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들에게 쓰는 진솔한 편지
사랑하는 따님과 아드님 읽어 보게나!
이제는 성인이 된 너희들을 생각하니, 지난날들이 자꾸만 떠오르는구나. 20여 년 전에 엄마 아빠가 사랑으로 결혼하고 너희들이 태어났지. 너희들 덕분에 엄마 아빠는 부모가 되는 소박한 꿈도 이루었단다.
너희들이 태어났을 때 아빠의 소감? 아빠는 가슴이 뭉클하고 떨리는 순간이었단다. 두근거리고 긴장되는 경험을 했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이 설레는 순간이기도 했지. 그 순간을 꼭 기억하고 싶었기에 글을 써서 두었다가 훗날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너희들이 기억할지 모르겠구나. 그리고 엄마와 너희들이 무탈하고 건강하게 퇴원하길 바랐단다.
엄마 아빠의 살림살이는 변변치 못했지만, 그래도 부모로서 역할을 다하고 싶었단다. 너희들이 엄마의 포근한 품에서 자라고, 아빠가 자상하게 잘 보살피고 싶었지. 너희들을 잘 양육할 뿐만 아니라 행복하게 자라도록 할 책임감도 느꼈단다.
아빠가 어렸을 때 겪었던 것과 같은 불행한 일들을 너희들은 겪지 않고 잘 자라길 바랐지. 가족이 흩어지는 일은 절대 없어야 했고, 너희들이 친척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거나, 못 배워서 공장을 떠도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었지. 또한 탐욕을 부려서 너희들에게까지 화가 미치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었단다.
“자식 낳기는 쉬워도 부모 노릇은 어렵다.”는 말이 있더구나. “부모 자리가 대통령 자리의 무게와 다르지 않다”라고 말하는 이도 있단다. 살다 보니 부모 노릇이 아빠 혼자만의 생각으로 되는 일이 아니더구나.
가정을 꾸려 나가고 행복을 가꾸는 일도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만큼이나 배우고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았단다. 하지만 아빠는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집안 어른들의 가르침도 제대로 받지 못한 탓에 가정생활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게 없었단다.
게다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돈이 곧 능력·품격·존경·권력인 것처럼 왜곡된 현상을 보이기도 한단다. 사회생활은 성취 정도에 따라서 평가받는 세상이란다. 돈이든 권력이든 명예든 그 사람이 성취한 것에 따라서 사회적인 평가가 달라지지.
대부분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적 환경에 따라 미래에 대한 다양한 목표를 세우고 성취하려고 한단다. 자연스럽게 성취욕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성취욕이 이끄는 대로 목표지향적인 행동을 하게 되지. 이러한 세상에서 살아가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너희들도 사회지향적인 목표를 세우고 행동하기를 아빠는 바랐단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의 생각이 서로 달라서 종종 다투기도 했었지. 돌이켜보면 아빠의 생각을 너무 일방적으로 너희들에게 강요를 했었구나. 아빠의 생각이 아무리 옳더라도 많은 소통을 하면서 너희들 기분 나쁘지 않게 전해야 했었지. 너희들이 집에서 마음 놓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적당한 자유와 구속이 조화를 이루도록 가르쳤어야 했는데 말이다. 아빠의 방법이 틀렸던 게지.
인생을 살면서 후회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잘못한 것을 뉘우치지 않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너희들을 양육하면서 후회되고 부끄럽고 가슴이 먹먹한 일들이 여간 많은 게 아니더구나.
첫째, 가장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단다. 경제적인 책임만 수행하면 다 되는 줄 알았단다. 돈을 넉넉히 벌어오지도 못하면서 거기에만 매달리는 셈이었지. 너희들을 부모와 별개의 개성을 지닌 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너그러운 마음으로 키웠어야 했지. 아무리 어렵더라도 시간을 쪼개서 어린 너희들과 자주 놀아주고 대화를 했어야만 했단다.
둘째, 너희들의 개성을 살피고 응원하고 방향을 제시해 주었어야만 했단다. 중학생 때 학교에서 보내주는 적성검사 결과를 읽어보기는 했지만 너무 막연했지. 엄마 아빠는 그 의미를 잘 몰랐고, 아는 것이 별로 없으니 무관심하게 그냥 지나친 게지. 성격·적성·흥미·가치관 등을 검사하고 능력에 따라 방향을 정했어야 했지. 이는 진로직업상담사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단다. 중학생 때 구체적인 진로를 제시하고 이끌지 못해서 아쉽구나.
셋째, 부부싸움은 너희들이 모르게 했어야만 했다. 어떤 부부든 결혼생활을 하면 이런저런 다툼이 없을 수는 없단다. 다만 다툴 일이 있으면 잠시 숨을 고르고 너희들을 재운 뒤에 조용히 말하거나 아예 밖으로 나가서 다투었어야 했지. 불안한 모습을 너희들에게 보이지 말고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구나. 그랬더라면 너희들이 집에서 불안감도 없이 마음이 평안했을 텐데 말이다.
넷째, 너희들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어야만 했다. 아빠의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것이었을까. 너희들의 미래를 위해서 중·고등학교 생활에 충실하길 바랐지만 뜻대로 되지 않더구나. 너희들이 사춘기 때는 입을 열기보다는 귀를 열고 들어주었어야 했고, 단호하고 냉정하기보다는 따뜻하게 보듬으며 격려를 했어야만 했는데 그러질 못했구나. 아빠가 너희들에 대해서 기대치를 낮추고 한 발짝 물러서서 지켜보았더라면 감사할 일이 더욱 많았을 테고, 우리 집이 훨씬 더 화목하고 너희들도 보다 행복하게 자랐을 것이다.
다섯째, 너희들 교육에 신경을 썼어야만 했단다. 너희들이 어려서부터 초등학교까지는 자유롭게 크기를 바랐단다. 공부의 무게를 느끼지 않기를 바랐지. 너희들 교육을 엄마에게 모두 맡겼었단다. 중학교에 들어가니 너희들의 학교 성적이 그대로 드러나더구나. 너희들이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면 엄마가 너무 방임한 탓이었을까. 아빠는 크게 충격을 받았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단다.
이때부터 아빠의 고민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단다. ‘고민은 제멋대로 없어진다.’고 하지만,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고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분노로 바뀌더구나. 안타깝게도 아빠는 너희들 장점보다 단점에 집중했고 마음은 폭력적이고 억압적으로 까칠해져서 너희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말았지. 이때 너희들은 아빠의 아픈 손가락이었고 마음은 너희들보다도 훨씬 더 거칠게 요동치며 아팠단다.
너희들 중·고등학교 사춘기에는 반항과 갈등이 이루 말할 수 없었고 가정불화도 심했었지. 우리 가족 모두의 마음속에 장미꽃 넝쿨 우거진 행복한 집은 없었단다. 그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참으로 힘든 시기였지. 엄마는 종교의 힘에 의지하고 있었단다. 아빠는 감정을 둥글둥글하게 보듬고 희망적인 말을 했어야 했지만, 화가 치밀어 올라 그러질 못하고 가족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겼지. 아빠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 모든 것들을 해결할 어떤 방법도 찾을 수가 없었단다.
해결의 실마리를 너희들 학교에서 먼저 제안하더구나. 교육청에서 전문 상담사와 상담할 것을 권했단다. 아빠는 창피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흔쾌히 받아들였지.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었고 가정의 행복이 절실했으니까. 교육청에서 전문 상담사의 상담을 매주 1회씩 근 7개월간 성실하게 받았고 관련 서적도 읽어가며 아빠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다소 찾았단다.
그렇지만 그 후에 너희들과 바로 원만하게 소통하기에는 망설여지더구나. 대화를 통해 너희와 의사소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신뢰를 형성하고 싶었단다. 학교생활에 충실하고 인격형성에 도움이 되는 가르침을 제대로 전달하고도 싶었지만, 또다시 너희들과 갈등을 일으킬까 봐 두려웠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안타깝게 자꾸 세월만 흐르더구나.
너희들이 기억할지 모르겠구나. 『명심보감』을 사서 읽어주고 또 읽도록 했었지. 아빠가 너희들 개성에 맞는 사자성어를 제시한 적도 있었지. 첫째에게는 겉으로는 부드럽고 속마음이 강해야 된다는 뜻으로 “외유내강”을 권했지. 둘째에게는 말과 행동이 반듯하고 이치에 맞게 당당하게 살아야 된다는 뜻으로 “정정당당”을 권했지. 하지만 너희들이 얼마나 마음에 담고 인생을 살아가는지는 알 길이 없구나.
이 세상 모든 부모들은 초보운전이란다. 아빠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었지.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성경 : 앱 6:4)”. 너희들이 다 자라 성인이 된 이제야 이런 성경구절을 들었구나. 아빠에게 이 구절이 왜 이리도 가슴이 저미도록 뭉클하게 와닿았을까. “구름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오직 바람뿐이고,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오직 사랑뿐이다.”라는 말이 있더구나. 오늘에 이르러보니 너희들을 사랑으로 훈육하지 못해 안타깝고 한없이 후회스럽기 그지없구나.
아빠가 너희들을 바꾸려고 하기보다는 내가 먼저 방법을 바꾸었어야 했지. 먼저 너희들의 존재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관심을 기울이고 소통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사랑스러운 말과 더 많은 스킨십을 하면서 칭찬과 격려 했어야만 했지. 왜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아빠의 사랑 가득한 칭찬과 격려와 원활한 소통이 너희들에게 정말 중요하다는 진리를.
세상을 살다 보면, 미워하는 가슴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고 악취가 가득하단다. 사랑하는 가슴에는 꽃이 피어나고 향기로 가득하지.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너희들을 화나게 하지 않고, 따뜻한 말과 행동으로 훨씬 더 향기로운 사랑을 담아 훈육했을 텐데.
집 앞에 있는 어린이 도서관에 왔단다. 탁상용 조명등 아래서 어느 젊은 아빠가 두 딸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있구나. 자상한 그 모습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구나. 왜 그렇게 좋아 보이는지. 나는 왜 이리 자상하게 하지 못했는지 후회와 한숨이 밀려오는구나. 지금의 이 느낌을 그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부터라도 너희들에게 자상한 말과 행동을 해야겠구나. 여생을 후회와 자책으로 살기보다는 어색하지만 너희들에게 못다 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구나. 우리의 인연이 다하는 날까지...... 혹시라도 예전과 다른 아빠의 말과 행동이 다소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지거든, 반대로 너희들이 마음의 문을 조금만 열어주렴.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고 받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얘들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