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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연 Sep 03. 2022

과체중 러너, 생애 최초 30분 달리기 성공!

실패만 경험하던 러너가 30분을 달려낸 성공기

"오늘만 쉬고 내일부터 다시 달려야겠다."


"오늘은 몸이 조금 피곤하네, 내일 달리면 되지 뭐."


"포기만 안 하면 되는 거야, 난 포기하지 않았어. 내일 달릴 거니까."


21년 9월, 달리기를 시작하고 한 달 남짓 흐른 뒤의 내 모습이었다. 

하루하루를 자기 합리화하며 달리기를 미뤘었다. 

자기 합리화는 날이 갈수록 실력에 실력을 더했고, 결국 나의 달리기는 멈춰버렸다. 


자기 합리화라는 것이 결국 포기를, 그리고 실패를 인정하는 셈이었고 다시 달리기 위해 꼬박 4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2년 새해가 밝고, 전문 작심삼일러 답게 다양한 계획을 세웠다. 계획을 세울 때만큼은 모든 계획을 이룬 성공적인 삶을 산 사람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이때뿐이다. 2~3시간 정도나 갈까?



도대체 나의 계획은 언제쯤 성공할 수 있는 걸까?



항상 실패의 연속이었던 나의 삶이 더 이상은 싫었다. 

그래서 보다 분명한 목표를 세우고 독하게 실천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2022년 2월. 그렇게 나의 30분 달리기 목표가 세워졌다. 








너무 급하지 않게, 대신 너무 늘어지지도 않게. 

이상적이지 않고 보다 현실적으로 계획을 세웠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정확하게 판단하고,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했다. 


너무 과한 목표는 하루 이틀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지속할 수 있는 가능성은 떨어진다. 

너무 적은 목표는 중간에 질리거나 지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달리기라는 새로운 세계. 더군다나 나는 실패를 경험하지 않았나!

나에게는 도움이 필요했다. 유튜브에서 '달리기를 해야 하는 법' 등의 영상을 보는 걸로는 부족했다. 

그렇게 나에게 도움이 될만한 도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생각보다 쉬운 곳에서 나를 도울 '도구'를 찾았다. 



바로 달리기 앱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런데이 앱. 


런데이 앱은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이미 유명한 달리기 앱이었다. 유튜브를 보더라도, 블로그를 보더라도 혹은 인스타그램을 보더라도 초보 러너들에게 항상 추천되는 앱, 런데이.



나의 달리기 목표는 간단(?) 했다.

런데이 앱을 따라 8주간의 훈련을 끝까지 마치는 것. 

런데이 앱을 따라 8주간의 훈련을 모두 마치면 나는 30분을 쉬지 않고 달리게 될 것이었다.


런데이는 달리기 입문자들에게 상당히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그래서 혹시라도 이 글을 읽고 달리기를 시작하려는 분들이 있다면 런데이 앱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런데이 앱에 접속하면 스타터 탭에서 '30분 달리기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하면 된다. 


런데이 앱에서 제공하는 30분 달리기는 일주일 동안 3번의 러닝을 권장한다. 


그래서 주차별로 총 3회 차 훈련만 소화하면 된다. 그렇게 프로그램을 따라 순서대로 훈련을 따라가면 되는데, 만약 해당 주차의 운동이 버겁게 느껴진다면 해당 주차의 운동을 반복하며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천천히 훈련을 따라가는 것이 좋다. 자신의 수준보다 벅찬 상황에서 계속 훈련을 이어갔을 경우에는 아무래도 부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신의 수준에 맞게 훈련량을 조절하고 난이도를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웬만큼 운동을 처음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의 1주 차는 비교적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천천히 달리기 1분 + 천천히 걷기 2분을 4번 반복하는 정도에서 1주 차 첫 번째 프로그램이 시작되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따라 할 수 있다. (물론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첫 번째 프로그램이 버거운 분들은 천천히 달리기 1분 대신 천천히 걷기로 대체하여 조금씩 걷고 달리는 근육을 만들어나가면 된다.)


나 역시도 1주 차 프로그램은 어렵지 않게 소화했다. 오히려 더 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는 시간이기도 했다. 물론 아주 오만한 생각이었지만, 이 정도라면 8주 차 훈련까지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 내가 이렇게 오만한 생각이 들 정도면, 여러분들은 무난하게 따라 할 수 있다. 걱정하지 말고 지금 바로 공원에 나가 런데이 앱을 켜고 달려보시길. 여러분들의 달리기 능력에 새삼 놀랄 수 있으니 마음의 준비는 하시길 바란다. 


런데이 앱 + '30분 달리기 도전'의 장점 중 하나는 달리기를 할 때 주의사항, 달리기 복장, 신발 등의 다양한 정보들을 들으며 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간중간 잘 달리고 있다며 응원해주는 친절함까지!


나는 런데이 덕을 톡톡히 보며 달리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오만한 생각을 뒤로하고, 나의 달리기는 어느덧 4주 차에 접어들었다. 이번 달리기를 통한 계획만큼은 꼭 성공하리라 다짐을 했던 탓인지, 런데이 앱의 효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매일을 달리고 있었고 생각보다 빠른 일정으로 4주 차까지의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맨 처음에는 공원에 나와 쭈뼛 거리며, 누가 나를 이상하게 보는 것은 아닌지, 달리기 초보라는 게 들통날까 민망한 마음과 어색한 모습으로 달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4주 정도 뛰어보니, 이제는 제법 러너가 된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 막 한 달이라는 시간을 뛰었을 뿐인데. 그것도 아주 천천히. 나는 정말 교만 덩어리인 걸까?


5주 차에 접어들고, 천천히 달리기에서 보통 달리기로 프로그램이 변화했다. 세상 천천히 달리며 나름 '러너'라는 자부심으로 뛰었던 과거가 그리워졌다. 천천히 와 보통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이야. 5주 차에 접어들며 처음으로 뛰는 게 버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흡이 보다 거칠어졌고, 허벅지가 뜨거워짐을 느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4분을 달리고 2분을 쉬는 패턴이라 생각보다 견딜만했다. 그리고 이제야 내가 '제대로 뛰고 있구나!'라는 감정을 느낀 순간이기도 했다. 


나는 잘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만 해도 나의 교만과 오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제법 잘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생각보다 달리기가 나랑 잘 맞을 수도?'








나의 교만과 오만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6주 차에 접어들면서 달리기에 벽을 느꼈기 때문이다. 

6주 차는 처음 프로그램에서 4분, 두 번째 프로그램에서 5분, 세 번째 프로그램에서 7분을 달린다. 


5분에서 7분. 무려 2분이나 늘었다. 1분씩 늘었던 시간이 왜 갑자기 2분이나 늘었난 말이다!


5분까지는 이를 악물며 뛰었었는데, 달리기가 나랑 참 잘 맞다고 생각했는데... 

런데이라는 앱이 정말 좋은 나의 달리기 파트너라고 생각했는데!!! 


배신도 이런 배신이 있을 순 없었다. 


7분을 달려야 하는 6주 차 세 번째 프로그램에서 현실을 인지해버렸다. 


'달리기... 나랑 안 맞는구나...' 


분명, 런데이 앱에서는 자신을 잘 따라오면 8주간의 훈련을 쉽게 해낼 수 있을 거라 했다. 하지만 7분을 2번 달리는 순간, 거짓말임을 깨달았다. 역시 세상은 믿을 게 없다. 내가 너무 순진했다. 



하지만 나는 힘들지언정 포기는 하지 않았다. 속도를 늦췄을 뿐, 멈추지 않았다. 이건 나와의 싸움이었다. 누구도 나에게 공원으로 나가 달리라고 말하지 않았다. 내가 스스로 공원으로 나왔고, 스스로 세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는 뛰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번 목표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해내고 싶었다. 달리는 중간중간에 배와 옆구리 중간 정도에서 찌릿한 통증이 오기도 했고, 너무 힘들어 걷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뛰었다. 멈추지 않았고 걷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나와의 목표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었다. 








프로그램이 7주 차가 되면서 지금까지와는 완전 다른 세상이 시작되었다. 지금까지는 한 자릿수 시간대를 달렸다면 이제는 두 자릿수 시간대를 달려야 했다. 7주 차부터는 무려 10분을 쉬지 않고 달려야 했다. 


기억하는가? 5분에서 7분을 달리게 되어 멘붕에 빠졌던 나를.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7분에서 10분으로 늘어난 시간을 보고도 덤덤했다. 그 순간엔 왜 그렇게 무덤덤했을까? 5분에서 7분으로의 2분의 차이에서도 멘붕이었던 나였는데. 7분에서 10분이라는 3분의 차이는 어째서 그렇게 무감각하게 받아들였을까? 


'10분? 한번 달려보지 뭐, 30분을 달려야 하는데 10분은 어떻게든 되겠지.'


실제로 내 마음은 그랬다. 일단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시작을 하고 정 힘들면 그때 가서 조금 쉬면 되는 거였다. 달리기 시험을 보는 것도, 체력측정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쫓기는 마음도 사라지고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참 신기한 건, 그렇게 10분 달리기도 무사히 마쳤다는 것이다. 호흡이 빨라지고 숨이 거칠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쓰고 있는 안경이 자꾸 흘러내렸다. 헤어밴드를 착용했음에도 계속 흘러내리는 안경이 거슬렸지만 달리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속도가 너무 느려서였을까? 그래도 나는 10분을 달려냈고 7주 차의 훈련들도 모두 이겨냈다.  7주 차의 세 번째 프로그램은 15분 달리기였는데도 말이다. 


7주 차 프로그램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지금까지 내가 달리면서 체크한 훈련 표를 꺼내봤다. 1주 차부터 꾸준하게 달려왔던 나의 흔적들. 그리고 나의 기록들. 최근 들어 내가 목표한 바를 이렇게 꾸준하게 지속한 적이 있었는가? 없었다. 최근 들어 나는 항상 무모한 계획만 세우기 급급했고, 그런 계획들은 모두 실패하거나 중간에 포기되어졌었다. 그런 나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나였기 때문에 7주간의 기록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하면 된다'라는 것을 배웠다. 이 순간의 나에게는 교만과 오만 따윈 없었다. 오히려 겸손한 마음, 감사한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나보다 먼저, 꾸준함을 바탕으로 뛰어온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마저 들었다. 달리기라는 게 참 쉽지 않음에도, 매일을 달리는 사람들, 꾸준함을 달리는 사람들. 나 역시도 그 사람들처럼 매일을, 꾸준하게 달리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대망의 8주 차. 


8주 차의 세 개의 프로그램은 간결하고 명확했다.


첫 번째 프로그램, 20분 달리기.


두 번째 프로그램, 25분 달리기.


세 번째 프로그램, 30분 달리기. 


지금까지 그래 왔듯 무덤덤하게 프로그램을 따라 달렸다. 20분을 달렸고 25분을 달렸다. 

당연히(?) 죽을 만큼 힘들었다. 멈추고 싶었고, 더 이상 뛰고 싶지 않다는 생각들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나는 모두 외면했다. 오로지 30분을 달려야 한다, 내가 세운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마음 하나로 달렸다. 


난 할 수 있다. 난 할 수 있다. 난 해낼 것이다.



드디어 8주 차 세 번째 프로그램. '30분 달리기 도전'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퇴근하고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후, 스트레칭을 하는데 묘한 긴장감이 생기는 게 아닌가? 

두근두근, 두근두근.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뭐지? 왜 심장이 뛰기 시작하는 거지?


무엇 때문에 내 손에 갑자기 땀이 나기 시작하고, 심장이 빨라졌는지는 모르겠다. 


마침내 오늘 30분을 달리는 순간이어서? 

도저히 못할 것 같았는데, 내가 30분을 정말 달릴 수 있을까? 


지금 생각해도 정확한 정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도 흐릿하지만 보이는, 그래도 내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대답으로는 "오늘 30분을 달리게 되었구나!" 하는 설레는 마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삑, 삑, 삑! 


런데이 앱 특유의 시작 소리. 아마 아시는 분들은 모두 아시리라.


8주 차의 마지막이자, 나의 첫 번째 달리기 목표를 이루기 위한 달리기를 시작했다. 


속도는 절대 빠르지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잡념은 버리려 애썼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달릴 수 있었다. 

나는 지금 뛰고 있고, 나를 지나가는 사람들, 내가 지나치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달리고 10분이 지나면서 런데이가 10분을 달렸다고 안내를 해주었다. 

'좋아, 지금 뛴 시간을 2번만 더 가보자!'


20분을 달렸고, 런데이에서는 역시나 20분을 달렸다고, 이제 10분 남았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지금까지 훈련을 꾸준하게 해온 탓인 걸까? 노력의 결과가 드디어 나오는 것인가?  

20분을 달려도 나의 달리기(조금은 느린)는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었고, 남은 10분도 충분히 달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제 마지막 10분을 달리면 된다는 생각에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내가? 내가 30분을? 정말 30분을 달리는 건가?' 



그렇게 25분을 달리고, 26분을 달리고 27분, 28분... 29분...


마침내 30분을 달렸다. 









30분을 달리자, 런데이 앱에서는 엄청난 칭찬과 격려가 쏟아졌다.


정말 쉽지 않은, 대단한 일을 해냈다며.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짜릿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온몸이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짜릿한 느낌.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그 순간 나의 몸을 감싸는 짜릿하고 기분 좋은 느낌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졌다.


그 자리에 멈춰 눈을 감고, 나의 달리기 목표를 이룬 것에 대한, 나만의 성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음미했다. 이때의 감정을 오롯이 글로 담아내지 못하는 나의 글쓰기 실력을 나무라고 싶다. 그 정도로 그 순간, 내 몸을 감싸는 느낌은 짜릿했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쾌감이 있었다. 





21년 9월, 달리기를 시작했다 포기했던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22년 2월, 새로운 달리기 목표를 정하고 달리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런데이 앱 8주 차 프로그램 하나 성공한 게 무슨 대수냐며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공이자, 성취고 보람이었다. 




30분을 달려내고 나는 또 상상의 날개를 펼쳤다. 


5km, 10km. 하프 마라톤과 풀코스 마라톤.


이제 막 30분을 달려낸 병아리 러너가 품기에는 너무 큰 목표일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30분 달리기로 마음먹고 30분을 달려낸 나 라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달리다가 어느 순간에는 잠시 멈출 때도 올 것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계획한 대로, 꾸준하게, 천천히 달릴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내가 상상하던 목표들을 이룬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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