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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Nov 01. 2018

요즘 트렌트는 넘나 다양한 것

오늘도 카페 시즌 2 - 회차 / 012





메뉴전쟁 - 02
<요즘 트렌트는 넘나 다양한 것>



요즘들어 필자는 개인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가장 베스트인 상황을 상상해 보곤 하는데, 3,000원짜리 아메리카노를 하루에 딱 100잔만 팔면 될 것 같다는 것이다.     


3,000원 x 100잔
하루 30만원의 매출이 나온다.


일주일에 한번 쉬고, 26일쯤 일을 한다면 한 달에 780만 원 정도의 매출이 되고, (개인적으로 14년 동안의 장사 구력으로 쌓은 노하우와 통빡을 다 동원해서 계산 한) 350~400만 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 본다.     


어차피 자영업이고,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영업 이익이 곧 순이익 이라고 봐도 된다면 꽤 괜찮은 수익 아닌가?     

하루 100잔의 아메리카노. 맘먹고 뽑으면 두 시간도 안 걸려서 만들 수 있는 노동력임을 감안하면 아주 그냥 꿀이다 꿀.     


그래서 필자의 목표는 간단하다. 그저 하루 딱 100잔의 음료를 판매하고 싶다는 것이다. 물론 필자의 카페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1,900원이지만, 그 외 다른 음료들도 있고 하니, 얼추 일 매출 30만원 언저리를 노려본다는 계산이다.     


그런데.     


하루 100잔의 음료 판매?

쉽지 않다.
매우 쉽지 않고,
너무 쉽지 않다.


물론 주변에 보면 장사 잘 하는 집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곳들은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권리금 보증금 월세 많이 주고 괜찮은 곳에 들어가거나, 역시 비용 많이 드는 프렌차이즈의 가맹점이 된다거나, 경쟁이 덜 심한 아이템으로 승부를 본다던지, 아니면 홍보가 엄청 잘 되어 있다던지. 여튼 그런 이유들도 계획으로 가능 한 것에는 한계가 분명 있고, 거의 대부분 돈이 드는 작업들인 경우가 많다.     


결국 필자 같은 자영업자는 맛과 희소성, 그리고 가격 경쟁력 외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건데, 맛은 어찌어찌 나라면 사 먹을 정도로 맞출 수 있다고 해도, 희소성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트렌드에 민감해야 하고, 그때그때 빠르게 트렌드에 올라타거나, 트렌드를 만들어내야 한다.      


트렌드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저 우리 동내, 나의 상권, 그 정도 안에서 부는 찾잔 속의 태풍이라도, 분명한건 나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니깐.     

그래서 요즘 뜨는 ‘젊은 맛’에 무엇이 있나? 접근성은 용이 한가? 희소성은? 자체 조리 방법은? 등등을 고민하면서, 5월 중반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메뉴들을 개발했고, 그 중 딱 2개만 살아남았다. -_-;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살아남은 메뉴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최소한 살아남은 메뉴들은 재고 관리가 용이 할 정도로 회전이 된다는 이야기고, 로스로 인한 비용낭비가 없다는 점이다. 진짜 크고 넓은 매장에 넉넉한 수납과 냉장시설을 구비한 환경이 아닌 곳에서는 공간사용이 곧 비용으로 치환되기도 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두 개의 살아남은 메뉴(아. 최근엔 1개 더)는 소중하기까지 하다.      


자자.


뭔 말이 많아 봤자, 귀에 들어 올 리 없으니, 그동안 살아남은 메뉴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필자가 운영하는 동내만 아니라면 참고해서 메뉴를 구성해 봐도 좋을 듯싶다.          


“아래부터 사진은 휴대폰으로 찍은 것을 감안해 주세요!”




첫번째 메뉴 ㅡ

* 바질페스토위치


일단, 지난번 포스팅의 ‘바젤페스토위치’는 카페에서 여전히 성공적이라 생각할 수 있다.   

  

https://brunch.co.kr/@adbada/112


다만, 

지난번 올렸던 포스팅에선 아직 100%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 이후로, 많은 단골손님들의 의견과 지적 또는 협박(?)에 의해 드디어 완성된 바질페스토위치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완벽하게 이런 느낌으로 판매가 가능하게 되었다. 모양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드디어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 수 있게 되어달까?     


사실 이 녀석의 탄생은 꽤나 복잡한 시퀀스(이렇게 쓰는 용어가 맞나?)에 의해 이루어 졌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필자가 수제햄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은 기왕의 사실이고, 그간의 브런치 포스팅을 통해 알려져 있었다. 더불어 작은 허브 농장을 부치고 있었고, 최애하는 허브는 스위트바질이라서, 종종 바질에 대한 포스팅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툭 튀어 나올 수밖에 없었던 메뉴였다     



이렇게 직접 만든 햄에 다양한 야채와 치즈, 그리고 바질페스토를 올려서 술안주로 먹고 마시던 버릇이 메뉴 개발에 도움이 될 줄이야······. ㅋㅋㅋ      





하지만 지방이 넉넉하게 끼어 있는 햄은 샌드위치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서 지방이 거의 없는 등심을 이용해서 햄을 만들었고, 때문에 보관도 용이하고, 햄의 면적이나 퀄리티도 일정하게 유지 할 수 있게 된 것도 나름 포인트였다.      



    

이렇게 들어갈 재료들을 선별하고, 처음으로 바질페스토 샌드위치를 만들어 보았다.          






     

음······. 뭔가 난해했다. 맛은 나쁘지 않았지만 바질페스토의 향도 좀 부족했고, 그렇다고 페스토 양을 늘리자니, 페스토 특유의 씁쓸함(?)이 강하게 올라오고······.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바질페스토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곳에선 페스토의 높은 단가도 단가지만, 이 때문에 바질 페스토를 듬뿍 올리지 못하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반드시 해결을 해야 하는 문제였다. 진짜 맛있는 바질페스토 샌드위치를 만들려면 바질페스토가 가진 단점을 극복해 내야 했다.     


결국 바질페스토의 몇 가지 단점을 하나씩 고치기로 했다. 1. 바질 특유의 쓴맛(?) 2. 진한 죽 같은 질감의 묽은 느낌. 3. 대부분이 한국인이 선뜻 내켜하지 않는 이국적인 맛.     


이 세 가지 중에 1과 3는 ‘바질페스토 냉 샐러드 파스타’란 메뉴에서 영감을 얻어 해결했고, 질척질척한 느낌의 페스토는 바질쨈의 방법을 한 번 더 개량해서 해결 할 수 있었다.       




   

   

드디어 샌드위치에 발라도 질척거리지 않는 크리미한 바질페스토 소스를 완성했다. 이때 바질페스토 만든다고 사용한 생바질의 양만 20Kg이 넘어갔다. ㅠ 갈고 갈고 또 갈고······.     






그래서 지금은 실제 이런 모양의 바질페스토를 4,800원에 판매하고 있고 나름 선방 중이다.               






두번째 메뉴 ㅡ

* 바질페스토 냉 샐러드 파스타


필자의 카페 근처 10초 거리에는 투고 샐러드도 있다. 굳이 샐러드를 사이드로 선택할 이유는 없었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고, 오전에 만들어 두면 저녁 전까지 판매도 할 수 있을뿐더러, 미리 만들어 두기 때문에 혼자 일하는 필자가 바쁜 점심시간에 쇼케이스에서 꺼내기만 하면 팔 수 있는 제품이란 점은 매우 메리트가 있었다. 더불어 가격까지 좋으면?     


그래서 이 메뉴는 어느 정도 판매가 될 것을 예상하고 만들었다. 일단 두 가지. 첫째는 토마토소스 냉 샐러드 파스타. 그리고 두 번째는 쿠바소스 냉 샐러드 파스타였다.     


마침 여름이었고, 입맛 없을 때 먹으면 후르륵 잘 넘어가는 쿠바소스 냉 샐러드 파스타는 나름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그게 문제였다. 4,800원하는 가격에 양도 넉넉해서, 만들어 놓으면 팔렸다. 만들어 놓으면 팔리는데 뭐가 문제냐고? 물론 처음엔 필자도 그렇게 생각했다.     


소소하게 점심에 5~6정도 팔면 사이드로서는 괜찮겠지 생각했고, 실제로 4개쯤 만드는데 40~50분쯤 걸리니, 1시간 정도에 6개를 만드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의 입소문을 타고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일단 투고보다 저렴한 가격, 비슷한 양의 채소, 거기에 파스타와 닭고기까지. 안 팔리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던 것이다.     


그런데 또 이상한 것은 토마토소스는 안 팔리고, 쿠바소스만 팔리는 것이다. 토마토소스는 워낙 흔하다보니, 접해본 적이 거의 없는 쿠바소스(모호소스)에 꽂힌 학생들의 러시······. -_-; 그렇지만 카페에 준비된 쿠바소스 샐러드 파스타는 딱 3개. -_-;;;;; 그래서 무리해서 쿠바소스는 5개 토마토는 3개쯤으로 양을 늘렸다.     

 

하지만 ‘그 카페 샐러드 파스타는 맛있지만, 먹기 힘들’단 소문이 돌았고, 여름이 지나면서 점점 판매율이 떨어졌고, 어느 날 부터는 매일 한 개 또는 두 개가 남게 되었다.      


결국 필자가 남은 녀석을 식사대용으로 먹으면서 강제 다이어트를 했는데, 원래 먹던 밥을 끊지는 않아서 살이 쪘다는 안타까운 전설도 생겼다. -_-;     


각설하고, 처음엔 토마토소스를 없애자는 방안이 나왔다. 그리고 모호소스 역시 반응은 좋았지만, 상콤달콤한 소스였기에 선선해지는 가을까지 버틸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아예 소스를 일원하되 쿠바건 토마토건 다 정리하고, 파스타에 집중에서 딱 가을까지 판매 할 수 있는 냉 샐러드 파스타를 런칭했다.     


그건 바로 바질페스토로 만든 냉 파스타였다.     





원래 예전부터 여름이면 이런 식으로 자주 만들어 먹었던 파스타였다. 이걸 조금만 변형해서 팔면 되겠다 싶었고, 다행히 아주 마음에 들게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이전의 샐러드 파스타는 샐러드의 양이 많았다면 이 녀석은 아예 파스타를 주력으로 삼되 야채도 부족하지 않게 넣었다.          






여기에 햄이나 닭 가슴살을 올려서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게 만들었다. 해서 가격을 5,500원으로 올렸고, 여름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카페에서 바질페스토위치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는 메뉴로 자리를 잡았는데······.     


온난화. 아놔······.     


가을이 사라진 지금은 냉 파스타를 판다는 것은 미친 짓이란 결론과 함께 예약 주문만 받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간혹 예약 주문이 들어온다는 것이고, 내년 봄부터는 꽤나 밀어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개의 메뉴가 자리를 잡았고 필자는 지금도 계속, 카페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하고 있다. 맛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 이익도 실현해야 하면서, 로스가 남지 않고, 입소문이 날 수 있는 그런 메뉴를 찾아서! 하하.     


아래는 그동안 만들었고, 일말의 가능성이 보이는 메뉴들이다. 쓱~ 한번 살펴보고, 오늘 포스팅은 마무리 하고자 한다.          





글뤼바인 또는 뱅쇼라 불리는 서양 쌍화탕이다. 이전 카페에서는 꽤나 잘 나갔는데······, 여기선 아직 몇 잔 팔지 못했다. 다행 인 것은 이 녀석은 얼려서 보관이 가능함으로 언젠간 팔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보관 중이다. 따흑~ ㅠ          





바질페스토위치는 두 개 동시에 만드는데 6~8분쯤 걸린다. 근처에 학교가 있어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맞춰 등하교를 하는데, 하교에 비해 등교 시간은 매번 빠듯하기 마련이다.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줄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개발한 것이 ‘다마고 샌드위치’다. 미리 만들어 두면 하루 종일 팔수 있고, 사진과 같이 반쪽씩 판매를 하고 있어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개당 2,500원이면 싸지 않은가? ㅎ 특히 다마고에 바질페스토로 양념을 했기에 독특한 느낌이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만든 샌드위치 중에 가장 맛있는 ‘크루아상 샌드위치’다. 진짜 간단하게 수제 햄과 스위스 치즈, 바질페스토 소스 조금이랑 하와이언 쉬림프를 얹었는데······. 와······. 이건 진짜 맛있다. 입에서 녹는 수준이랄까?     


가격도 고심하다가 한동안 4,800원에 판매 했는데······. 결론은 실패 했다.     


실패의 원인을 나름 열심히 분석해 보았는데 몇 가지 원인을 유추해 볼 수 있었다.  

   

1. 포장이 용이하지 못하다. 아무래도 테이크아웃 점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사진을 찍기 애매하다는 것이 문제일 수 있었다.     


2. 강력한 경쟁자 바질페스토위치. 5,000원에 가까운 샌드위치를 고민 없이 사먹기엔 학생들에겐 무리가 있다. 이왕이면 가성비를 따져서 구입을 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점이다.     


3. 2의 연장선상으로······. 이게 배가 부른 음식이 아니다. 간식은 될 수 있는데 식사는 되지 않는다. 딱 세입 먹으면 끝이다. ㅠ           


그래서 이 녀석은 잘 킵 해 두었다가 나중에 가게를 확장해서 인스타 사진용 카페를 오픈하면 그때 다시 판매 해 볼 생각이다.          





자자.


오늘은 이쯤하고, 나중에 또 잔소리 하고 싶으면 다시 뿅하고 나타나겠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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