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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웅진 Aug 05. 2024

- <아톰> 이전에  차페크의  <로봇>이  있었다

데츠카 오사무의 <우주소년 아톰>(1952)

1920년 봄 체코슬로바키아에서는 카렐 차페크라는 젊은 신예 작가가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 이하 『로봇』)』이라는 희곡을 발표했다.



 그 시절의 젊은이들이 그랬듯이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에서 많은 영향을 받은 차페크는, 그 전쟁에서 등장한 신무기들을 보면서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인류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전쟁 전인 1908년에 발표한 노동과 노동자들을 소재로 한 단편 소설 『체제』를 더욱 심화시켜 “생산 활동에 불필요한 요소, 즉 감정과 독창성 그리고 고통 등 인간적 요소를 모두 제거한 인조인간 노동자”인 로봇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희곡으로 리메이크 했다.


첨언하자면  '노동'은 체코어로 '로보타'인데, 카렐의 형이자 동료 작가인 조셉이 이를 바탕으로 '로봇'을 만들었다. 이 시리즈에서 소개될 '레이버'와 비슷한 작명 과정을 거친 셈이다.

 

『체제』는 노동 생산성을 최대로 끌어올리려는 기업가가 노동자들을 복잡한 생산 과정 속의 아주 작은 일부분, 말 그대로 “마치 바퀴처럼 우직하게 일만 하는 존재”로 만들 생각을 품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러기 위해 그 기업가는 노동자들의 이타주의와 동료애, 가족애, 낭만적인 생각 같은 심오한 감정을 파괴하려 했다. 그러자 이를 알게 된 노동자들이 들고 일어난다는 이야기다.


 『로봇』은 로숨이라는 과학자가 육체노동으로부터 인간들을 해방시키려고 로봇이라는 인조인간을 만들지만, 오히려 로봇이 인간들의 할 일을 모두 없애버림으로써 그들을 좌절시키는 식으로 전개된다.

 마침내 로봇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 인간들은  로봇에 멸망당한다는 이야기다.


이 두 작품들 모두

인류 사회에 미증유의 풍요를 가져다주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이 기계에 복종하게-일부가 되게 한” 대량 생산 체제(그리고 20세기에 들면서 본궤도에 오른 현대 산업 사회)에 대한 차페크의 통찰을 담았다.




체코슬로바키아의 초대 대통령(1918~1935)이자 체코슬로바키아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으로부터 해방시킨 토마시 가리크 마사리크 대통령(오른쪽)이 카렐 차페크와 환담하고 있다. 두 사람은 친구였으며, 차페크는 마사리크 대통령의 비공식적 대변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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