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아침마다 코로나 확진자 수를 검색하는 내가 제일 먼저 떠오른다. 올해 나에게 제일 중요한 일이 확진자 수 체크였다니... 그게 더 소름.
겨우 4달 남은 올해를 붙잡을 수도 없고...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간다. 9월의 첫날을 꽉 채우고 싶었건만, 겨우 몇 가지 일을 처리하고 방청소를 하다 보니 하루가 갔다. 이렇게 소름이 돋다간 날개를 달 지경이다.
오랜만에 타로카드를 꺼내보았다.
사주를 보거나 타로를 보러 가는 것이 귀찮아서 샀던 카드. 뭐든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려 말이지. 그림이 예쁘다거나 그저 궁금해서 사본 카드들이 하나둘씩 모여 책상 서랍 한구석을 차지했고, 잊을만하면 한 번씩 셔플을 돌려보곤 했다.
나의 9월은 어떻게 흘러갈까. 그리고 이번 달을 잘 보내기 위해 카드는 무슨 조언을 하는지 들여다보았다. 같은 질문으로 2벌의 카드를 셔플 했는데... 묘하게 두 개의 이야기가 닮아있었다.
두 카드 모두 9월 한 달간 정말 많은 일이 있을 거라고 예고했다. 결과가 나오는 일들이 있고, 이 결과가 앞으로의 나의 방향을 결정해 줄 것이란다. 시작에 앞서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이고, 애정을 갖고 일해야 할 것이다. 일단 시작한 일은 죽어라고 해야 하며, 안 즐거워도 즐겨라. 돈은... 이번 달은 글렀단다.
돈이야 뭐, 어차피 있지도 않아서 상관은 없고. 몇 가지 결과를 기다리는 일이 있고, 준비하는 일이 있기에 좋은 카드의 등장은 결과와 상관없이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뭘 하든 자꾸 ‘죽어라 열심히’ 해야 한다는 소리엔 나도 모르게 으으.. 하는 표정을 짓고 말았다. 언니고, 카드고 나에게 뭘 그렇게 죽어라고 열심히 하라고 하는지 원.
이번 셔플은 얼마나 맞을까?
사실 난, 카드를 그렇게 크게 신뢰하진 않는다. 맞으면 ‘오오’ 하는 것이고, 틀리면 ‘에이’ 하는 것이니. 카드가 미래를 말해준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몇 가지 카드를 셔플 해보면서 든 생각은 결국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고, 카드도 명확한 답을 줄 순 없다는 것이다. 다만, 하나 좋은 점을 꼽자면 내가 가진 질문과 내가 가진 고민을 보다 뚜렷하게 볼 수 있다는 것.
가끔 생에서 어려운 일에 부딪혀 힘들었을 때를 돌아보면, 나의 진짜 고민이 무엇인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몰라서였을 때가 많았다. 내 마음인데, 나도 참 내가 어렵다. 그런데 다들 그렇지 않을까? 나만 그런 건가? 허허.
짧지 않은 생에서 알게 된 것이 있다면, 모든 문제의 해결은 ‘나’를 아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문제도 답도 내가 가지고 있으니.
뭐, 이걸 깨달았다고, 그 이후의 내 인생이 평탄했던 것은 아녔다. 수학이론을 좀 알게 되었다고 응용문제가 슥슥 풀리냔 말이지. 그저, 그렇게 끊임없이 나를 알아가는 것이 내 인생의 과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나의 9월은 시작되었다. 카드가 잘 될 거라고 해서 무조건 낙관하고 있지 않을 것이고, 시작하는 일에 있어서는 조금 더 준비를 하려고 노력을 해보려 한다. 돈? 묻긴 했지만, 사실 그렇게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패스.
1월에 계획했던 2020년은 참 건강한 시간이었는데, 8월까지의 나의 시간은 참 병약했다. 나머지 4개월은 조금 더 건강해 보도록 새로운 계획을 세워보려 한다. 아, 1번 다이어트는 빼라 양심이 있다면. 매년 내 계획들이 이뤄질 수 없는 건, 1번에 다이어트가 있어서 인지도 모른다. 1번부터 안되니 2번이 될 리가 있냐고요. 남은 4개월의 1번은 조금 더 키보드랑 친해지기로 하련다. 어떻게든 두드리다 보면 뭐든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