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 6년 북경성 대폭발 비망록
“나는 명나라 사람인 마가(馬哥)요. 이놈들한테 거짓으로 항복하여 이렇게 군관까지 되었소. 덕분에 이놈들의 허하고 실한 걸 모두 파악했으니 명나라로 돌아가고자 하오. 내가 지난 1년간 정 형이 만드신 국수와 죽을 먹으며 형을 관찰했더니 이놈들의 소굴에 방치하기엔 아까운 인재다 싶었소. 저놈들의 성질머리를 보아하니 만약 정 형이 실수라도 하거나 음식 때문에 제 몸에 탈이라도 나면 정 형을 가차 없이 죽일 거요. 그러니 나와 함께 명나라로 갑시다.”
마 대인이 준비한 적토마에 마 대인이 먼저 타고,
나는 그의 뒤에 앉았다.
마 대인이 준비하신 투구를 쓰고 갑주도 입었다.
마 대인의 지시에 따라 그의 등을 꽉 잡았더니,
적토마가 붉은 혜성처럼 ‘쉬이익!’ 하고 질주했다.
마 대인이 높으신 분에게서 지시 받은 일을 하러 가나 보다 했던 오랑캐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뒤쫓으면서 화살을 쏴댔지만 단 한 대도 맞지 않았다.
열흘 뒤 우리는 산해관 입구에 도착했다.
마 대인이 암호를 말하며 갖고 있던 패(牌)를 병사에게 주니,
병사가 들어가고 한참 뒤 상국 군관이 직접 달려 나와서 마 대인과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마 대인이 산해관에서 일을 다 본 뒤 우리는 북경에 있는 마 대인의 저택에 갔다.
산해관에서 나는 곧장 조선에 돌아가려 했으나,
항복을 택한 강홍립 장군과 휘하 나리들이 비난을 받는다는 소문을 듣고 포기했다.
마 대인은 나를 위로하면서 당신 저택 근처의 주루를 매입하여 내게 빌려주었다.
빌려주는 값도 아주 헐했다.
“내가 먹고 싶어 들렀을 때 국수든 죽이든 무료로 주시면 되오!”
마 대인은 내 고기국수와 고기죽에 대해 ‘오랑캐 추장의 아들도 감탄한 맛’이라고 소문을 내주셨다.
덕분에 고관대작들도 내 주루의 단골이 되셨다.
내가 북경에 왔을 때는 젊은 새 황제(태창제)께서 등극하신 지 한 달도 채 안 되어 붕어하시고,
곧 그분의 아드님(천계제)께서 등극하시면서 북경이 어수선했다.
더구나 주루의 내실(內室)에서는 고관대작들께서 이런 대화를 하며 나라를 걱정하기까지 했다.
“새 황제께서는 나랏일보다 목공일에 관심이 많으시니 큰일이오!”
“내시 놈(위충현)이 황제께서 너무 일찍 등극하셔서 의욕이 없으신 걸 알아차리고, 고작 목공 같은 취미 활동에 전념하시도록 이끌었기 때문이오! 신종 황제(만력제) 시절이 반복되는 거 같아 폐하께 나라 일을 돌보시도록 아뢰고자 해도 그 내시 놈이 폐하의 눈과 귀를 막으니…. 간신히 대면을 한 이들도 폐하께서 목공에 관한 거 외에는 보지도 듣지도 않으려 하신다는 거요.”
우리 조정에서 보낸 사신 분들을 따라왔던 이들은 “상국에서 고향 음식을 먹을 수 있다!”며 내 주루의 음식들을 좋아했는데,
나는 이들에게서 조선 소식을 들었다.
이 중 한 소식이 나로 하여금 귀향을 시나브로 고려하게 했다.
말인 즉,
새 황제께서 등극하신 지 4년째 되던 해에 반정이 일어나 새 임금(인조)이 등극하셨는데,
반정 관련 논공행상에 불만을 품은 장수(이괄)가 다음 해 정월에 반란을 일으켰다가 봄에 진압을 당했다는 소식이었다.
이로 인해 온 나라가 흉흉해지니 심하 전투에서 오랑캐의 포로가 된 병사들 따위에 관심을 갖는 이는 도통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향으로 가 처자식과 재회하고자 했지만,
이런 내 발을 다시 굳세게 잡는 것들이 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