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차 / 002
어쩌다보니 카페를 오픈했다. / 002
카페를 오픈한 뒤 지인들로부터 ‘카페 차리는 비용이 얼마야?’ 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뭐, 그럴 때면 항상 대답은 똑같다.
“니가 가진 돈이 1500만원에서 20억원 사이에 있으면 그에 맞춰서 카페를 차릴 수 있어.”
그럼 모두들 한참을 생각한다.
저 인간이 하는 말이 대체 무슨 말인지 말이다. 그러다 조금 눈치 빠른 지인은 다시 묻는데,
“그럼 여기에 이 카페 차리는데 얼마 들었어?”
“아. 그거. 이 카페는 4천 5백 만 원정도. 대로변에 10평정도면 괜찮지. 보증금은 어차피 돌려 받으니깐, 실제로 들어간 돈은 2천 5백 정도고, 그중 반절은 기계랑 설비고 나머지는 인테리어랑······.”
질문은 항상 정확하게 해야 원하는 답도 얻을 수 있다는 교휸을 지인에게 아로새겨 주고나면 꼭 다시 한 번 묻는다.
“아니, 그런데. 천 오백으로도 카페가 돼?”
“그럼. 저기 어디 동네 끝자락 구석에 있는 서너 평 남짓한 분식점 자리 보증금 오백에 월세 오십 짜리면 가능하고도 남지. 설비 할 거 없이 청소 깨끗이 하고 페인트 칠만 하고, 테이블만 예쁜 거 같다 놓고 커피 팔면 카페야.”
“그래도 커피가 맛있어야지. 기계가 비싸잖아.”
“뭐 동네 특성 타겠지만, 대부분 저 정도 동네면 둘둘둘 믹스커피거나, 좀 고급지게 가면 가정용 원두커피정도? 기계 값은 좋은걸로다가······. 15만원 정도 하고. 뜨거운 물 정도 필요하니, 핫 디스펜서 정도 놓으면 끝이겠구먼.”
물론 이 친구가 바리스타거나 커피 전문가는 아니어도 커피를 매우 좋아하는 친구라 역시나 날카로운 질문으로 되묻는다.
“그럼 에스프레소는? 그거 가정용 커피메이커로는 안 되잖아.”
“아. 그거? 그럼 모카포트를 쓰지 뭐. 5만원이면 좋은 거 살 수 있어.”
“나도 모카포트로 만든 커피 먹어 봤는데, 그래도 에스프레소 머신하고는 맛이 좀 다르지. 텁텁하기도 하고.”
“깐깐한 녀석.”
난 그러고는 다시 설명했다.
“좋아. 어차피 내가 생각하는 장사는 무엇을 해도 가성비야. 천오백이 들어간 카페랑 수억이 들어간 카페가 같을 수야 없겠지만, 네 말에도 일리는 있어. 그러니 뭐 까짓 에스프레소 머신쯤은 추가해 보자.”
어느덧 지인과의 대화는 이미 저기 어디 쌍문동 느낌 나는 동네의 골목 구석, 서너 평짜리 분식집을 인수해서 말끔하게 청소를 하고 페이트 칠을 한 뒤 카페의 이름을 뭘로 할지, 가격은 어떻게 구성할지 고민하는 단계로 나아가고 있었다.
“요즘 전자동 가정용 에쏘 머신은 50~100정도야. 최근에는 아예 카푸치노까지 만들어 주는 머신도 있더라.”
“뭐, 둘둘둘 믹스커피를 주로 사용하는 카페에선 그 정도면 되겠다.”
“그렇지. 하지만 라떼 아트 같은건 못해. 스팀이 별로라서.”
“그래 그건 뭐 포기하자.”
그래서 최저가 카페를 아래와 같이 구성해 보았다.
보증금 500 + 청소 및 페인트 70 + 탁자 및 집기 150 + 기계 및 설비 150 + 초도물량 100 + 기타 부동산비용 및 면허 및 이동 비용 식사 등 기타비용 150 + 세달 월세 150
합이, 1,270만원.
보통 생각한 거 보다 많이 들어가니깐, 1,500만원 정도면 위의 구성으로 카페를 오픈 할 수 있다.
그럼 이렇게 카페를 여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볼 땐 절대 없다.
물론, 갓 은퇴한 나이 지긋한 동네 토박이 아저씨/아주머니께서 동네 장사 하시려고 한다면 뭐, 나름 사랑방 같이 운영은 가능 할 거 같다.
하지만,
지인과 내가 나눈 이야기는 진짜 1500만원으로 카페를 차리자는 것은 아니니깐.
결론은 최소한 어느정도 승부를 볼 수 있는 곳에, 최대한 절약해서 카페를 오픈 한다면 최소 4500만원 정도가든다. 내가 그랬으니깐. 그리고 그 금액으로는 초반 6개월은 진짜 한 달 벌어 한 달 막고 나면 내 손에 떨어지는 것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중간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걸 막기 위해서 또 목돈이 들고, 그걸 다음 달에 막고······. 그렇게 자리를 잡고 나니깐 1년이 금세 지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리가 잡히니깐, 점점 단골이 늘고, 수입도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이게 됐다.
한 달에 2일 휴일. 오전 11시 출근 오후 11시 퇴근. 알바 없이 혼자 일함.
그렇게 1년을 버텼다.
그런데 그 시간을 단축 할 수도 있다. 그건 바로 자본금. 자본만 좀 넉넉하면 여러 가지 빠른 시간안에 자리 잡기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 카페를 오픈 했을 때 에어컨 용량이 너무 작아서 다른 에어컨을 들이는데 한 달 반이 걸렸다. 한여름이었고, 손님들의 불만도 많았다. 그럼 빨리 에어컨을 놓지 그러냐? 하시면 할 말이 없지만, 수중에 자본이 넉넉지 않아, 장사를 해서 번 돈으로 에어컨을 다시 놓느라 그랬다면, 좀 궁상맞나? 하지만 그게 사실인 걸 어쩌냐.
또는 간판을 해서 달았는데, 아무리 봐도 너무 없어 보이고, 잘 보이지 않았다. 이 간판만 바꿔도 이 가게가 카페인줄 알아보는 손님이 늘 텐데······. 나름 모던하게 한다고, 되도 않는 디자인으로 간판을 그로테스키 하게 만들어놔서 홍보물로서의 간판의 본연의 임무는 방기상태였다. 결국 이곳이 ‘카페’라는 공간이라고 사람들이 알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단골들의 입소문이었다. ㅎㅎㅎ
이때 초반에 다시 간판을 갈았으면 좋았을 텐데, 역시 궁상맞은 이유로 아직도 못 바꾸고 있다. 뭐, 그래도 이제는 거의 10개월 차까지 매달 두어 명은 뜬금없이 들어오셔서 ‘어 여기 카페가 있었네? 생긴 지 얼마 안됐나 봐요?’ 라고 물어 는 손님은 없으니깐. 뭐 그럴 때 나는 ‘열달 넘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그럼 손님은 자기가 여기 매일 지나다니는데,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놀라신다.
그 정도로 바깥에서 볼 때는 카페 같은 느낌이 안 드나보다. 물론 안에 들어오시면 독특한 분위기에 아늑하다며 좋아 하시지만······. 그건 들어와 본 손님만 아는 일이고. 결국 손님이 들어오게 하려면 바깥에서 보는 카페의 이미지도 매우 중요하다. 이때는 선팅지를 바꾼다거나, 홍보용 플랜카드나 입간판 등을 이용해야 하는데······. 그 놈의 궁상이 뭔지······.
자. 오늘은 짠내 나는 이야기를 했지만 다음에는······. 더 짠내 나는 이야기인 ‘커피 가격의 진실을 갈챠주마’를 연재해 볼까? 한다. ㅋㅋㅋ 그래도 이번에는 몇 천 만원 단위에 몇 백 만원 짜리 물건들 이야기를 했지······. 다음엔 몇 십원, 몇 원 짜리 물건들 이야기를 할······.
그럼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