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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Apr 04. 2018

기록이 변화시킨 삶

스케줄러, 일기, 그리고 대학생활기록부

글쓰기, 글쓰기 중에서도 ‘기록’은 나의 삶을 다양한 위치에서 변화시켰다. 지금의 나의 위치, 정서를 만든 것이 기록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이다. 지금부터 어떤 기록이 어떻게 나의 삶을 변화시켰는지 소개하려고 한다.



<스케줄러>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시작된 나의 첫 기록은 ‘스케줄러’였다. 스케줄러를 쓰기 시작하면서 고등학교 ‘성적’이 눈에 보이게 올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의 하루 일정의 마지막은 다음날 하루 동안 내가 해야 할 일들을 모두 스케줄러에 적는 것이었다. 스케줄러에는 내가 하루 동안 공부해야 할 국어, 수학, 영어, 탐구의 양을 적었다. 매일 그렇게 반복했다. 어쩌면 누군가는 기계처럼 살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오히려 정해진 하루의 틀 덕분에 자유로울 수 있었다. 정해둔 공부의 양을 끝낼 수만 있다면 나머지 시간은 나만의 자유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하루의 공부를 끝내고 나면 집에서 미국 드라마를 보거나 소설도 읽으며 스케줄러 덕분에 마음이 풍요로운 고3 생활을 보냈다. 또한, 공부할 양을 나눠서 정하다 보니 계획 없이 공부를 했을 때보다 더 많은 양의 공부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다. 실제로 내가 얼마나 공부를 했는지 시간을 적었는데, 스케줄러를 시작하고 난 이후로 그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효율적인 공부는 계획적인 공부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그 습관이 남아있어,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나에게 닥친 일들을 모두 종이에 쓰며 계획을 세운다. 계획의 좋은 점은 머릿속을 돌아다니던 추상적이고 복잡한 것들이 종이 위에 올라오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머리의 정보들을 손으로 가져와 종이 위에 옮겨지면, 떠다니던 것들이 눈 앞에 보이게 되면서 정리가 쉬워진다.


- 스케줄러 쓰는 팁 : 매일 국영수탐 공부 계획이 적혀있어야 한다. 하루는 수학, 하루는 국어 이런 식으로 공부를 하다 보면 다시 수학을 풀게 되는 날 그 감을 찾기 쉽지 않다. 공부는 감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시간을 정해놓는 것보다는 양을 정해두고 공부할 것을 추천한다. 자신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양보다 조금 더 많이 적어라.


실제 내가 기록했던 스케줄러이다.


<일기>


일기를 쓰게 된 것은 단순했다. ‘다이어리 꾸미기’에서 흔히 보이는 사람들의 예쁜 다이어리를 나도 갖고 싶었다. 처음 일기를 쓸 때는 멋지고 예쁜 말들로 하루를 가득 채우고 싶었다. 하지만 갑자기 내가 멋들어진 생각이 생길 리도 없고, 그런 생각이 들수록 아무것도 쓰지 못했다. 그래서 그저 하루 일상을 적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했고, 일과를 모두 적었다.


그러다 보니 또 마음에 안 들었다. 그저 나열식으로 내 행적을 기록하는 것밖에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건 내가 원한 일기가 아니었다. 일기란 게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고민 끝에 내린 나의 결론은 나의 행적에 감정을 넣기였다. 어려운 것은 아니었다. 그저 번호를 매기며 하루하루 ‘행복’했던 일들을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일기 거리를 계속해서 생각하게 되고, 행복한 일을 만들자는 다짐이 생겼다. 어찌 보면 일기를 위해 행복해지려고 노력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사진을 볼 때 그 당시의 장면이 떠오르듯이, 글로 된 기록을 읽을 때면 그 기억이 살아나는 것처럼, 행복한 일들로 가득한 일기를 보았을 때, 모든 날이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평범했을 내 하루하루들이 ‘특별한 그 날’들이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기억에 감정이 더해지면 추억이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일기는 나의 기억에 행복이라는 감정을 넣어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주었다.


- 일기 쓰기에 선호하는 공책 : 월별, 일별로 나누어져 있는 전형적인 다이어리보다, 줄만 무심하게 그어져 있는 일반 공책들이 일기를 쓰기에 좋은 것 같다. 일별, 월별로 나뉘어있는 다이어리를 쓰다 보면, 쓰지 못해 비어있는 날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완벽히 채워지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즘은 행복했던 순간 쓰기보다는 더 풍부한 감정들과 말을 담을 수 있도록 일기 연습을 하고 있다.


행복했던 일들에 관해 썼던 나날들


<대학생활기록부 >


대학생활기록부를 쓰게 된 것은 단순한 생각에서부터 시작됐다.

‘대학교에 가기 위해 생활기록부를 썼는데, 취업을 하기 위한 대학생활기록부는 왜 없을까?’

그래서 대학에 다니며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장단점을 가지게 되었고, 어떤 미래를 그리며 살게 되었는지 기록을 하고자, ‘대학생활기록부’를 만들었다.


고등학교 생활기록부에서 아쉬웠던 점은 ‘어? 내가 이런 활동도 했었나?’ ‘이 활동을 했을 땐 무슨 생각이 들었지?’처럼 그 당시의 순간들을 놓쳐버린 느낌이 들었던 점이었다. 학창 시절에는 내가 했던 활동들, 내가 배운 것들을 내가 아닌 선생님께서 생활기록부에 적어주셨다. 나 자신을 관리하지 않아도 누군가 나의 행적을 기록해준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닌 누군가가 얼마나 나의 의미를 적어낼 수 있을까. 게다가 선생님들은 수십 명의 생활기록부를 써주시면서 통상적, 표면적인 이야기밖에 하실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이제 대학생이 된 시점에서 나만의 ‘대학생활기록부’를 쓰기로 했다. 오직 나만이 느낀 것들을 기록하는 것이다. 대학교에서는 아무도 나를 관리해주지 않는다. 나는 자신을 챙기기 위해 ‘대학생활기록부’를 만들었다. 취업을 위해 곧 쓰게 될 자기소개서는 나만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스토리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취업 판에 제대로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나만의 삶을 기록한 대학생활기록부가 언젠가 꼭 도움이 되리라 의심치 않는다.



기록이라는 것은 굉장히 부지런해야 하는 일이다. 한 번에 기록하는 습관이 생기지는 않는다. 나도 아직 부지런하지 못한 내가 부끄럽기도 하다. 그러니 차근차근 메모하는 것부터, 자기 생각을 적어보는 것부터, 하루하루 일기를 써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기록이 습관이 되기 위해서는 나의 머리를 믿지 않아야 한다. 핸드폰 메모장이든, 공책이든, 어떤 것이 떠오르는 순간 적어두는 것을 습관화하자. 순간의 기억들은 너무나도 순식간에 지나가고 형태를 바로 감추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에서의 기록은 더욱 중요하다. 여행에서 느끼는 감정은 그 시간, 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벌써 한 달 전에 다녀온 일본 여행의 느낌이 사라지고 있다. 기록을 하다 보면 지나가고 있는 시간을 차곡차곡 모아두는 느낌이 든다. 어쩌면 사라졌을 기억들은 기록을 통해 두고두고 꺼내볼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었다.


내가 문구 용품을 사러 갈 때 굳이 살 생각은 없어도 꼭 들리는 곳이 ‘공책’ 구역이다. 예쁘고 다양한 공책의 종류들을 보면 마구마구 기록해버리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이 글을 읽은 이들에게 당장 공책을 사러 나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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