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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Jul 26. 2018

바질페스토위치

오늘도 카페 시즌 2 - 회차 / 011






메뉴전쟁 - 01
<카페에서 만드는 음료와 음식 이야기>




첫번째 메뉴 ㅡ

* 바질페스토위치




카페를 옮겼다.


카페를 옮기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평수였다. 그동안 10여 평의 나름 널찍한 카페를 운영하다가 3평짜리에서 장사를 하려니, 손님들이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딱 네 개가 끝이다. 네 테이블이 아니라, 의자 딱 네 개. ㅋㅋ      


그러다보니, 앉아서 먹어야 하는 디저트류 보다는 간단하게 사서 들고 나갈 수 있는 식사류가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앞에 대학교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격도 나쁘지 않고, 미리미리 준비해 놓을 수 있는 샌드위치가 좋을 것 같았다. 마침 의정부에서 개발해 놓은 ‘쿠바샌드위치’를 비장의 무기로 내새웠다.      


영화 ‘아메리칸 셰프’에 나오는 쿠바노스는 돼지 통 목살(어깻살)를 쥬시한 소스에 마리네이드 해서 통으로 구워 잘라낸 속 재료를 그릴에 구워 듬뿍 넣은 샌드위치다.      


헌데 쿠바노스는 즉석에서 만들어 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즉, 미리 만들어 놓을 수가 없다는 말이다. 그그그, 녹진하게 멜팅 된 치즈가 고기와 피클 사이에 바짝 붙어야 하는 쿠바노스는 반드시 즉석에서 만들어야 맛이 난다.     


그래서 쿠바노스 대신에 쿠바샌드위치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여대 앞이라서 <고기-치즈-피클-버터>의 묵직한 콜라보의 쿠바노스 대신에, 수입산 고급 햄을 쿠바소스(모호mojo소스)에 절여 돼지고기 어깻살 대신 사용하고, 야채를 듬뿍 넣은 건강식의 느낌이었다. 독특한 소스에 나름 맛도 있어서 나름 자신하는 메뉴였다.     

 

그런데 웬걸.


손님들이 찾는 것은 쿠바샌드위치가 아니었다. 물론 가성비가 나쁘지 않아 적당히 팔리긴 했지만,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본 손님은 무조건, 두말 할 필요 없이, 쿠바노스를 요구했다. 시간이 8~9분이 걸리고, 가격은 거의 7천원에 가까우면서 아침에 로스팅 해 놓은 돼지고기가 떨어지면 더 이상 팔수도 없었는데도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나름 야심차게 가성비 있고, 팔기 편한 제품은, 저기 파리바게트만 가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가 파리바게트랑 소스가 다르다고 아무리 소리쳐 봐도, 고객들은 계속 질문을 한다.     


“그러니깐, 쿠바샌드위치가 쿠바노스여? 아니여?”


라고 말이다. ㅠ          


해서 현재는 쿠바 샌드위치는 메뉴에서 뺐다. 비슷한 이름의, 가격차가 있는 샌드위치를 고객들이 직접 먹어보기 전에는 잘 구분이 안 간다는 한계를 통감 했달까?     


가끔이지만, 바깥 POP의 <쿠바샌드위치 - 4,500원>을 보고 들어 왔다가, 아메리칸 셰프의 그 샌드위치는 <쿠바노스 - 6,700원> 이라고 설명 했을 때의 당혹한 표정을 더 이상 보고 싶지도 않았다. 그리고 손님들은 광고물에 속은 것 같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 물론, 바깥 POP에 자세히 설명해 놓았다. 작은 글씨로·······. ㅠ 읽을 턱이 없는 것이다.     


여튼, 그런데 그 와중에 또 쿠바샌드위치를 좋아하는 단골들이 생겼고, 일주일에 3번은 드시는 어떤 손님은, 메뉴에서 자취를 감춘 쿠바샌드위치의 행방에 또 다른 난감함을 보여 주셨다.     


그래서 어차피 쿠바샌드위치를 만들 재료는 항상 있는 것이고, 그 분이나, 또는 초반에 쿠바샌드위치를 드셔 본 손님들이 요구하시면 메뉴에는 없어도 즉석에서 만들어 드리고 있다.      


헌데 이게 또 7~8분 걸리는데·······. 그럼 쿠바노스랑 뭐가 다른 거지······?       


ㅋㅋㅋㅋ     


일종의 총체적 난국이었다.     


메뉴를 대대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생겼다. 마침 카페 앞 대학의 방학이 왔고, 계속 생각해 오던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주말 농장에서 열심히 키워 놓은 바질을 한 자루 따왔다. 그리고 바질 페스토를 만들었다.          


바질 페스토 바로가기.
https://brunch.co.kr/@adbada/15

이때 바질페스토만 사용하면 맛이 약할 수 있어서 1차로 만든 바질페스토는 냉동을 하고, 영업용으로 사용할 바질페스토는 필요한 양을 해동해서 바질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바질쨈으로 샌드위치를 만들기로 했다.     


바질쨈 바로가기.
https://brunch.co.kr/@adbada/106



쿠바노스야 어차피 하루 5~6개 정도 팔면 재료가 떨어져서 만들 수도 없다.      


그리고 쿠바 샌드위치는 메뉴에서 뺐기 때문에 그걸 대체할 다른 샌드위치가 필요했다. 예를 들면 고객(학생)들이 신기해하면서도 잘 먹어 보지 못한 샌드위치가 말이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판단한 뒤 메뉴가 결정됐다.      


이 글을 업데이트 한 날의 9일전 바질페스토 샌드위치, 즉 <바질페스토위치>를 런칭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런칭 후 6일째 매진(주말 제외)을 이어갔다. 바질 페스토와 바질쨈이 떨어져서 주말농장을 한 번 더 털어 와야 할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하루에 50개씩 100개씩 파는 것은 아니다. 한번 만들어 놓은 바질쨈은 22~26개 정도의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그게 한계다. 그리고 지금은 방학기간이라서 마냥 재료를 준비해 놓을 수도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히 보았다. 바질쨈과 수제햄만 있으면 5분도 안 걸려서 바질페스토위치를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오픈전이나, 중간에 한가한 시간에 2개씩 만들어 놓으면 바로 샌드위치를 판매 할 수도 있다. 뭐, 그래서 안 팔리는 것은 내가 먹고 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좋은 반응에 매우 고무적이긴 하다. 아참. 그렇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로스팅만 13년째에, 질 좋고 저렴한 커피 메뉴를 왕창 만들어 놓았는데······, 이놈의 카페에서는 샌드위치만 나간다. ㅠ 우리 커피집이란 말이다! 커피 맛있다고오오오오! ㅠ  


자자,

됐고.


그럼 바질페스토위치를 어떻게 만드는지 레시피를 빼 놓을 순 없겠지? 카페 안에서 대충 찍은 거라 사진의 퀄리티 부족은 양해 부탁 바란다.      


아참, 필자는 수제 등심햄을 카페에서 직접 만들고 있어서 그걸 주 재료로 사용하는데, 집에서는 그냥 마트에서 파는 햄을 쓰면 될 듯싶다. 단, 스팸햄 같은 맛이 매우 강한 햄들은 패스하는 것이 좋다.  아니면 아래 수제햄 만드는 법을 보고 따라해 보시면 될 듯.    

    


수제햄 바로가기.
https://brunch.co.kr/@adbada/102

  



* 바질페스토위치 레시피


1. 빵은 조금 비싸더라도, 통밀과 견과류가 함께 들어간 식빵을 사용한다. 일단 한번 토스팅 한 뒤, 빵 양쪽에 바질쨈을 듬뿍 발라준다.     





2. 바질페스토위치에는 세장의 햄이 들어가는데, 이때 제일 하급의 햄이 불고기햄이다. 모양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에 사용하고 있다. 일단 이 햄을 한 장 올려주고, 얇게 썬 양파를 조금 골고루 둘러준다.     





3. 슬라이스 토마토 두 장을 4등분해서 평평하게 올려주고,     





4. 조금 비싼 수입햄을 올리고 바질쨈을 얇게 한번 발라준다. 접착제 역할을 하는 동시 맛도 굿굿!     





5. 그리고 스위스아메리칸 치즈 한 장~ 그 위에 수제 등심햄도 한 장 올리면 거의 끝이다.     




  

6. 마지막으로 양상추나 로메인 등의 야채를 두껍게 올리면 끝!   






7. 유산지로 예쁘게 싸서 커팅을 하고, 샌드위치 단면에 바질쨈을 한번 스윽~ 발라주면 이건 꿀맛 인정각? 

              





ㅎ           

오늘도 카페 시즌 2 시작합니다. 메뉴전쟁 시리즈도 계속 되고요, 종종 카페를 운영하면서 일어나는 잡다한 이야기도 업데이트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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