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계 6년 북경성 대폭발 비망록
“그러고 보니 벌써 한 달이 지났구먼. 흠천감(欽天監: 천문관측소)에서 괴상한 새가 내려 앉아 울었다는 게….”
“그러게. 머리가 아홉 개나 달린 새가 여러 날 내내 머물면서 울었다지?”
“난 수레만한 괴물새라고 들었는데?”
“뭐가 됐든 간에 괴물새가 흠천감에서 울었다는 얘기잖아. 뭐, 우리 같은 일개 백성들은 상제(上帝)께서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파악하는 흠천감과는 상관이 없지만…, 그런 괴이한 현상이 일어났다는 게 좀….”
손님 중 한 분이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추자 다른 손님이 화제를 돌렸다.
“보름 전엔가 서리가 심하게 내려서 농사를 망친 채소밭이 북경 일대에 많았다던데…. 이 집은 채소가 가득 든 요리를 내놓는 걸 보면 타격이 별로 없나봐.”
계산대에 앉아있는 나더러 들으라고 한 소리 같았지만 양씨가 응대했다.
“아, 예, 이건 항아리에 넣어둔 채소입니다요. 저희 주루의 텃밭도 큰 피해를 봤지요. 아마 닷새나 엿새 뒤에는 더 이상 신선한 채소를 쓴 요리를 내지 못할 것 같네요, 헤헤헤!”
“이거 원…, 그래도 닷새 뒤까지 쓸 싱싱한 채소라니…. 이 주루에서 쓰는 항아리는 도대체 어디서 구하셨소?”
“아, 그건 저희 주루의 비밀이라서 말씀드릴 수가…, 헤헤헤!”
“크흠! 어쩔 수 없지!”
손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포기한 척했지만,
나는 저 ‘손님’이 무슨 수를 써서든 마 대인이 알려주신 냉장항아리의 비밀을 알아내리라 봤다.
다른 하인들 중에 재물을 받고 술술 불어댈 자들이 있을 거 아닌가!
그런 날이 온다면 이 주루는 더욱 힘든 경쟁을 해야 하리라.
그 전에 깨끗이 정리하고 귀향하는 게 낫겠지.
나는 이런 결심을 한밤중에 방문한 마 대인에게 털어놓았다.
“정 형과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인가 보구려.”
“죄송합니다, 대인. 오랑캐 소굴에서 탈출하던 때부터 이제까지 저를 잘 돌봐주셨는데….”
이렇게 말하면서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자식들과 떨어진 채 이 나라에서 사는 데 지쳤고, 처자식들을 여기 부르자니 두 나라의 국법이 까다로워서…. 게다가 대인께서도 언젠가 말씀하셨듯이 요즘 이 나라 사정이 영 좋지 않게 흘러가니…, 재주꾼이 타는 외줄 위에 오른 것처럼 너무 위태로워서 말이죠.”
나는 마 대인이 상국(上國: 명나라) 사람임을 고려하여 상당히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런데 마 대인은 그런 거 괘념치 않는다는 듯이 크게 껄껄 웃더니,
놀라운 얘기를 털어놓았다.
“나도 정 형과 마찬가지로 명나라 사람이 아니라오.”
이 뒤에 무슨 말이 이어질까 싶어 잔뜩 긴장했다.
“아니, 이 별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아니라오!”
나는 ‘마 대인이 왜 나를 놀리지?’라고 생각했다.
‘이 땅’이 아니라 ‘이 별’이라고 했을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내가 발을 딛고 선 땅이 평평하다고 믿었으니까.
그런데 마 대인의 얼굴이 시나브로 구라파(歐羅巴: 유럽)에서 왔다는 선교사들과 비슷한 얼굴로 변하는 게 아닌가!
심지어 검은 머리마저 지푸라기처럼 노랗게 변했다!
나는 마 대인의 정체가 요괴였구나 싶어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서는 바로 엎어진 채 빌었다.
“살려만 주십쇼! 제발 조선에 가서 처자식만이라도 보고 죽게 해주십쇼!”
내가 엎드린 채 싹싹 빌며 애원하니
마 대인은 호탕하게 웃으며 나를 달랬다.
“난 요괴 따위가 아니라 다른 별에서 온 사람이라고 했잖소! 이제껏 봤듯이 정 형처럼 밥도 먹고, 잠도 자는…. 뭐, 이 별에서 가장 뛰어난 자들보다도 아는 것과 재주가 더 많다고 자부할 수는 있으니…, 그래요! 천외비선(天外飛仙)이라 합시다!”
‘천외비선? 그러니까 ‘하늘 밖에서 날아온 신선’이라는 말인가? 마 대인이?’
내 마음을 읽었는지 마 대인이 또 껄껄 웃으며 설명해주었다.
“그렇소! 이 별에서 출발한다면, 빛과 같은 속도로 1천 년 이상이나 가야 있는 별에서 왔소! 내 고향 사람들은 모두 수만 년 전부터 인체의 물리적, 화학적, 생리학적 한계를 초월하는 데 성공했다오. 이 우주에서 무한히 존재할 수 있는 정신을 연료로 삼아 정 형이 지금 보고 있는 이 육체를 내 의지에 따라 무엇으로든 변화시키며 영원히 살면서 어디든 갈 수 있게 된 것이오!”
나는 마 대인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 하시는 말을 무식한 나도 알아들을 수 있게 다시 설명해주십쇼!’라고 할 엄두 따위는 나지 않았다.
나리들께서 나처럼 무식한 천것들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우리들 앞에서 하시는 경우를 조선에서도 무수히 겪었으니까.
이럴 땐 그저 가만히 경청하는 척을 하면 된다.
그러면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행복해진다.
그런데 마 대인은 내 생각을 또 읽었는지 화제를 돌렸다.
“뭐, 여기까지 말했으니 정 형도 예상하시겠지만…, 난 이 별 사람들의 삶에 여러 번 개입했소. 그렇게 해온 지가… 이 별의 시간으로 1만 년이 넘은 것 같구려. 내 별에서 난 그저 일개 잡학다식(雜學多識)한 서생에 불과했소. 생산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며 조롱을 당하기까지 했지. 그러나 이 별에 온 뒤에는 절대적이면서 초월적인 존재, 그러니까 당신들이 ‘상제’라 부르는 존재처럼 대접을 받았다오, 우하하하하하하하!”
마 대인은 1만 년 넘게 상제로 오해받으며 살아온 삶이 재밌었는지 차 한 잔을 다 마실 시간 동안 큰소리로 파안대소(破顔大笑)를 터뜨렸다.
그렇게 실컷 웃고 난 뒤에야 다시 말을 이었다.
“그게 즐거워서 이 별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많은 걸 베풀었소. 내 종족은 육체와 같은 게 없이 살 수 있게 된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나는 아주 먼 과거의 조상님들이 그랬듯이 먹고 마시는 걸 즐겼다오. 그러니까 내 별의 몇 안 남은 식도락가였지. 그래서 이 별 사람들이 맛있는 걸 바칠 때마다 거절하지 않았고, 또 그들이 맛있는 걸 만들어내도록 도왔다오. 이런 행위는 내 별에서는 경멸을 당해 마땅하지만 말이오, 하하하!”
나는 숙수인지라 음식을 만드는 일과 먹는 걸 경멸하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말에 기가 막혔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풍습과 사고방식이 존재한다는 걸 북경에 살면서 깨달았기에 이를 가지고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었다.
더군다나 다른 생각도 떠올랐고….
“그럼 대인께서 더 많이 개입해주셨다면, 이 세상은 극락이 되었겠군요!”
내 발언에 마 대인은 또 “으하하하하하!” 하며 파안대소하고서 대답했다.
“나도 정 형처럼 생각한 적이 있긴 하오. 허나 누구든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받으면 고마운 줄을 모르더군! 그런 경우는 내 별에서도 흔했기에 납득했었지. 이 말인 즉, 그렇게 해본 적도 있다는 말이오. 예를 들자면…, 이 별에서 7천 년 전에 했던 일이오. 나는 권속(眷屬)으로 써먹기 위해 아불리가(阿弗利加: 아프리카) 북서쪽에 살던 어느 민족을 골라 한동안 은혜를 통 크게 베풀었다오. 일전에 어느 가게 앞에서 머슴들이 ‘주인 나리께서 실성하셨어요!’라고 외치며 호객했잖소! 그날 거기서는 조선 인삼을 싸게 팔았지. 내가 그 민족에게 그런 짓을 한 거요. 그랬더니 그자들은 자신들이 ‘상제’에게서 자자손손 은혜를 입는 건 자신들의 당연한 특권이라 여기기에 이르렀소.”
마 대인은 그때 일을 떠올리는 게 괴로운지 이제껏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던 찡그림까지 얼굴에 드러냈다.
또 차 한 잔을 다 마실 시간만큼 쉰 뒤 말을 이었다.
“그들은 나를 ‘아틀란티스’라 불렀는데, 대강 ‘위대한 신’이라는 의미라오. 그들의 언어에서 말이오. 그런데 이자들이 어느 날부턴가 타 지역 백성들에게 자신들을 ‘아틀란티스의 아이들’이라 소개하며 으스댄 거요! 이렇듯 그 오만함과 방자함이 하늘을 찌르던 그들은 자신들과 잘만 어울리던 타 지역들을 겁박하기 시작하더니 침략하고 착취하더군요. 그래서 그들에게 베풀었던 은혜를 거둬들인 다음 방치했소. 그랬더니 퇴보를 거듭하면서 멸망해 사방팔방으로 뿔뿔이 흩어졌소. 살질을 찾아서,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하려고 말이오.”
이쯤에서 호기심이 동한 나는 마 대인에게 질문을 했다.
“저희 조선 백성들에게도 은혜를 베푸신 적이 있으십니까?”
마 대인은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는 투로 대답했다.
“아주 많소! 정 형의 반응을 보아하니 이 별 사람들이 ‘상고(上古) 시대’라 부르는 먼 옛날이야기를 해드려 봤자 정 형에겐 와 닫지 않을 것 같소. 하니 가장 최근에 한 일을 소개해드리리라. 정 형이 ‘전조(前朝)’라 부르는 고려 왕조 때의 일이오. ‘최무선’이라는 공장(工匠: 기술자)이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화약이 필요하다고 징징거리더군. 잘 보니 그 마음이 진심인 것 같아서 원나라 공장으로 변장하고 좀 거들어줬다오. 재료들을 잘 갖추고서도 혼합 비율을 몰라서 애를 먹었을 뿐이었으니까요. 가만 나뒀어도 언젠가는 적당한 비율을 스스로 찾아냈겠지만, 그 전에 저 사람이 실성하거나 전 재산을 다 쓰고 몰락하여 주저앉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 도와줬소.”
“허어, 조선에 화약과 화포가 있어 오랑캐와 왜구를 막을 수 있게 된 것이 역시나 대인 덕분이었군요!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헌데 더 있으시겠지요, 대인?”
내가 벌떡 일어나 읍(揖)을 하고 다시 앉으며 물으니 마 대인은 또 껄껄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소! 최무선에게 도움을 주고서 한참 잊고 있다가 오랜만에 갔더니 열심히 기술을 배우던 아이가 있더군. 이름이 ‘장영실’이라 하였소. 일감을 찾아 돌아다니는 목수로 위장하고 한동안 이거저거 가르쳤더니 잘도 제 재주로 만들더군. 한동안 잊어버리고 있다가 아이가 많이 자랐겠다 싶어 확인해보니 조정에 고용된 공장이 되어있었소. 오랜만에 ‘스승의 기쁨’을 누렸다오. 허나 이 아이는 조선에 너무 이른 아이였는지도 모르겠소.”
“하긴 조선에서 공장은 팔천(八賤: 사노비, 승려, 백정, 무당, 광대, 상여꾼, 기생, 공장 등 여덟 종의 천민들) 중 하나니까요. 안타까우셨겠습니다.”
세종대왕께서 타실 가마인가, 수레인가가 부서졌다는 이유로 파직을 당한 뒤 실의에 빠져 돌아가셨다던 장영실 선생이 생각나 나는 진심으로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런데 마 대인은 별 일 아니었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내가 안타까울 게 뭐 있겠소. 그것이 조선의 한계려니 한 거지요. 내가 내관으로 변신하여 세종에게 슬그머니 가르쳐줬던 개량된 인쇄술을 아직도 쓰고 있는 게 조선이오. 평민들이 쓸 만한 문자를, 그러니까 ‘언문’이라는 걸 직접 고안해내는 걸 보며 감탄해서 가르쳐준 기술이었는데 말이오. 지금 구라파에서는 ‘구텐베르크’라는 공장이 고안한 인쇄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책값이 싸져 학문이 융성하는데 말이오! 물론 그게 구텐베르크 스스로 고안한 게 아니라, 내가 3,500년 전에 희랍(希臘: 그리스)의 ‘파에스토스’라는 마을에 살던 사제에게 ‘찬송가를 대량으로 보급할 방법’으로서 알려줬던 걸 어느 희랍인 선원에게서 전해 들어서였더군요. 뭐, 지난 1만 년 넘는 세월 동안 이런 경우를 한두 번 본 것도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오만….”
마 대인은 이렇듯 냉정하게 말하면서도 답답한 심경을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늘 그랬듯이 나는 더 이상 조선을 거들떠보지 않았소. 물론 장영실이 관직에서 쫓겨난 뒤 재기하도록 도우려고 했소. 그러나 조정을 향한 자기 믿음이 산산이 부서져서인지 장영실은 반쯤 실성해버렸다오. 나는 뒤에서 밀어주는 건 잘해도, 앞에서 끌고 갈 줄은 모른다오. 그랬던 적도 없고요.”
나는 우리 조선이 부국강병을 이루게 해줄 복을 스스로 차버렸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을 흘렸다.
마 대인은 짐승과 동급인 천민과 같은 취급을 받는 숙수 신분인 내가 나라를 위해 슬퍼하는 모습이 신기하다는 듯이 한참을 쳐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장영실 같은 아이를, 정확하게는 세종과 장영실이 융합된 것 같은 황자 아기씨를 이 명나라에서 10년 전에 또 하나 만났소. 존재감이 없어도 엄연히 황족인 아이니까 천민이던 장영실보다 크게 우대를 받으리라 봤소. 게다가 정 형도 이 명나라에서 보셨다시피 아름답고 쓸모 있는 기물을 잘 만드는 공장은 우대를 받소."
내가 군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마 대인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마침 그 아기씨는 황궁을 나가 백성들과 부대끼며 제 손으로 먹고 살겠다면서 목공 일이라도 배우려 했소. 그 아기씨가 이러한 포부만 있었다면 난 그저 격려나 해주고서 넘겼을 것이오. 헌데 작은 손으로 작은 칼을 들고서 작은 나무토막을 깎아 진짜 같은 용을 만들어내더군! 이렇듯 손재주가 비범했기에 나는 이 아기씨를 밀어줄 생각으로 일개 환관으로 변장했소.”
나는 마 대인이 도왔다던 그 황족 아이가 실은 천계제셨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마 대인과 단 둘만 있는 자리에서도 이를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
누가 들을지 모른다고 걱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천계제께서는 금상(今上)이기도 하셨으니까.
내가 이렇듯 걱정하는데도 마 대인은 빙그레 웃으시면서 천계제 폐하와의 추억을 담담히 이야기하셨다.
“그 아기씨는 당시 황제였던 할아버지(만력제)에게서 무시를 당했소. 황태자(태창제)의 아들이자 황제의 장손인데도 말이오. 이는 황제가 어릴 적의 엄격한 훈육에 대한 반발심과 나이 들어서 빠진 여색 탓에 사리분별을 못하니까 벌어진 일이었지. 그래서 황자 아기씨는 다다음대 황제가 되는 데 필요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었소. 황자 아기씨는 할아버지가 죽고 새 황제가 즉위하면 자기는 제 아버지와 함께 황궁에서 쫓겨날 거라며 걱정했다오.”
마 대인의 설명을 들으며 천계제께서 어린 시절에 하셨을 걱정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내가 누리는 부귀영화가 내일 중에라도 다 꿈속의 그것처럼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어른인들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어린아이의 몸으로 이런 고통을 감내해야 하셨을 천계제는 오죽하셨겠는가!
마 대인은 이런 내 마음을 읽고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으셨다.
“그래요. 불쌍한 아이였지! 그래서 장영실을 가르칠 때처럼 열심히 가르쳤소. 아기씨는 아무것도 못 배우다가 나에게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게 되자 신이 나서 배웠고요. 이 아기씨를 가르치며 더 큰 것도 기획했소. 아기씨가 대궐을 나가 목수로 크게 성장하면 아기씨를 구심점으로 명나라 각지는 물론 조선, 일본, 안남(安南: 베트남), 섬라(暹羅: 태국), 천축(天竺: 인도), 파사(波斯: 페르시아), 아랍(阿拉), 구라파 등지의 훌륭한 공장들을 모아 스스로 성장하는 기술 집단을 만들기로 말이오!”
이렇게 말하는 마 대인의 눈은 고조된 흥분으로 초롱초롱 빛을 내기까지 했다.
“황족이 정치와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일을 한다면 황제는 열심히 해보라며 재물을 줄 것이고, 관리들은 시비를 걸기는커녕 잘 보일 생각으로 도와주겠다며 나설 테니까요. 로마에서도, 송나라에서도 실패한 대역사가, 이 별에서 내가 벌인 사업 중 가장 자랑스러운 사업을 이룰 수 있으리라 본 거요. 7천 년 전에 아틀란티스에서 거의 성공시켰던 걸 이번엔 제대로 달성하고자 했던 거요! 이 명나라에는 로마의 군사력과 송나라의 경제력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마 대인은 답답한 마음을 찻물로 달래고서 한참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아기씨의 할아버지가 갑자기 죽은 것까지는 좋았소. 당시 아기씨는 열다섯 살이었지만, 기술과 공장이 나라와 백성들에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우치고 있었으니까요. 이런 아기씨가 5년 이상 제왕학(帝王學)을 배우고서 장성하여 황제가 된다면 내 사업이 더욱 순조롭게 이루어지리라 봤소! 허나 정 형도 아시다시피 아기씨의 아버지인 새 황제는 고작 한 달도 못 채우고 죽었지요. 아기씨는 제왕학의 첫 장을 넘기지도 못한 채 새 황제로 떠밀리듯이 등극했소! 그리하여 명나라는 지금 망해가고 있소! 정 형도 잘 아시다시피 말이오!”
마 대인은 찻잔에 담긴 찻물을 다 들이키고서 주먹으로 탁자를 ‘쾅!’ 친 다음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