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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진이네 May 15. 2023

자전거 타보실래요?

스포츠의 묘미 1

코로나19와 같은 상황 속에서는 어떤 운동을 하며 나의 건강을 지켜야 했을까. 이제는 코로나19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런 팬데믹 상황들은 더 짧은 주기를 가지고 찾아올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코로나19가 발생할 시점에 전역을 했기 때문에 군대에서 해오던 헬스를 이어서 하고 있었다. 하지만 팬데믹의 시작으로 사람과의 대면이 걱정되어 홈짐으로 옮겨왔다. 요즘 들어 중고거래에 자주 보이는 몇몇 덤벨과 바벨들을 나 또한 의욕에 넘쳐 구매하여 집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홈짐을 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생각보다 할 수 있는 운동들이 많았기에 나름 만족하면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번 비슷하게 구성되는 루틴과 무엇보다 헬스장에서 할 수 있는 무게로 자극을 줄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할 맛이 안 나기 시작했다. 제대로 투자해서 방 하나를 헬스장으로 만들게 아니었기에 1년 정도 되니 슬슬 홈짐의 효과가 떨어졌다.


우리 아버지는 20년 가까이 자전거를 타셨는데 어느 날 문득 아버지의 자전거를 보다가 “어? 저거 일단 거리두기 되고. 운동도 될 거 같고. 한 번 타보면 괜찮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제대로 탈지 안 탈지 몰라 우선 아버지 지인 분의 자전거를 빌려서 타기 시작했다. 처음엔 엉덩이가 너무 아파서 고생을 했지만 날씨를 소비하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타기로 결심하게 됐고 때마침 아버지가 자전거를 새로 구매하시면서 내가 아버지의 자전거를 물려받게 되었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생일선물로 받은 자전거 져지를 시작으로 RAPHA의 늪에 빠지게 되었고... 나름대로 갖춰야 할 건 다 갖추고 타게 되었다.


자전거를 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타면서 느꼈던 자전거의 묘미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먼저 신체학적인 관점에서 사이클링의 묘미는 대칭이라는 점이다. 흔히 우리가 아는 축구, 농구, 야구, 테니스, 배드민턴, 골프 등은 몸의 한쪽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게 되어있다. 오른쪽이면 오른쪽, 왼쪽이면 왼쪽으로 편향되어 운동이 진행되다 보니 몸의 불균형이 초래되는데 반해 자전거는 좌우가 대칭인 운동이기 때문에 좌우 몸의 불균형이 초래되지 않는다. 적어도 올바른 방식으로 자전거를 타고 있다면 몸의 불균형을 막고 더 나아가 균형을 다시 잡을 수 있는 효과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도수치료를 받으며 허리건강을 위해 자전거를 타도 되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치료사분께서는 허리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 하셨는데 그 이유는 오랜 좌식 생활로 높아진 복압을 다리의 사용으로 혈액순환을 도모해 낮춰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나는 허리디스크는 아니지만, 초기 증상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래서 종종 너무 오래 앉아있으면 허리가 뻐근하고 아픈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 자전거를 타주면 신기하게 허리통증이 완화되는 경험들을 많이 했었다. 물론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은 분들에게는 자전거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허리디스크가 있으면 숙이는 자세 자체를 피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전거가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꼭 의사와 상의 후 타야 된다. 또한 자전거는 크게 MTB(산악자전거)와 로드 자전거로 나뉘는데, 여기서 로드 자전거는 제대로 된 피팅을 받지 않고 탈 경우 허리에 많은 무리가 갈 수 있다. 따라서 올바른 방식으로 자전거를 타는 것은 복압을 낮춰 허리통증을 완화시켜 주고 허리를 건강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이미 허리에 통증이 있고 디스크와 같은 증상이 있다면 의사와 상의 후 타길 바란다.


신체학적 관점 외의 사이클링의 묘미로는 계속해서 보게 되는 환경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인간은 보통 시속 4km 속도로 걷는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에 뭐가 있느냐에 따라 걷고 싶은 거리가 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건축학과 교수님으로 유명하신 유현준 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강남이나 광화문은 걷고 싶은 거리가 별로 없다고 하신다.(현 광화문은 새롭게 변했기 때문에 다를 수 있다.) 왜냐하면 주위가 높고 비슷한 빌딩들의 연속이라 시속 4km의 속도로는 변화하는 환경이 다양하지 않아 지루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익선동이나 인사동 혹은 가로수길과 같은 거리들은 조금만 걸어도 주위의 환경들이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걷는 맛이 난다고 한다. 같은 관점에서 사이클링은 평균적으로 시속 20~25km 정도로, 걷는 속도의 약 5~6배 정도 빠르기 때문에 그만큼 다양한 환경의 변화를 맛볼 수 있고 그런 환경의 변화를 자전거의 속도감을 통해 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점이 사이클링의 묘미인 것 같다.


내가 자전거를 타며 느꼈던 느낌 중 하나가 “와 이런 곳도 있었네?”라는 것이다. 차로는 가기 힘들고, 걸어가기에는 애매한 뚜벅이들의 사각지대를 자전거를 통해서는 갈 수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 남산이 있다. 자전거를 꽤 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남산에는 유명한 업힐 구간이 있다. 남산 국립극장에서 시작되는 코스인데, 길이는 대략 2km 정도가 된다. 이곳은 차를 가지고는 올라갈 수 없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거나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야 한다. 버스를 타고 올라갈 수 있지만, 버스를 타면 중간중간의 경치들을 멈춰 서서 맛볼 수가 없다. 걸어가기도 쉽지 않다. 집이 남산과 가까운 것이 아니라면 이 업힐의 시작점까지 오는 것도 사실상 만만치 않고 2km를 걸어 올라가는 길에 환경의 변화가 다양하지 않기 때문에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면 걷는 것에 비해 환경의 변화를 더 경험할 수 있고 중간중간의 경치도 멈춰 서서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물론 힘들어서 경치고 뭐고 눈에 안 들어올 수도 있다...) 다운힐 구간을 내려갈 때 상쾌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남산뿐만 아니라 한강에 뚝섬유원지를 기준으로 양 옆으로 뻗은 자전거 길도 상당히 아름답다. 늘 뚝섬의 잔디에 앉아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던 내게 자전거는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수 있게 했고 그 결과 내가 알지 못했던 서울의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이렇듯 우리가 평소에 차를 타기도, 걸어가기도 애매한 곳들을 자전거를 통해서 가 볼 수 있는 묘미가 사이클링에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자동차와 비교했을 때, 내가 계획한 대로 시간을 맞추는 일이 더 수월하다. 한 때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던 적이 있는데 차로 출근을 할 때보다 확실히 애간장이 타는 경우가 적었다. 차를 이용하면 도로 상황에 따라 나의 도착시간이 좌지우지되곤 한다. 대중교통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비록 지하철은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지만 사람이 너무 많고, 오전 출근 시간의 버스는 사람 많음+교통체증 종합세트라 불쾌하기까지 하다. 반면에 자전거는 도로가 막힐 일이 없고, 사람과 섞여 갈 필요가 없다. 일하는 곳이 멀지 않으며 자전거 도로를 이용해서 갈 수 있는 곳이라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는 것도 생각보다 괜찮은 방법이다.


이렇게 사이클링의 묘미에 대해 신체학적인 관점과 그 외의 관점에서 나의 생각을 작성해 봤다. 코로나19 시기에 사이클링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는데 요즘은 자주 타고 있지 못해서 여전히 한강에 열정 가득한 자전거인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새로운 운동과 환경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면 자전거에 입문해 보는 걸 추천한다. 꾸준히 함께 탈 친구나 연인이 있으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같이 목적지를 정해두고 그곳에 가 좋은 음식과 좋은 날씨를 나누면 자전거를 타는 맛이 배가 될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안즐라하길!


•Photo by Andrew Gook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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