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츠카 오사무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부터 지금도 진행 중인 중동 전쟁까지를 소재로 전쟁의 의미를 고찰한 만화 『아돌프에게 고한다』를 비롯한 진지한 작품을 만들었다.
그런 데츠카 오사무의 작품답게 <아톰>도 상당히 무거운 내용을 종종 다루고 있다.
'로봇 3원칙'에 따라 노예나 물건으로서 부려지는 로봇들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아톰의 후원자인 오차노미즈 박사가 주장한다든가, 로봇으로 하여금 '로봇 3원칙'을 무시하게 만드는 회로인 오메가인자를 장착한 아톰의 쌍둥이 로봇 아틀라스의 등장이 대표적이다.
특히 아틀라스는 아톰에게서 부정적인 요소만 뽑아내 만든 경상(鏡像: 그것에 견주어 어떤 것을 잘 알 수 있는 것) 같은 존재, 아톰과 대비되는 존재다.
위인으로 치자면 아톰이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라면, 아틀라스는 맬컴 엑스라고 볼 수 있다.
텐마 박사가 아톰의 완성을 목전에 두던 무렵,
텐마 박사의 경쟁자였던 와루프루기스 남작은 하수인인 악당 스컹크를 시켜 아톰의 설계도를 몰래 입수한다.
이 과정에서 사진정찰용 소형 곤충로봇(곤충형 드론)이 사용되는 점은 놀랍다. 하지만 그 곤충로봇(곤충형 드론)이 촬영한 정보가 마이크로필름에 담겼다는 점은 현재 시청자의 쓴웃음을 유발한다. 지금 같으면 곤충 로봇의 몸에 USB 케이블을 연결시켰을 테니까.
어쩌면 SF 작가들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빨리 현실 문명이 발달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고, 유명한 고전 SF 소설 <가지 않은 길>의 외계인들과 지구인들의 경우처럼 예전 SF 소설가들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우리 문명이 발전해온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