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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거 할 시간이 없어

7월 첫째주

by Y percent

#1.

일의 우선순위는 항상 있다. 이번주까지는 원고를 제출해야 되고, 금요일까지는 연습을 해 가야하고, 하다못해 오늘 저녁도 먹어야 한다. 카카오톡 답장도, DM 답장도 시간을 소진하는 일이다. 또, 이번달부터는 교과서를 조금씩 읽기로 하지 않았나. 물론 정말정말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는 우선순위고 뭐고 생각할 시간도 없이 당장에 닥친 일을 해치우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제 발등에 불이 조금만 붙었을 때는?

아직 전신으로 퍼질 것 같지는 않은데, 불을 끄면 좋을 것 같기는 할 때 말이다. 예를 들어, 금요일까지 해가야 하는 그 연습을 굳이 당장 월요일부터 시작해야 할까. 일단은 이번주까지 제출해야 하는 원고가 더 오래 걸리니 그걸 먼저 해치우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원래 오늘 정리하려고 마음 먹었던 연습 일지의 경우는 원고를 해치우고 그 다음에 해도 되는 일이고.



#2.

이럴 때 발생하는 문제는, 상대적 우선순위에 있는 그 일조차도 지금 대단히 급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머리속으로는 똑똑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뭐, 2시간 바짝 하면 되겠지.' 같은 속 편한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갔다가 이내 그런 생각을 떠올리지 않은 척 스스로를 속인다.


일단은 상대적 급한 일 때문에 나머지 해야 할 일들을 뒤로 미룬 상황. 자연스레 오늘의 해야 할 일은 서너가지에서 한 가지로 줄어든다. 그러면 '어라? 제법 여유롭잖아?'하고 또 상황을 오판하게 되는 것이다. 저녁도 건너뛰고 처리해야할 서너가지 일에서 저녁 먹고 누워서 잠시간 빈둥거리다가 시작해도 되는 한 가지 일로 상황을 축소해서 생각하게 된다. 분명히 저거 때문에 이거 할 시간이 없었던 건데. 뭔가 이상해진다.


최소 4시간이 걸리는 일이 8시간이 남았다고 그 한 가지에 8시간 전부를 쏟는 위인이 태어날 때부터 아니었으니. 촉박한 그 데드라인이 눈 앞에 보이고 나서야 저녁이고 DM이고 책이고 일지고 나발이고 앞만 보고 달리게 된다.



#3.

애초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그러니까, 오늘 안에 저 일들을 무조건 한다고 생각했더라면. 그럼 또 우습게도 마음이 불편해져 자꾸만 딴 생각을 하게 된다. 아, 지금 이거 할 때가 아닌데. 지금 집중해야 하는 일은 다른 일인데. 사실은 그렇지도 않으면서. 아, 정말이지, 인생은 장기 투자라는 것을 왜 자꾸만 잊게 될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하루에 두 가지 일은 해치우기로 또 다시 다짐한다. 어차피 하루에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아니까. 일단 첫 주하고도 하루가 지나버린 7월달 첫 주의 글을 이제서야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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