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학당
전 소설가 윤후명 선생님 문하생입니다. 3년전부터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소설학당에 다니고 있습니다.
최근 우리 카페에 소설을 쓰시는 분이 점점 늘어나서 매우 기쁘고 감개 무량합니다.
언젠가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 시, 수필 쓰는 사람들이 나중에는 결국 소설을 쓰더라..."
과연 소설이란 뭐길래 엄청난 중력이 있을까 고민 해봅니다.
아직 한국에서는 '소설'이란 장르를 엔터테인먼트의 한 분야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 역시도 심심풀이 땅콩으로 생각하곤 했습니다.
아무래도 학교 다닐 때 인문학 교육을 받지 못해서 그런가 봅니다.
아시겠지만 주변에 소설을 읽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TV, 드라마, 영화, 유투브 채널, 게임 등 심심풀이 땅콩을 대체할 만한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갈수록 수동적이고 의존적이 되어서 뭔가를 읽는다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기 힘들어 합니다.
또 이미지에 익숙해져서 난독증이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읽는 것을 싫어하곤 합니다.
어쨌든 제가 하고싶은 말을 소설은 심심풀이 땅콩이 아니다 란 사실입니다.
물론 스토리가 재미있어서 읽게 만드는 작품도 있겠지만...
소설의 본질은 인간이 경험하는 현상과 사유 입니다.
그래서 별 사건이 없어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누군가가 어떤 현상을 경험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더라...그 내용이 문자로 기술된 것입니다.
즉 소설을 읽는 사람은 문자와 상상력을 통해 삶을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앗! 그럼 영화랑 다를 바가 없지 않는가~ 얘기하시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것에 대해서는 영화랑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접근법 자체가 다릅니다.
영화는 이미지 중심이고 소설은 텍스트 중심입니다.
텍스트를 읽는 행위는 이미지를 보는 것보다 더 주체적인 접근법입니다.
내 눈이 읽는 만큼 진행이 되고 동시에 스스로 상상합니다.
문자를 읽는 행위는 사고를 확장시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제가 몇번이나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인류가 동물과 달리 진화할 수 있었던, 절대적인 이유는 '문자' 때문이라고...
문자는 생각을 확장시킵니다.
문자의 기능은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나와 환경 사이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나와 나 사이에도 존재합니다. (나와 나 사이 이부분이 핵심입니다.)
문자로 사고를 하는 순간, 사유의 밀도가 깊어집니다.
묵직한 생각 덩어리를 쪼개고 쪼개고 쪼개고 그렇게 무한하게 미분하면서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순간에 도달합니다.
그리고 정수를 만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긴 생머리에 하늘색 원피스를 입은 투명한 피부의 여자를 보았다고 칩시다.
처음에 든 생각은 "옷 이쁘다!"
그리고 "청초하다"
잠깐 청초하다가 무슨 뜻이었지? 사전을 찾아봅니다.
"화려하지 않으면서 맑고 깨끗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수수하다란 비슷한 뜻인가?
왜 나는 수수한 것을 좋아하는가?
자연...그래 자연스러운 것을 갈망하고 있다.
꽃과 나무 구름 바람 그런 것들을 갈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내가 삭막한 도시속에 살기 때문이지.
어릴 적에 시골 큰집에서 살 때가 있었는데 그립구나.
너무 오래되어 아득하구나.
아득하다...보이는 것이나 들리는 것이 희미하고 매우 멀다
내 앞에 있는 여인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다가가서 말을 걸고 싶지만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는 수십년이나 되는 것 같다.
어릴 적에는 강아지풀을 보고 그냥 손을 뻗으면 손바닥 밑에 스치는 간지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앞의 그녀에게 손을 뻗을 수는 없지만 이렇게 훔쳐보고 있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간질거린다.
연애란 간질간질 거리는 맛으로 하는 것이 아닐까?
연애는 강아지풀 이구나...
자 이것을 만약 영상으로 표현한다면 그 맛이 제대로 살아날까요?
1. 지하철에서 본 여인 장면
2. 과거회상- 아이가 강아지풀을 만지는 장면
두 화면을 교차해서 보여줘 봤자 상단의 사유가 전달되지 않습니다.
바로 이것이 '소설의 묘미' 입니다.
공감각적인, 4차원적인...
신에게, 이데아에게, 미학의 정수에게 도달할 수 있는 비밀통로인 셈입니다.
그래서 일단 어떤 판단없이 소설을 많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특히 윤후명 작가의 소설을 추천해 봅니다.
처음에는 이게 수필인지 소설인지 뭘 그리 주저리주저리 거리나 생각됩니다.
몇 페이지를 읽었는데 무슨 내용인지 잡히지 않기도 합니다.
별 사건도 없고 현상과 사유의 반복입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어느새 빠져듭니다.
마치 나의 생각처럼 느껴집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책을 덮는 순간,
먹먹하게 여운이 오래 남습니다.
그 경험은 해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물론 읽기전에 네이버에 '윤후명'을 검색해서 어떤 사람인지 살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이 곳에서는 제가 선생님께 배웠던 소설강의 내용을 정리해서 올릴 예정입니다.
소설에 관심이 있으신분은 참고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