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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나 Nov 28. 2023

사소한 친절

작지만 소중한 친절이 만드는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회

 며칠 전 중요한 면접이 있었다. 면접장에 도착했을 때는 긴장해서 손도 떨리고 종이도 잘 안 넘겨졌는데, 내가 속한 면접실 번호가 끝쪽이라 거의 두 시간의 대기시간을 가지고 나니 긴장이 다 풀려버렸다. 길었던 면접을 끝내고 나오니,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니,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내가 어떻게 답변했는지 생각하면 할수록 후회만 남을 것 같아 일단 생각하기를 멈추었다. 마침 핸드폰도 안 들고 왔기에 누구한테 연락할 수도 없고 미리 외워둔 길을 따라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에는 사람이 많았다. 오래가야 했기에 앉고 싶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포기했다. 아무 생각하지 않고 멍 때리며 가고 싶었지만, 면접 생각이 물밀듯이 들어와 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이 질문에서 어떻게 대답했더라, 면접관 표정이 어둡진 않았나, 하나하나 생각하다 보니 안 그래도 복잡하던 머리가 더 복잡해졌다. 가방도 무겁고, 머리도 무겁고, 그냥 자고 싶다는 생각으로 있었는데 내 앞쪽의 한 여성분이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내 옆에는 여성분의 남편이 서 있으셨는데, 표정이며 말투며 우리 할아버지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분이다. 순간 자리에 앉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주변에 나 말고도 사람들이 많았고 난 어린 편이었기에 옆으로 비켜섰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누가 앉았겠지? 하며 다시 고개를 돌렸는데, 아까 그 여성분의 남편이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그분이 다른 사람들을 등지고 나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길을 터주고 있음을 깨닫는 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너 앉아'라는 입모양을 읽는 순간, 너무 감사해서 조용히 '감사합니다!' 하고 빨리 자리에 앉았다. 내가 오래 서서 왔기 때문인지, 은연중 내 얼굴이 힘들어 보였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앉자마자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잠들었다.


 누군가의 사소한 배려 덕분에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꿀잠을 자고 조금 상쾌한 기분으로 집안에 들어섰다. 핸드폰이 없으니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집에 오자마자 핸드폰을 켜고 알림을 확인했다. 문자가 딱 하나 와 있었다. 잘했냐는 정말 짧고 간결한 문자 하나가 이상하리만큼 반가웠다. 마음 같았으면 그 문자 하나를 붙잡고 길고 길었던 면접의 하소연을 늘어놓고 싶었지만, 이 복잡한 심정을 글로 표현하기 어려웠기에 생각보단 쉬웠지만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답했다. 상대방에게는 사소한 문자였겠지만 누군가 내 면접에 관심을 가지고 먼저 물어봐준 것이 정말 반갑고 감사했다.


 사소하고 작은 친절이 크게 다가올 때가 있다. 사소하고 작은 것이라도 누군가에겐 큰 기쁨이 될 수 있다는 뜻이겠지. 내가 건넨 작은 친절도 누군가에겐 큰 기쁨과 행복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작고 소중한 따뜻함이 모여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작은 일이라도 늘 베풀고 도와주는 사람이 될 것이다. 작은 친절에도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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