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처럼 생긴 로봇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간단한 수인사 정도다. 미국의 제퍼디(Jeopardy!)라는 퀴즈쇼에 출연해 인간과 지식 대결을 하는 왓슨이라든가, 체스 경기를 하는 빅블루, 바둑을 잘 두는 알파고 같은 로봇, 자동차를 대신 운전하는 인공지능 로봇도 있지만 이들에게는 인간과 같은 사지가 없다.
<아톰> 이후 반세기 이상 만들어진 SF 작품들은 하나같이 인류가 아틀라스 같은, 즉 맬컴 엑스 같은 로봇의 등장을 경계하도록 만들었다.
영화 <죠스> 덕분에 형성된 상어에 대한 두려움이 상어가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뉴스를 반기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했듯이, 영화 <터미네이터>와 <매트릭스>, 드라마 <배틀스타 갤럭티카> 등은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의 발달에 대한 경계심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아틀라스는 분명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톰도 없을 것이다. 오직 “자기를 부수지 말아달라는 애원조차 못하는 리비앙” 정도만 존재하리라.
<터미네이터 시리즈: 사라 코너 연대기>에서 미소녀형 터미네이터인 카메론(왼쪽)은 존 코너(오른쪽)의 어머니인 사라 코너의 경계 대상이다. '아들 내조를 아주 잘하는 며느리'를 경계하는 시어머니 같지만, 실은 불량배형 터미네이터에 의해 남편을 잃었고 자신도 죽을 뻔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류가 아주 발달한 인공지능에 의해 멸망하리라는 걸 알고 있어서이기도 하고.
<배틀스타 갤럭티카>에서도 다양한 이유로 인류와의 공존-협력을 택한 사일런(인간형 로봇 혹은 인조인간)들도 사일런 군단이 시작한 전멸전쟁에서 살아남은 인류의 경계-감시-연구 대상이다. 임진왜란 당시는 물론 이후의 조선 땅에서 항왜(降倭)들의 처지처럼...
그래서 필자는 차라리 아톰과 아틀라스는 그들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인간들끼리도 인종과 민족, 국가와 사상(종교), 학벌과 재산, 사회적 위치와 권력의 이동 등에 따라 멸시와 차별을 지속하고 심지어 증오를 선동하기까지 하니까. 서글픈 이야기 하나를 덧붙이자면 데츠카 오사무는 인간과 로봇이 어우러지는 세상은 오지 않을 것으로 봤다는 이야기도 읽은 바 있다.
그나마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와 같은 '아톰형 인간'을 우리 주변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의 미래를 위한 희망을 놓지 않는 것이지만…….
에피소드 시작 영상에서 아톰 코스프레를 한 바트 심슨(왼쪽에서 두 번째). 그리고 울트라맨인 호머 심슨, 세일러문인 리사 심슨, 백조 준(...)인 마지 심슨, 피카츄인 메기 심슨
첨언인 즉 <아톰>은 미국의 대표적인 코믹 애니메이션인 <심슨 가족>에서도 몇 초 정도 패러디되기도 했으며, 데츠카 오사무의 또 다른 작품이자 우리나라에서는 <밀림의 왕자 레오>라는 제목으로 방송되기도 했던 <정글대제>는 월트 디즈니 사에 의해 <라이온킹>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보면 미국에서 도입한 기술이나 상품 등을 더욱 발전시켜 미국에 되파는 일본 현대 산업계의 역사에 데츠카 오사무도 흔적을 남긴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