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드캠퍼스 Apr 16. 2018

대학에서 과대로 살기

 지난 해 2학기에 이어 나는 올해에도 과대가 되었다. 과대란 학과 대표의 줄임말로 과에서 필요한 정보를 공지하고 학과행사의 참여자 명단 작성 및 강의 중 자잘한 잡일돕기(이를테면 제본신청 등과 같은 일) 등을 한다. 쉽게 생각해서 고등학교의 반장, 내지는 담임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개강 전부터 “잘해도 과대 탓 못해도 과대 탓, 아무튼 과대 탓인데 왜 또 과대해?”라는 말을 들으며 산 사람으로, 과대로 겪는 일들을 써보고자 한다. 


 학교마다 차이도 물론 있겠지만, 3학기 동안의 학교생활 그리고 학과 분위기를 파악한 결과 나는 과대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느꼈다. 1학년 때부터 학보사 기자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신문의 독자 참여란의 기고를 권하기도 하고 일면식 없는 사람과 인터뷰를 하면서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고나 할까. 과대표는 약간의 '철면피''낯가리지않음'이 필요하다. 다양한 학번이 섞인 공지방에서 무례하진 않지만 센스있게 학과행사에 참여와 호응을 유도해야 하기도 하고, 고학번의 같은 학년 선배가 때를 안 가리고 질문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항상 휴대폰을 보고 다녀야 한다. 각 학년의 대표들과 학과 회장, 부회장과 조교님이 함께 있는 과대 톡 방에서 주로 공지해야 할 것을 전달받고, 소속 학년들이 모여있는 공지 방에 공지를 하는데, 만약 3시에 수업이 휴강하는데 그 공지를 2시 30분에 과대 톡 방에서 보면 정말로 망하게 되기 때문. 애초에 3시 수업 휴강 공지를 2시 30분에 했어도 내 탓이 된다. (교수님… 휴강 공지는 제발 최소 2시간 전에…) 다른 의미에서도 항상 휴대폰을 보며 다녀야 하는데, 다양한 이유에서 과대에게 개인톡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 내일 휴강 아니지? 라던가 

A강의 리포트 언제까지 제출이야? 라던가 

지갑 잃어버렸는데 공지 좀 해 줄 수 있어? 라던가 

신환회(신입생 환영회의 줄임말)가 뭐예요? 라던가 

행사 끝나면 몇시예요? 라던가


자신의 물건 간수를 잘 합시다!

 물론 필요에 의한 개인톡이 오기도 한다. 편입생이나 전과생에게 익숙하지 않은 말을 공지하면 개인 톡 방에서 학칙이나 커리큘럼을 소개하게 되고 다음번에 공지할 때는 좀 더 생각해서 공지하게 된다. 또 국문학도임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어렵게 문장을 써서 공지하는 경우에 온 질문에는 나의 어휘력을 반성하면서 답하곤 한다.  

  
 과대일을 하면서 힘든 것은 인원이 많을수록 정보수집이 힘들다는 것이다. 학과에서 행사할 때마다 항상 참여자 인원 조사를 해야 하는데 투표가 늦고 참여를 안 하고 학과행사는 다가올 때 투표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나, 투표하기가 싫은 건가, 투표하기가 어렵나, 왜 투표를 안 하지? 등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이모티콘과 함께 은근한 압박을 하면 본 사람 30에 참여자 12이던 투표가 참여자 28로 늘어나는 기적이 일어난다. 

결국, 다들 투표하실 거였으면서 왜 닦달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안하시는거죠..?

 과대가 가장 힘든 학년은 1학년이다. 

 1학년 때 과대는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OT도 참여했고, 학생회이며, 재수해서 학교에 들어온, 연장자 동기가 하게 되었다. 물론 나는 1학년 때 과대가 아니었다. 옆에서 과대를 지켜보았던 당시의 내가 느낀 1학년 과대에 대한 서술이다. 1학년의 과대생활이 제법 고욕인데, 학과행사 참여자는 대부분 학생회와 신입생으로 이루어져 있고, 1학년의 참여자가 낮으면 1학년 대표가 은근한 압박을 받는다. 학교 끝나고 집 가는데 학생회장이 “1학년 참여율이 왜 이거밖에 안 돼?”라는 메세지를 보낸다던가. “학생회비 왜 안내?”라는 얘기를 듣는다던가 (그걸 알면 제가 왜 여기있겠어요. 사람마음읽는 무당으로 데뷔해도 진작 데뷔했지) 본인도 학교행사가 어떤 건지 똑같이 모르는데 그 행사와 관련하여 질문들을 받는다던가. 


 공지방에 공지하는 것 이외의 업무로는 학생회 장부감사의 일이 있는데 각 단대 및 학과 학생회가 학생회비를 써야 할 곳에 잘 썼는지, 불필요한 지출이 있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학생회비가 그렇게 적은 돈이 아니고, 돈 문제는 다들 예민하기 때문에 꼼꼼하게 확인하게 된다. 이건 당연한 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소속된 학과의 장부를 감사할 때에는 내부고발자가 된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특히 학과행사에 잘 참여하는, 그리고 학생회와 친한 사람들이 과대가 되는 경우가 많다. 과대면서 학생회 소속이면 더 감사하기가 어렵기도 하고 과대의 본래의 의무가 희미해지는 것 같고 그렇다.


 종강하고 과대 장학금을 받으면, “과대 하는 것도 없는데 왜 장학금주죠?”라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업무 자체가 안 바빠 보이더라도 다양한 사람들과 얽히게 되고 거기서 듣기 싫은 얘기도 듣게 되고, 사실 인간관계로 인한 자잘한 스트레스가 제일 큰데 그것에 대해 공감해주지 않음이 안타까울 뿐이다. 개강하고 겨우 한 달밖에 안 지났다. 아직 3개월이나 더 남아있다. 그 3개월 동안 다시 많은 일을 할 테고, 많은 문제를 만나고, 많은 얘기를 듣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임감 아래에서 한 학기 동안 묵묵히 제 자리에서 일을 해내는 전국의 모든 과대들에게 존경과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