럼에도 난 절대 잊지 못하는 꿈이 있다. 예를 들어 어제밤 만났던 이 여인의 기쁨에 젖은 눈물...그것은 깨달음에 대한 환희였다. 난 '예수 0시'라는 글을 통해 예수에게 있었던 크로노스와 카이로스를 고민했었다. 크로노스는 우리가 인식하는 일반적인 시간이다. 과거-현재-미래...연쇄적이고 인과적으로 흐른다. 그리스도가 태어나서 죽는 순간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크로노스적 시간을 통과하였다. 지금의 년도도 예수 탄생을 기준으로 세고 있으니 예수 존재 차체는 굉장히 시간과 연관이 있는 것이다. 반면 카이로스는 때를 말한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혀서 죽을 수 밖에 없었던 바로 그 운명의 타이밍. 그리스도는 그 때를 미리 알고 땀구멍에서 피가 나올 정도로 기도했다고 한다. 카이로스는 매우 절대적인 시간을 의미한다. 크로노스 처럼 앞 뒤로 인과적인 시간차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0시라고 말할 수 있다.


내가 갑자기 예수 0시에 집착하게 된 이유는 '삶의 절대적인 무게'에 고민하면서 부터 이다. 살아오면서 매순간 불평 불만이 많았고 지금의 삶에 대해 도피하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지금'이란 시간을 인정하지 않았고 언젠가...조금만 참으면...곧...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난 점점 투명인간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지금 여기있지만 존재하지 않는 자. 10년 전의 나는 10년 후의 지금 처럼 살아갈지 꿈에도 몰랐다. 난 당연히 성공을 해서 돈도 많이 벌고, 결혼도 해서 아이도 둘 즈음 나아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지금의 삶이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생각은 너무도 미성숙한 나의 상태를 증명하고 있다. 애초에 '실존'이란 세상에 내던져진 것을 의미하고 '인간의 삶'이란 내가 소유하거나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정상적인 마인드는 <원하지도 않는 삶을...그냥 즐기며 살아가는 마인드> 아닐까 한다. 즉 현재, 지금을 직면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난 너무도 오랫동안...현실을 직면하지 않았다. 외면하고 도피했다. 그래서 수동적으로 살아간 것이다. 예수는 자신의 죽음 앞에서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 순간 무척 괴로웠겠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크로노스는 처음과 끝이 존재하지만 카이로스는 영원하다. 지금 이 순간, 영원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이 영원히 끝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예수 0시의 개념은 불교에서도 존재한다. 부처는 늘 '지금'을 강조했다. 과거에 대한 후회도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지금에 충족하라.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육체보다 마음을 더 실존으로 봤기 때문이다. 육체는 속박되어 있고 언제나 고통에 시달리지만 마음은 자유하다. 마음은 시공간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마음이 우주를 품는다면 난 바로 해탈하게 되는 것이고 어떠한 삶도 받아들이게 된다. 어제에 대한 후회와 내일에 대한 두려움은 다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고, 난 마음의 주인이기에 정말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마음은 크로노스의 개념이 아닌 카이로스의 개념이다. 지금 이 순간의 물결. 과거의 잔상도 아니고 미래의 망상도 아닌...


행복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은 것 같다. 모든 것을 다 따듯하게 품으면 된다. 어쩌면 '사랑'이란 개념도 그곳에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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