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엽에 대한 1980년대 사람들의 생각이 대개 이러했던 기억이 난다.
모든 분야에서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활약하는 세상, 특히 위험하거나 힘든 일들은 모두 로봇이 대신하는 세상 말이다.
그런 이유로 팔과 다리가 있는 거대한 로봇이 산과 강을 가리지 않고 토목 공사를 척척 해내는 모습은 이 시절에 우리나라에도 수입된 애니메이션이나 국산 만화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기동경찰 패트레이버>의 배경은 이런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21세기 무렵이다.
유키 마사미(1957~ )의 만화를 원작으로 1988년부터 텔레비전 드라마와 극장 개봉작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레이버(LABOR)라는 “정밀 작업을 비롯하여 인간만이 할 수 있던 거의 모든 일을 해내는 초거대(평균 신장 6~8미터) 노동자” 로봇이 일반화된 시대가 배경이다.
그렇다.
패트레이버(Patlabor)는 범죄에도 레이버가 활용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경찰용 레이버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레이버 조종사인 이즈미 노아 순경과 지휘-통제 담당인 시노하라 아스마 순경이다. 내용은 페트레이버 기동대 소속 경찰관들의 소소한 일상을 코믹하게 전개했다.
특히 기계를 좋아하는 활발한 성격의 20대 초반 처녀 순경과, 레이버를 생산하는 시노하라 중공업 사장의 아들인 동료 순경이 러브라인을 시나브로 발전시켜간다는 점에 은근히 잔재미가 담겨 있다.
첨언하자면 한국 드라마들에서처럼 여주인공이 신데렐라를 꿈꾸는 것은 아니고, 남주인공 또한 아버지의 재력을 이용하여 거창한 이벤트나 값비싼 선물을 제공하지도 않는다. 시노하라 아스마 순경이 아버지의 회사에 관심을 갖는 때는 '오직' 사건과 관련되어 있을 때뿐이다.
이런 원작 내용만 보면 그저 21세기에 로봇이 실용화되면서 벌어질 수 있을 일들을 종종 진지하게 보여주는 일상물이구나 싶다.
하지만 <공각기동대>와 <인랑> 등 무겁고 진지한 작품을 다수 제작한 오시이 마모루(1951~ )가 감독한 두 편의 극장 개봉작들(1989년 작과 1993년 작)은 일본의 그림자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 두 극장 개봉작들의 주인공은 이즈미 노아와 시노하라 아스마 커플 대신 이들의 상관인 고토 키이치 경부보(警部補: 경위)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