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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BADA Dec 01. 2015

주말농장의 끝 : 김장 THREE

일주일에 한 번 그 남자의 주말농장 쿠킹 라이프 / 013






주말농장의 끝 : 김장 THREE


이번 포스팅은 2013년 김장을 기록한 사진들로 작성되었다. 때문에 앞의 ONE, TWO와 이어지는 포스팅은 아님을 밝혀둔다. 단, ONE, TWO 이후에 어떻게 김장이 진행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유추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13년에는 무가 정말 잘됐다.

딱히 시래기용 무가 아닌데도 시래기 따로 무 따로 사용 할 수 있을 정도로 수확이 좋았다. 한 이 정도는 말려 놓아야 세집이 겨우내 넉넉히 먹는다. 특히 이 시래기는 어머니가 매우 좋아하는 겨울양식인데, 겨울에 아버지 밥상 국 끓일게 마뜩찮으면 거의 시래기 된장국이다.      


전편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올 해 김장배추는 역사상 최고였다. 배추가 좋다 못해, 시중에서 이만한 배추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헌데 또 무는 별로였다고 한 것 기억나시나?      


2013년에는 무가 좋았던 반면에 배추가 말썽이었다. 말썽 정도가 아니라, 주말농장 역사상 최악이었다. 날씨도 배추를 심고 한 달 반가량을 매주 비가 왔고, 해가 난 날이 거의 없었을 정도였다. 그러니 배추가 잘 될 턱이 있나.      

하지만 안 돼도 너무 안됐다. 주말농장 세집의 김장 양이 최소 중간배추로 200포기는 해야 겨울을 날 수 있다. 올해 같은 경우에는 배추도 특상이고 넉넉하게 할 수 있어서 한 250포기(중간배추로 300포기 정도)를 했는데, 2013년은 작은 배추로 200포기를 간신히 할 수 있었다. 그것도 한 80~100포기는 시장에서 사다 할 수 밖에 없었다.      




시장에서 산 배추는 알은 작았지만 그나마 깨끗했다. 물론 농약을 잘 쳤기 때문이겠지만, 저런 작은 배추가 부러울 줄이야·····.    

 



그리고 우리가 농사를 지은 배추들이다. 비도 비지만 약을 아예 못 쳐서 온갖 벌레들이 배추 파티를 벌이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약을 아예 안치는 것은 벌레만 좋으라고 농사를 짓는 꼴이란 생각을 한다. 그럴 바엔 그냥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이 벌레들에게도 훨씬 나은 환경일 것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농사란, 인간도 환경도, 서로 어느 정도 양보하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이는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형 농사에서는 거의 헛소리로 분류되지만, 이렇게 자가소비를 위한 농사에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결국 이렇게 자가 소비를 위한 농사에서는, 농약을 쓰라는 양보다 조금 덜 쓰고 마지막 수확 전에는 아예 안 쓰는 저농약 농법이 가장 이상적인 것 같다는 말이다. 그리고 제초제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검은 비닐이나 모직포로 잡초를 막고, 수확 후 잘 걷어서 처리하는 것이 훨씬 환경에 좋은 일이 된다.     


솔직히 아예 농약을 치지 않는 유기농에 대한 믿음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유기농과 친환경은 매우 어려운 길이다. 심지어 일반 농약을 쓰지 않을 뿐이지, 구충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농산물들이 벌레의 먹이가 되거나 병이 들어 상품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하여 유기농 역시 친환경 농약이라 포장된 약들을 사용하고 있고, 일반 농약과 성분이 다를 뿐이지, 일정부분 구충작업에 효과가 있다. 그리고 비료를 쓰지는 않지만 거름은 사용하고 있으니 완전한 자연농법으로 탄생한 (상업적)농산물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당연히 유기농 과수원에서는 상품성 있는 농산물이 나오기 힘들다. 잡초가 가져가는 영양분이 상당하다. 관리도 힘들다.


그러니 우리는 유기농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저농약 농법으로 방법을 결정했던 것이다. 아직도 나는 조금 덜 쳐야 한다는 입장이고, 회원들은 조금 더 쳐도 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특히 개인적으로 제초제를 너무 싫어하는데, 꼭 봄이면 마을 단위로 제초제를 뿌려 되어서 매우 안타깝기만 하다.      




자. 그렇게 의도하지 않게 무농약 제배를 하게 된 배추들이다. 비료도 한번 못줘서 씨알도 잘고, 상품가치라고는 공짜로 준다 해도 아무도 가져가지 않을 정도였다. 제길. 이런걸 보면 ‘농약의 소중함’이란 개념까지 떠오른다.      

여튼, 우리는 최소한 중국산은 먹지 않는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한 주말농장이니깐, 이 마저도 그냥 만족하기로 했다.       



잡소리가 길었다. 

그렇게 배추를 수확하고 절여 놓은 다음에는 밥을 먹는다. 




새참은 중요하다. 당일 새참은 도루묵찌개였는데 아침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반주를 곁들일 수 있는 것으로 식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다.       





밥을 먹으면 잠시 쉬는데 필자는 사진을 찍는다. 이 사진은 최근에 만든 필자의 홈페이지 대문사진으로 사용하는 ‘호접몽’이라는 사진의 기초가 되는 사진이다. 가끔 이렇게 주말농장에서 괜찮은 사진들을 건저내기도 한다.          


소설사진
호접몽
바로가기



배추가 절여지는 동안 들깨를 털었다. 마침 옆집 할머니 댁에는 오래된 도리깨가 있어서 배추를 수확한 밭에 천막을 펼쳐 놓고 들깨를 터는데, 그 해에는 얼마나 나왔는지 잊어버렸다. 올해는 3말이 넘게 나왔다고 하니 현재 시가로 약 20만원어치 정도 된다. 이 들깨는 거의 대부분 기름을 짜서 먹는다.      

기름을 짜기 위해서는 낱알과 쭉정이를 어느 정도 미리 골라내야 하는데, 옛날에는 키라는 것을 이용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선풍기를 이용한다. ㅋ 잘만하면 단번에 쭉정이를 골라낼 수 있는 방법이다.      




키를 사용하는 목적은 같은데 사용법이 다른 아버지

멋지지 않은가? ㅋ  




동영상을 보면 확실히 그 성능을 알 수 있다.       





올해 와는 다르게 앙증맞은 양이다.

갓이다. 2013년에는 갓도 별로였다. 요 정도는 필자 혼사서도 20분이면 다듬는다.  그 외 다양한 재료들을 다듬고 날이 버무려 실내 작업에 들어갔다.




김칫소에 가장 중요하면서도 양이 제일 많은 것은 바로 무채다. 하여 무채 작업에 가장 많은 인원들이 투입이 된다. 필자가 가장 잘하는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그리고 다른 야채들도 손질을 해 두고     




마지막으로 양념에 들어갈 마늘, 생각, 배 들을 갈아 두었다.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그렇지, 거의 서너 시간이 들어가는 고된 작업이다.     





일이 모두 끝이 나면 농자금마련 ‘뽕’이라는 화투를 치는데, 이 ‘뽕’이란 게 치매예방에 그렇게 좋다고 한다. 일단 패를 읽고, 산수를 열심히 해야 하는 게임이라서 고스톱보다도 훨씬 재미있다고 한다. 아, 필자는 할 줄 모른다. 하여 필자는 작은방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

비가 내렸다. 어쩜 이렇게 한해도 빠짐없이 비가 내리는 날에 김장을 하게 되는지······. 뭐 올해는 어머니의 결단으로 날짜를 옮겨서 다행히 비를 피할 수 있었지만 작년까지는 비를 맞으며 김장을 했다. 




뜨끈하고 든든하게 밥을 먹었다.     




그리고 배추를 씻기 위해서 임시 비닐 천막을 쳤다. 나름 훌륭하다.      




그 사이 배추 씻는 3인 1팀이 구성이 되고 단계별로 배추를 씻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깨끗한 배추가 나오면 그건 또 필자가 날라서 잘 쌓아놓아야 한다.  첫 씻음배추가 나왔다.    




비가오지 않으면 보통 바깥 깨끗한 평상에 비닐을 깔고 씻은 배추를 쌓고, 집 안에서 배추를 버무리는데, 이 날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기로 했다. 옮기고 어쩌고, 비 맞고 어쩌고 하다보면 노동량이 꽤나 늘어날 것 같아서였다.      


하여, 비닐하우스 안에 굵은 스티로폼을 깔고 배추를 쌓았다. 만약 조금만 잘못 쌓아도 한 번에 재작업이다. -_- 그리고 배추는 필자가 쌓는다. 아. 놔.     




배추를 조금 쌓으니, 또 참이다. 이번 참은 배추전인데, 이건 아버지가 좋아하는 녀석으로 김장 할 때 한번은 꼭 먹어야 한다.      




참도 먹었고, 배추 씻는 팀에서 어머니가 양념 팀으로 나오셨다. 예전에는 김칫소 양념을 할 때면 보통 큰 고무대야를 사용해서 양념을 했는데 요즘에는 비닐을 이용해서 크게 양념 통을 만들고 각 가정이 모두 둘러앉아서 배추를 버무려 바로바로 김치 통에 넣는 것을 선호한다.    




방법은 이렇다.  

깨끗한 새 비닐을 바닥에 이중으로 깔고 그 위에 갖은 양념을 부어서 버무리는 것이다. 옆으로 흐르지만 않게 작업을 하면 아주 편한 방법이다.     




한번 쭉 볼까?     

*일단 갖은 야채를 먼저 준비한다. 

*그리고 고춧가루를 부어 주는데, 당연히 그 해는 고추도 잘 안됐다. 하여 묵은 고춧가루도 투입이 됐다. 색깔부터 다르다.

*고춧가루가 뭉치지 않게 액체류는 일단 한번 버무린 다음에 넣는다. 

*고춧가루가 잘 버무려졌으면 풀죽을 넣고,

*새우젓을 넣는다. 

*그 다음은 다진 양념이 투입되고

*까나리 액적이 들어간다. (개인적으론 멸치액젓을 선호 함)

*마지막으로 매실청과 물엿을 넣어서 당도를 맞춘다.

*간을 보고 나서 추가로 몇 가지를 더 넣으면 끝! 


그리고 잘 섞어주면 되는데     

김치소를 버무리다보면 이곳저곳에서 허리며 팔이며 아프다고 아우성이다. 보다 못한 아버지가 곡괭이에 비닐을 씌워서 도움에 나섰지만 방해만 됐다는 슬픈 전설이 있다.     





그 사이 씻은 배추는 모두 완성이 됐다. 필자가 아름답게 쌓았다. 오천년 전에 태어났으면 피라미드도 쌓았을 수 있을 정도다. 뿌듯하다.     




자! 이제부터 각 집마다 둘러 앉아 김치를 만든다.       





그리고 차곡차곡 김치냉장고 통에 담아내면 끝이다.          




이게 모두 끝나면 일단 모두 집으로 귀가를 하고, 다음 주나 다 다음 주에 한 번 더 들어가서 농장 정리를 하면 한해의 주말농장 이용은 모두 끝이 나게 된다.     


그렇게 올해도 주말농장은 폐막하게 됐다.


올림픽이냐? -_-




아 다음 주 화요일에는 어떻게 하지? ;;;;;; 







아. 그리고.

매거진을 하나 더 발행합니다.

The 남자의 주발밥상의 스핀오프 시리즈가 될 것 같습니다.

주말농장에 넘쳐나는 허브를 이용한 레시피 매거진이 될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 연재를 할 예정이고, 요일은 아직 미정입니다.

매거진 타이틀은 <내맘대로 허브요리>입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      


<내맘대로 허브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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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연재는 화요일에 찾아 옵니다.

주중에는 중간중간 사진 위주로 주말농장 소개가 올라옵니다.

구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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