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수 _ 시니어 모델
사람은 모두 늙는다. 그 우주적 진리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며 순응하는 사람이 있다. 아니 여기 또 다른 사람이 있다. 퇴직 후 다양한 일에 도전하다가 시니어 모델이 된 김승수는 늙어가는 것을 기쁘게 생각하며 매순간을 즐기고있다. "늙어가면서 제가 점점 지혜로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전 어제의 저보다 오늘의 저를 좋아합니다." 그의 생각은 그가 정말 현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반박하지 못하게 만든다. 현자를 만난 김에 인생에 관한 다양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어졌다. 이번 호는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는 '철학수업'이 될 것이다.
새로은 일에 도전하는 것은 관문을 열고 새로운 세계로 뛰어드는 것과 같아요. 그 과정에서 내 안의 새로운 나이테를 발견하죠.
오늘 촬영해보시니 어떠셨어요?
굉장히 어려웠지만 재밌었습니다.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고 계셔서 그런지 촬영이 많이 익숙하신가 봐요.
쇼핑몰 촬영과는 좀 달랐습니다. 오히려 더 어려웠어요. 이번 촬영은 카메라에 제 인생을 담는 거다 보니 가식적으로 꾸미기보다 진실해지려고 노력했거든요. 하고보니 이게 더 어렵네요 (웃음) 하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라 무척 설레고 기쁜 시간이었어요.
새로운 도전을 즐기시는 편인가 보죠?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작가 앙드레 지드가 했던 말인데
Man cannot discover new oceans unless he has the courage to lose sight of the shore
떠나온 육지를 뒤돌아보지 않고 앞을 볼 용기가 없으면, 새로운 바다를 발견하지 못 할 것이다.
전 저의 세계가 고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생 자체가 모험이기 때문에 항상 변하고 있죠. 새로운 경험은 관문을 열고 새로운 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세계에 도달했을 때 전 제 안의 새로운 나이테를 발견합니다.
굉장히 문학적이고 멋진 표현이네요. 자격증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두 새로운 보물섬에 도달해서 얻은 귀한 보물같다고 느껴집니다.
7년만에 21개의 자격증을 땄어요. 오토바이, 보트, 요트, 무선통신사, 바리스타, 마술, 산림공학, 댄스스포츠 교사자격증, 치매예방지도사, 드론조종사자격증 등등이 있어요. 특히 초경량 무인항공기 조종사 자격증은 3번의 도전만에 2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취득해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와! 도전정신이 대단합니다. 모델활동도 또 다른 도전이겠네요. 모델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멋지게 살고 싶었어요. 모델은 건강미가 우선이고 자세와 표정으로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 보거든요. 물론 처음에는 카메라 앞에서 매우 쑥스럽고 어색했어요. 하지만 촬영 된 제 사진을 보며 자신감을 얻고 보람을 느꼈습니다.
워낙 젊어 보이셔서 겉모습만 봐서는 나이가 가늠이 안갑니다.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원래 직업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48년생이구요, 토목을 전공했고 졸업 전 현대건설에 입사했어요. 직장생활을 20년 하다가 그만두고 개인사업으로 건설업도 하고 '동키호테 투어'라는 여행사도 했어요. 65세가 되면서 내가 너무 일만 하고 산 것 같아 저를 위한 삶을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동키호테처럼 모든 사업을 접고 자유를 찾아서 모험을 떠났죠.
과연 새로운 삶에 어떤 모험이 펼쳐졌나 궁금한데요?
가장 먼저 오토바이 면허를 따고 바로 가장 큰 기종의 할리데이비슨을 샀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녔죠(웃음)
그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정말 제가 '(자유인으로) 살아있는 기분'을 실감했어요. 그 이전에는 제가 하고싶은 것을 한다기 보다 생계를 위해,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잖요. 그런데 나를 규제하는 가림막 없이 바람을 일으키며 맘것 내달리는 기분과 오로지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는 기분이 무척 자유롭고 풍요롭고 신비롭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아마 그 자유에 도취되어 그동안 여러가지 자격증을 따면서 도전을 하신거군요!
네, 자유에 취한다...맞는 것 같아요. 자격증 따는 일 뿐 아니라 다양한 동호회( 소설쓰기, 독서모임, 속초시 문인협회 고문, 서대문구 문화원 자문위원회 )활동도 하고 취미로 초등학생들을 위한 동화구연, 성악, 댄스스포츠, 연극도 했었죠.
정말 에너지가 넘치십니다. 젊은 사람들도 그정도 하기 힘든데 그런 에너지의 원천이 뭔지 여쭤봐도 될까요?
뭐 별거 없어요. 나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 뿐이죠. 보통 사람들은 결과에 집착하잖아요.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불안해하기도 하구요. 전 과정 자체가 목표여서 결과에 가치를 두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두려움 없이 다양한 도전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매너있고 젠틀하게 하시는 모습을 인상깊게 봤습니다.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한테도 늘 존댓말을 사용하구요. 다른 비슷한 또래분들과 차이가 있다고 느껴지는데요. 연관된 본인만의 철학이 있나요?
허허허 사실 그것도 별거 없습니다. 저의 부모님이 설악산 관광단지에서 ‘금강여관’을 운영하셨습니다. 그래서 어릴 적부터 여관에서 자연스레 투숙객들의 심부름을 도맡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서비스'가 체질이 된 것 같기도 하네요. 또 대학 다닐 때 심하게 결핵을 앓았어요. 그래서 장기휴학을 하다보니 복학 했을 때 저보다 훨씬 어린 후배들하고 학교를 같이 다니게 되었죠. 전 후배들에게 항상 존댓말을 했어요. 그러다보니 후배들은 절 어려워하지 않고 동기처럼 대해주더라구요. 그때 제가 깨달은 것이 제가 먼저 바뀌어야 주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전 '꼰대' 소리 정말 듣기 싫어요.
정말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아요. 승수님에겐 전혀 '꼰대' 기질을 느낄 수 없는데요, 혹시 본인이 생각하기에 '꼰대'란 뭘까요?
'꼰대'의 특징이라면... 보수적이고...자기보다 어리거나 계급적으로 밑에 있는 사람에게 권위적이며 대우만 받으려 하고... 자신은 안변하면서 남 변하기만 바라는 것 아닐까요? 전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데 그들이 자신의 만족과 이익에 취해서 굉장히 '쓸모없는 것'에 집착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면서 주변 사람들과 멀어지고 고독해지죠. 더 안타까운 것은 다음 세대에게 아무것도 전수해주지 못하고 있어요. 스스로 아름다운 문화를 만들어서 전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이죠. 결국 꼰대는 본인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그런 분들은 왜 그럴까요?
주변 친구들을 보면 너무도 빨리 인생을 자포자기하는 느낌이 들어요. 자존감이 점점 떨어지니까 더욱 더 대우받고 싶어하지요. 전 그것이 정신적인 육체적, 게으름이라 생각합니다. 뭔가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자꾸 도전하다보면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을 존중합니다.
물론 개인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지 않을까요? 한국사회에서는 나이가 들면, 사회적으로 가치를 비하하는 문화도 존재하잖아요. 그분들이 소외감을 느끼니까 더욱 더 자신을 스스로 높이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봐요.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본능' 아닐까요?
동의합니다. 한국 사회에는 나이 든 사람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요. 아무것도 모를 것이라 생각하고 젊은이들의 문화에 껴주지도 않습니다. 동호회에 들어가려고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나이제한'이 있는 곳도 많더라구요. 무조건 나이가 들었다고 소외시키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어르신들이 경제인 지휘나 능력을 잃었다고 생각하니까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죠. 사회 전반적으로 인간 그 자체로 존중하는 문화, 낡은 것을 싫어하고 새로운 것에만 관심갖는 문화가 팽배하다고 봅니다. 개발과 경쟁에만 집착하다보니, 인문학 교육이 밑받침 되지 않다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라 봅니다. 인간 존재의 본연 가치에 대해 무지하고 그저 모든 것을 가격으로만 판단하는 것이죠.
가치와 가격의 차이...멋진 말입니다. 선생님이 생각하는 '나이 듦의 가치'는 어떤 것일까?도 궁금합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이 나이가 들면 존재 의미가 사라질까요? 또 누구나 나이가 드는데 자신이 나이가 들면 쓸모없다라고 생각해야 합니까? 절대 아니죠. 나이든 사람들한테는 명철한 두뇌와 지혜가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지식'이죠. 삶의 지혜는 컴퓨터가 알려줄 수 없는 것입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나이 든 사람과 젊은 사람들이 소통할 기회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네 맞습니다. 서로가 곁을 줘야 소통이 되고 소통이 돼야 이해가 되고 이해가 돼야 서로 사랑하게 됩니다. 곁을 주지 않아 소통의 경로가 많이 없어 점점 단절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러다보니 요즘 젊은 친구들은 어르신을 만나는 것을 매우 꺼려합니다. 물론 젊은 친구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어르신들은 몸에서 배어나오는 권위적인 태도, 자꾸 가르치려는 태도, 대접받으려는 태도를 버려야합니다. 어르신들이 먼저 그런 것을 버리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소통에 대한 기회를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죠.
결국 어르신들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씀이네요. 승수님은 젊은 친구들과 소통할 때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승수님만의 지혜로운 노하우가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사람은 나이랑 상관없이 각자 자기만의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 주변 사람 모두를 '멘토'로 삼습니다. 제 핸드폰을 보시면 다 'OOO멘토님' 이라 저장되어 있습니다. 젊은 친구들도 마찬가지죠. 제가 먼저 존중해주면 어느 새 나이차에 대한 장벽이 허물어지고 소통이 시작되더라구요.
'존중'이라! 승수님은 정말 '젠틀맨'이시네요. 멋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사실 '멋있게 살자'가 제 인생 목표이기도 합니다.
친구들이 저보고 멋있어졌다며 비결이 뭐냐고 묻곤 해요. 전 일단 부지런해야 한다고 말해요. 운동을 하며 몸을 계속 가꾸어서 겉보기에도 건강하고 아름다워보여야 하죠. 또 정신을 가꾸어야 합니다. 독서도 많이하고 시대정신을 놓치지 않으면서 보다 나은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마음을 가꾸어야 합니다. 주변인과 소통을 많이 하며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삶을 일구어나가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 모두가 게으르면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이죠. 그런 과정을 밟다보면 저절로 멋있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친구들은 저보고 그렇게 살기 힘들지 않냐고 묻죠. 제 대답은 이러합니다.
'멋있게 사는 것은 영원히 건강하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다. 진정한 자신을 찾는 영원한 모험이다.'
그는 '삶'이라는 웅장한 교향곡을 지휘하고 있다. 매우 섬세하게 느끼고 매우 섬세하게 조율하며... 가장 아름다운 앙상블을 창조하는 과정. 그는 그 과정에서 자유함을 느낀다.
'있는 그대로'는 휴먼 브랜딩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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