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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Sep 07. 2017

오늘도 카페

회차 / 010






오늘도 나는 카페에서 하루를 소비하지.






카페를 운영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카페에 함몰되어가는 기분이 어떤지 알까?     


대략 예를 들자면,


마치 복권에 돈을 쓰는 기분과 비슷하게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 기분이다. 1천 원짜리 외엔 맞지도 않는데, (그것도 가끔) 매주 2천 원짜리를 구입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누군가는 여유로우면서도 평화롭고, 언제든지 향기 좋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나만의 개인카페를 꿈을 꾼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글쎄다.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오히려 무언가, 늘어져만 가는 시간과 여유에, 아주 서서히 지쳐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브런치에 글도 쓰고, 잡다하게 여러 가지를 하고 있지만, 시간의 영원한 친구인 공간에 지배당하는 삶은 도무지 해결이 되지 않는다.     


혼자 일하는 카페에선 외부에 있는 화장실 한번 가는 것도 일이니깐.


결론은 돈이다.


이 모든 이야기의 시작도 돈이고, 그 끝에도 돈이 있을 것이다.           


뭐든 양면성은 존재 하지. 아, 이 그림은;;;; 이거 아닌가? 양면성? ㅋㅋㅋ 




갑자기 돈이라. 조금 뜬금없는 이야기 전개 방식이겠지만, 우리가 직장을 다니건, 장사를 하건, 농사를 짓건 간에 그 모든 행위의 첫 번째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다. 물론 돈을 버는 목적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대다수의 평범한 시민들은 그 돈이 주는 안락함에서 일말의 행복을 찾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일단 필자도 그렇다.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돈 걱정 없이 맛있는 밥을 사먹을 수 있고, 직장 근처에 코딱지만 한 몸 누이고, 편히 쉴 수 있는 집이라도 한 채 가질 수 있는 돈. 그런 돈은 노동(정신노동 포함)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아. 물론 금수저나 로또 같은 기연을 얻은 경우는 제외하자.     


커피장이도 마찬가지다. 카페를 하는 이유가 편한 생활과 여유로워 보이는 일 때문이라면 일단 손에 몇 억쯤 들고 있으면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내가 아는 대다수의 커피장이들은 여유로운 것보다 ‘차라리 바쁜 게 낫다.’란 말은 금과의 옥조로 삼고 있다.      


이유?     


그건 간단하지.  


돈 때문이다.


카페가 바빠야 돈이 벌리고, 그 돈으로 알바비를 주고, 월세를 내고, 공과금을 막고, 내 입에 밥 한 숟갈 떠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카페에 대한 어떤 판타지는 분명 존재한다. 일단 필자도 그렇다. 돈도 중요하지만 돈이 전부가 아닌 정도의 벌이를 달성하면, 카페는 매니저와 알바들을 뽑아서 돌리고, 남는 시간은 사진도 찍고, 여행도 다니고, 글도 쓰는 삶. 나에게도 그런 판타지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걸어서 출퇴근 하는 (약 960m쯤) 거리에 15개의 카페가 있다. 진짜 개미 발톱만한 경기도의 한 배드타운에 이렇게 많은 카페가 몰려 있다는 것은, 즉, 생존과 폐업이 맞닿아 있다는 말이다.      


여유? 쉼?
생존형 작은 개인카페에서
그런 건 사치다.


아. 요런 거 마시면서 멍 때리는 상상을 한번 해보면 좋지. 좋아. 그런데 말이야...... 


강제적 여유(손님이 없거나) 강제적 쉼(아프거나)은 바로 하루 매출에 큰 타격을 주고, 그 타격은 고스라니 정신적인 압박으로 되돌아온다.          


시간적인 여유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 조그맣고 여유로운 개인카페로서는 참 개선하기 어려운 아이러니 일 수밖에 없다.               


자 그래서 필자의 하루를 시간대 별로 정리해 보았다. 일주일에 5일 월~금까지는 거의 같은 패턴이고, 토요일은 조금 출근이 늦다. 일요일은 공식적인 휴무일 이지만 늦잠 늘어지게 자고나면 할 일이 없어서 저녁에 카페를 열곤 한다.          





ADBADA의 24시



11:00     

<기상 - 물 - 볼일(?) - 샤워 - 출근>     


알람이 한 47번쯤 울리면 간신히 눈을 뜨고 일어난다. 아직 정신은 전부 돌아오지 않았다. 아마 구천과 중천 어디쯤에 머물고 있는 느낌이다.      


일단 정수기 앞으로 향한다. 카페를 시작하면서 일어나자마자 차가운 냉수를 두 컵 정도를 마신다. 찬물이 위에는 좋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그제야 정신이 돌아 온다. 그리고 학습 효과인지, 바로 신호가 온다.     


볼일을 보면서 밤새 쌓인 게임 아이템들을 수집하고, 다시 아이템을 모으기 위해 게임 한판을 하고 난 뒤, 샤워를 한다.     


아. 가끔 늦잠을 자면 얼굴에 물만 묻히고 바로 출근을 하기도 하지만, 아재아재력을 떨어트리기 위해서는 샤워와 깔끔한 면도가 꼭 필요하다.     


도시락 통에 잡곡밥을 퍼 담고, 김만 두 통 챙겨서 출근을 한다.     


거의 정오에 가까운 시간, 약 960m를 걸어서 출근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와서 식당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속으로 말을 걸어본다.     


“식후 땡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쪽~ OK?”

           

11:50     

<카페 도착 - 환기 - 말통 비우기 - 아이스 아메리카노용 물통 채우기 - 테이크아웃 용품 채우기 - 빗질>     


카페에 도착했다. 단층짜리 건물이라 한 여름에는 너무 덥다. 특히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나오는 열기가 밤새 카페 안을 사우나로 바꾸어 놓았다. 출근 할 때 이미 30도를 넘었으니, 카페 안의 온도는 약 40도 쯤 될 듯싶다.      

카페 문을 열자 어마어마한 열기가 “까꿍!”하고 뿜어져 나온다. 한숨을 푸욱 쉬고 에어컨을 키고 온도를 확인해 보니, 다리가 ‘휘청’, 41도다.     


다행이 정문과, 뒷문이 마주보고 있어 맞바람이 분다. 환기를 시키려고 양문을 열고, 에어컨 두 대를 동시에 가동시킨다. 덕분에 이번 달 전기세는 아찔할 예정이다. 아니, 짜릿할지도.     


환기를 하는 동안, 에스프레소 머신에서 나오는 퇴수를 받는 말통을 비운다. 카페 구조상 하수도로 바로 연결이 되지 않아서 말통을 놓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호수 청소가 귀찮아서 말통을 놓는 경우도 많다. 난 둘 다다. 커피 기름이 가득 찬 호수가 한번 막히면 하수도까지 막힐 위험도 있고, 몇 번 그래봤더니, 차라리 매일 비우는 말통이 더 낫더라.      


말통까지 비우면 이제는 아이스 아메리카노용 물을 미리 받는다. 2L짜리 물통 세 개를 미리 받아 놓아야 빨리빨리 음료를 뽑을 수 있다. 언제 정수기에서 하나씩 받고 있냔 말이다. 하지만 이것도 한 2~3분쯤 걸리는데, 변신 중에 공격을 당하면 꼼짝도 못하는 로봇처럼 이때 손님이 들이치면 답이 없다. 그럼 그냥 정수기에 하나씩 받아서 물건을 빼야 한다.      


여튼, 테이크아웃 용품까지 챙겨 놓으면 대충 10여분이 걸린다. 이후 손님이 오시기 전까지 빗질도 하고, 물걸레질도 하고. 뭐, 그렇게 오늘도 카페를 시작한다.          



12:00

<점심 장사>     


점신은 거의 단골 손님들이 온다. 테이크아웃 1,500원에 2샷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팔고 있다 보니, 근처 회사원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단체 손님들은 전화로 미리 주문까지 한 뒤 음료를 찾아가는 노련미를 선보이시기도 한다.           



13:30

<단골 장사>     


점심 타임이 지나면 이제는 동네 아주머니들 모임이 시작된다. 카페 내에서 가장 큰 6석 테이블 1개, 4석 테이블 3개가 있는데, 거의 두 테이블은 돌아가는 것 같다. 가끔 만석이 되면 카페 안의 소음도는······. ㅎㅎㅎㅎㅎ          



14:30

<식사>     


손님들이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제야 도시락을 연다. 냄새가 심한 반찬은 먹을 수가 없어서 밥에 김을 싸 먹거나, 냄새가 나지 않는 반찬 한가지로 식사를 해결한다.      


가끔 이것도 질리면, 국수나 냉면을 먹는데, 이때 참. 후르룩~ 소리가 민망해서 소리를 내지 않고 먹으려 애써도, 가끔 들키기도 한다. 카페에서의 식샤. 애매해, 애매해.       



16:00     

<혼자 남은 카페에서 인터넷 및 글쓰기 및 잡다한 사진 찍기>     


손님들이 빠지면서 슬슬 잉여력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대충 1테이블 이하가 되면, 사진도 찍고, 글도 쓰고, 요리도 하게 되는데······. 중간에 다시 손님이 오시면 동선이 살짝 꼬이게 된다. 참 아이러니한게, 이럴 때 손님이 오시면 마음이 참 애매하다.           

 

메뉴 사진도 찍고 말이야.  이게 그러니깐 하이볼 이라는 건데..... 찍고 나면 내가 마셔. 딸꾹.


18:30     

<퇴근 손님 테이크아웃. 다수의 단골들 얼굴을 확인하면서 출석체크. ㅋ>     


퇴근 무렵, 커피 한 잔 들고 퇴근을 하는 직장인들과 학생 들. 테이크 아웃 손님이 많고, 은근히 이 시간대의 단골들도 꽤 있다. 아메리카노 얼많이(얼음 많이) 손님, 아이스라떼 빨대 말고 스틱 손님,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우유 조금 넣는 손님. 등등.     


그렇게 단골 손님들 출석을 체크하다보면 또 금방 저녁 타임이다.           

     


20:00     

<저녁 테이블 손님. 두어 팀. - 종종 테이크아웃 음료 빼기.>     


저녁은 요일별로 한가하거나, 바쁘거나. 거의 둘 중 하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 동네 사람들 전체가 커피가 막 땡기는 그런 날이 있나보다. 뭐가 커피커피 바이러스가 창궐한 그런 느낌?     


그럴 때는 또 기분 좋게 바쁘지만, 어느 날은 또 누가 커피커피 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에 성공했는지, 손님이 아예 없는 날도 있다.      


작년부터 카페가 있는 메인 거리에 재개발로 상권이 확 죽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체.     


에라. 밥이나 먹자.     



21:30     

<손님 안 계시면 마감준비 - 설거지 및 싱크대 정리 -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 재활용품 분리수거 - 하는 도중에 머신 청소 - 그라인더 청소 - 재고확인 - 불조심>     


주중에는 공식 퇴근 시간이 없다. 손님이 계시면 11시 퇴근. 빅딜이 들어오면 12시도······. -_-; 하지만 9시 반이 넘어서 손님이 안계시면 칼 같이 마감을 진행한다. 일단 머신은 청소가 들어가면 손님이 오셔도 커피는 못 드린다.   

   

마감은 카페 업무의 꽃! 죽음의 데스플라워! ㅋ 일단 세정제 풀어서 스팀봉 불리고, 샤워망에 청소용 고무바킹 낀 포타필터에 세정제 넣고 청소 돌리고, 헹구는 과정만 5번을 진행한다. 그 사이에 설거지랑 싱크대 정리하고, 음쓰(음식물 쓰레기)는 일반용과 음쓰봉투용으로 분류(레몬이나 과일 껍질 등은 따로 모아서 밖에 놔두면 바짝 말라서 일반 쓰레기 봉투에 버릴 수 있다.)     


그 사이사이 계속 머신 청소는 진행된다.      


그리고 이제는 분리수거. 플라스틱이나 비닐은 따로 모아 카페 바깥 쓰레기통 옆에 내 놓으면 시에서 수거해 간다. 이때 물건을 받고 난 뒤 나오는 박스에 우유곽이나 종이류를 그냥 바깥에 흐트러지지만 않게 내 놓으면 폐지 수집하시는 분들이 금세 가지고 가신다.      


홀도 한번 정리하고, 포타필터 청소하고, 그라인더까지 청소를 하면 바깥 간판을 끄고, 시재를 맞춘 뒤 불조심을 기원하는 의식을 치룬 뒤 퇴근을 한다.       


        

22:00     

<퇴근. 집까지 걸어가면서 동네 카페들 염탐하기.>      


다시금 960m의 머나먼 여정을 떠나면서 그 라인에 있는 9개의 카페들의 상황도 모니터링 한다. 음······. 아무래도 우리 카페가 제일 일찍 닫은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구나. ㅠ 아 이놈의 재개발! 재개발만 아니었으면 밤에도 객 많은 주막이 되어 있었을 터인데······.    

 

내년에 20층짜리 건물 두 개가 올라가면 좋아지겠지만, 그 전에 마음이 먼저 떠나지만 않으면 다행이겠다.         

 

22:15     

<집 도착 - 샤워 - 야식준비 - 밀린 예능 및 드라마 시청>     


여름엔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부터 한다. 진짜 너무 덥다. 그렇게 샤워를 마치면 알몸으로 으로 서큘레이터로 퐌타스틱 어메이징 쿨링 서비스를 받은 뒤, 맥주 한잔에 함게 할 야식을 만들다.   

   

그리고 32인치짜리 듀얼 모니터로 구성 된 개인 PC방에서 하루의 피곤함을 털어내는 예능 시청을 하다가, 필 꽂히면 한잔 더하고, 피곤하면 3시전에 잠에 든다.   

 

      

02:30     

<브런치 및 기타 잡다한 콘텐츠 제작 업무 깨작깨작>     


잠도 안 오고 맥주도 다 마셨으면 계속 머릿속에 맴돌던 콘텐츠 작업도 하긴 하는데······. 진짜 깨작거리는 수준이다. 그리고 이게 또 수면제 역할을 하기에, 안 할 수도 없고·······.   


             

03:50     

<취침>     


아. 또 늦었네. ㅠ 꿈이라도 좋은 걸로. 프리즈!          




보다시피, 참으로 단조로운 일상이다. 이 와중에 한가하기까지 하면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참으로 잉여롭게 뒹굴게 된다.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아무리 잉여력을 마구 사용 한다 하더라도(나에겐 무한 잉여력의 초능력이 있나 보다.), 잠깐 눈이라도 붙일 수 없는 영업장의 무의미한 시간 떼우기는, 삶의 소중한 한 단면을 좀먹는 벌레와도 같다.     


얼마나 심심하냐면, 저런 그림자자 마저 뭔가 작품인 냥 서른 장씩 찍어 대고 막 그래......


차라리 바쁜 게 낫다. 시원하게 바쁘고, 쉴 때 딱 쉴 수 있는 그런 환경. 그래서 조금이라도 바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손님들에게 카페 창업 상담도 무료로 해드리고 있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의 '오늘도 카페'는 안녕하신가?
그리고 어떠신가?



비록 지금은 생각보다 조금(?)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더 나아져서 카페 오토를 태우는 매우 바람직한 꿈을 꾸면서 말이지.     


한 10억쯤 있으면 될까?

                             



         










그래서 준비했다.
두장 연속으로 10억짜리가 붙어 있어 두장이 걸리면 20억!
하지만 필자는 겸손함을 알기에 1장만 구입했다.
다른 사람도 당첨이 되어야지. 암.
그래서 10억이다.

                                        

                                     











그래. 역시 그럴 일은 없군.
ㅋㅋㅋㅋ


왠지 브런치 때문에 복권 구매가 더 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책임져!!!!                         


그럼 빠염~



너무 거시기한 이야기만 쓴 거 같아서 그러는데, 그럼 '개인카페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말이냐!?' 라는 반문은 반사한다. 필자의 말의 핵심은 한가한 카페는 돈을 벌지 못한다는 것이고, 바쁜 카페는 여유와 쉼 따위는 없다는 말이다. 차라리 직장이 나을 수도 있다는 말이지. 카페라고 하나 차려놨는데, 매일 야근하고, 매주 주말 출근하는 회사가 되버리면. ㅋ

그래서 다음 편에는 '카페 창업 말리는, 카페 창업 컬설팅'을 포스팅 할 예정이다. 잇힝~ 나름 합리적이면서 프랜차이즈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카페 창업에 대한 이야기인데, 수 많은 조건을 통과하면 나름 뭐. 카페에 대한 판타지를 이룰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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