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올라올지 모르는 그 남자의 주말농장(또는 카페) 쿠킹 라이프
바질 시금치 페스토
10월까지는 좀 오락가락 하던 날씨도 11월이 되자 ‘나 가을인데, 좀 있음 겨울이다. 쨔사!’라고 협박하는 것 같다.
덕분에 카페에서 키우던 바질들은 꽃대를 신나게 올리면서 이파리가 사용하던 에너지를 강탈해 사용하고 있다. 뭐 아열대 지방 위로 생존하는 모든 식물들이 대체로 그렇겠지만, 바질은 좀 아쉽다. 중부 이상 지방에서는 아무리 온실에 키워도 사시사철 향기롭고 부드러운 바질을 수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불고, 꽃대가 올라오면 바질의 향이 변한다. 넓고 둥글둥글한, 먹음직한 바질 잎은 어디로 가고, 빼족빼족하고, 억센 바질 잎이, 마치 올드스파이스 같은 향을 내뿜는다. 그 향이 마치 치과에서 치료 받을 때 나는 냄새와도 닮아 있고, 서양에서는 클로버라 부르는 ‘정향’이라는 향신료와도 비슷하다.
그래서 가을 바질로는 100% 바질 페스토를 만들지 않는다
아. 물론 괜찮은 잎만 추려서 만들면 가능하지만, 손이 너무 많이 가고 양도 적다. 그럴 때, 필자는 가을에 만드는 바질 페스토에는 시금치를 넣는다. 강한 바질의 향을 중화 시켜 주면서도 달큰하고 고소한 시금치의 향이 함께 어우러진 ‘바질 시금치 페스토’
일반 바질 페스토보다 됨직 하게 만들어 병입 해 놓으면 한겨울 든든하게 보낼 수 있다. 오늘은 ‘바질 시금치 페스토’ 만드는 법을 포스팅 하고, 다음 주에는 ‘바질 시금치 페스토’로 만들 수 있는 파스타 요리 두 개를 소개 해 보려고 한다.
자자. 그럼 레시피 시작!
카페 내·외부에 바질을 키우는데, 10월 초에 월동용 바질은 이미 카페 내부로 들어왔다. 바깥에 씨를 받으려고 남겨 둔 바질은 이미 잎이 단단해지고 뾰족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최대한 깨끗하고 널찍한 바질 잎을 수확한다. 외부의 바질 잎이 모자라서, 월동용 바질도 십시일반 조금씩 모았다.
외부에서 키운 바질은 벌레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서 찬물에 식초를 조금 뿌리고, 한 20분 정도 푹 담가 두었다가 여러 번 헹궈낸다. 물기는 바짝 말려야 하니, 선풍기를 틀어주거나,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린다.
시금치도 마찬가지다. 깨끗이 헹구고 물기를 바짝 말려준다. 시금치의 양은 바질의 10~15배 정도가 좋다.
그 외에는 페스토 만드는 방법과 똑 같다. 올리브유, 잣, 견과류, 파마산치즈, 마늘, 소금, 후추, 레몬 정도 들어가는데, 필자는 조금 딱딱하게 만들었다. 묽게 만들려면 올리브유를 더 넣어서 농도를 조절하면 끝~
순서는 바질과 시금치 올리브유를 넣어 한번 갈아준다. 올리브유가 너무 없으면 잘 안 갈리는데, 빡치지 말고, 끈기 있게 믹서를 달래가며 갈아준다. 바질과 시금치가 다 갈리면 한데 모아놓은 나머지 재료(견과류 및 파마산, 마늘 등)를 조금씩 넣어가며 충분히 갈아준다. 역시, 안 갈린다고 빡치지 말고, 믹서기 멱살 잡고 흔들어 가면서 갈다보면 어느새 잘 갈려 있다.
잘 갈았으면 마지막으로 레몬즙을 취향 것 넣는다. 필자는 레몬 반통 정도 짜서 넣었는데, 조금 적게 넣었다. 그게 바질 시금치 페스토로 다른 요리를 할 때 자유도가 높아진다. 레몬즙은 나중에 요리 할 때 추가해도 되니깐. 다만, 바로 빵을 찍어 먹을 때는 좀 아쉽긴 하다.
부드러운 질감을 좋아해서 조금 곱게 갈았다.
깨끗이 소독한 병에 병입을 해야 하는데, 숟가락으로 하려니 또 빡이······. 그래서 한통 마무리하고, 짤주머니를 이용하니······, 더 빡·······. :( 짤주머니는 병에 담을 때는 깔끔하게 담아 지는데, 짤주머니에 페스토를 넣을 때 짜증이·······. 그리고 그러다보니, 일을 두 번 한 느낌이다;;;;
병입이 끝나면 맨 위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뚜껑을 닫아, 냉장 보관한다.
마침 팔고 남은 치아바타가 있어서 믹서기와 짤주머니에 남은 페스토를 발라서 먹었다. 역시. 가을엔 진득한 바질시금치 페스토가 어울리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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