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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공기 Nov 17. 2017

불꽃축제

11월 공통주제 <축제> ㅣ 정아랑

대학원생
학부시절에는 정기적금을 1년 만기로 십 만원, 십 만원, 이십 만원 이렇게 세개를 들어서 만기타서 방학마다 여행가는 것이 낙이었습니다. 그 때의 추억으로 지금도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뭐하지?" "오늘 뭐먹지?" 이 고민으로 가득차서 한국에서 있었던 고민들이 다 쓸데 없어 져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기분입니다. 

작가프로필 ㅣ 정아랑 

영문학 전공. 

KEWORD: 운동, 나눔, 부모님, 낙서, 수다 여행




사람이 많은 축제는 잘 가지 않는데, 매년 꼭 챙겨가는 축제가 있다. 얼마 전 한강 일대를 시끌벅적하게 했던 여의도 불꽃 축제이다. 이름은 여 의 도 불꽃 축제 이지만 한 번도 여의도에서 축제를  즐긴 적은 없다. 나도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뉴스나기사로 이 축제를 접하면서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데.. 나는 사람많은 곳 별로 안 좋아해.’라고 말하며 친구들과 평소같은 토요일을 즐겼던, 불꽃축제는 관심 밖인 사람이었다. 그러다 친구 손에 이끌려, 맛있는거 사들고 가볍게 피크닉이나 즐기자고따라 나선 지  벌써 5년이 지났다. 이제는 어디가 명당이고, 어디는 가면 안 되고를 판단할 정도로 노하우까지 생겼다. 



처음 갔던 이촌한강공원에서는 돗자리를 넓게 펴고 시작하기 3시간 전부터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곳은 역시 사람이 많지만, 그 맘때 쯤 늦은 오후에는 날씨가 항상 선선하다 보니, 불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이촌역 주변에 맛있는 음식점이 많아서따뜻하게 음식을 사서 편의점 맥주와 함께 자리를 잡고 수다수다 열심히 하다보면 불꽃놀이가 시작된다. 누워서 볼 수있는 장점이 있고, 3개국 중 1개팀이 끝났을 때 한강대교방향으로 걸어가면서 보는 것도 팁이다. 그러면 한강대교 위에서 마지막 클라이막스 부분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연례 행사처럼 긴 시간 피크닉을 굳이 하지 않고, 불꽃축제가 시작한 시간 이후 보러 가는 것도 괜찮다. 1시간 동안 계속 되기 때문에, 어디에서든 20분 정도 보면 만족스럽다. 이렇게 짧고 굵게 본다면 체력소모가 적어, 집가는 길에 선술집에서 따뜻한 국물에 맥주 한 잔 하고 가는 것도 가능하다. (사람에 치이다 보면 배도 부르고바로 집으로 향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올 해에는 좀 특별하게 불꽃축제를 관람하게 되었다. 축제 당 일 그 날은 친한 친구가 청첩장을 주던 날이었다. 여자 4명에 친구들의 남자 친구 2명. 같이 가자고, 가까운데 가서 잠깐 보자고 열심히 꼬드겼지만, 몇 년 전 내 모습처럼 아무도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결국 가족 찬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었다. 친 오빠는 노량진의 한 학원 옥상에서 스터디원들과 대학생들처럼 과자에 맥주를 먹으며 즐긴다고 해서, 내 몫의 맥주를 사서 합류하게 되었다. 이게 왠걸. 노래에 맞춰 한강에서 터지는 불꽃을 온전하게 볼 수 있었다. 이촌 한강공원에서 이리저리 키 큰 나무 사이로 보던 불꽃이 아니었다. 나보다 낮은 곳에서 또 가까이서 터지는 불꽃은 장관이었다. 빵빵 터질 때 마다 속 시원하게 걱정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눈이 부시게 팡팡터지면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우와 우와” 소리가 주변에 가득하다. 그 날은 같이 보는 사람들의 분위기도 큰 역할을 했던 것같다. 같이 있던 스터디원들은 7급 필기시험을 합격한 사람들이었는데, 몇 년동안은 즐긴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왔을 것이 분명했다. 스스로를 갇히게 만들었을 텐데, 무언가를 마무리하고 좋은 결과를 얻고난 뒤, 위로 받으며 행복해 하니, 나에게 까지도 그 감정이 전달되어 감동적 이었다. 감동적 이었다는 말이 약간은 과해 보이지만, 그 상황에 딱 어울리는단어였다. 



내년에는 기대 이상이었던 노량진 어딘가에서, 그 날 당첨 된 누군가와 즐기고 있을 내가 상상이 된다. 사람 많은 곳은 정말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추천하는 불꽃축제. 사람들이 많아도 다같이 감탄 하면서 보니, 행복이 배가 되는 것 같다. 불꽃 축제에서 봅시다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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