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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May 26. 2018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한국영화 ‘플랜맨’ 주인공 ‘한정석’은 1분 1초 단위로 모든 일에 계획을 짜고 살아가는 남자이다. 하루하루 완벽히 계획된 삶에 만족하고 살아가던 정석은 같은 플랜맨인 지원을 짝사랑하게 되지만 자신의 계획적인 면을 싫어하는 것을 알고 충격에 빠진다. 정신과 의사는 정석에게 변화를 권유하고, 정석은 자유분방하고 즉흥적인 삶을 살던 지원의 후배인 소정의 도움을 받기로 한다. 무 계획적이고 재미에 충실한 소정의 삶의 방식에 정석은 하루 만에 큰 변화를 겪게 되고 출근 8년 7개월 26일 만에 첫 지각을 하게 된다. 계획을 알리는 알람을 끈 정석의 인생은 그의 예상을 벗어나가지만, 주변인들은 오히려 좋은 변화라고 그를 칭찬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변화들에 점차 삶의 복잡함과 무계획성의 재미를 알아가며 정석은 계획된 삶을 사는 걸 포기한다.


 ‘플랜맨’의 주인공인 ‘한정석’ 처럼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계획을 갖고 살아간다. 휴가계획, 업무계획, 시험공부 계획 등 종류도 다양하고 날짜도 연도별, 월별, 주별, 일별 일정을 짜놓고 자신들이 생각한 일정에 맞춰서 모든 것이 이뤄지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계획을 짜놓은 사람 중 과연 몇 명이나 계획을 지키고 살아갈까?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 컴퍼스로 원을 그리며 만들었던 방학 계획서를 생각해보자. 원의 중앙에 맞춰 잠, 기상, 아침 식사, 운동 등으로 빽빽이 채우고 색연필과 크레파스로 색칠까지 하며 정성을 들이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답해보자 과연 며칠이나 그 계획들을 지켰던가? 아마 대부분은 하루, 이틀 지키다가 포기하거나 애초에 만들기만 해놓고 서랍 속에 고이 접어 넣어 뒀을 것이다. 2달밖에 안 되는 기간인 방학에서도 대부분이 계획을 지키지 않고 있는데, 1년, 5년, 10년, 나아가 삶의 계획들은 어떻게 지켜갈까?


 우리는 어릴 때부터 장래희망들을 써 간다. 그런 과정들을 걸쳐 내가 나중에 성인이 되어서 하고 싶은 장래의 희망들을 막연하게나마 정한다. 이후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걸치며 좀 더 구체적으로 진로를 정하고 그에 맞는 계획들을 가진다. 이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얻기도 하고 포기도 하며 앞으로 나아가며 살아가게 된다. 꿈을 이루기 위해 설정한 목표에 맞게 많은 계획이 세워지고 없어진다. 또한, 이런 계획들은 작심삼일이 되기도 하고, 야구 스타 이치로나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처럼 성공한 인생을 준비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원대한 꿈에는 수많은 노력과  방향을 잡아주는 계획이 필요한 법이다. 하지만 계획이 완벽하다고 해서 다 이뤄지지 않는 법이다. 아무리 완벽한 지도가 있다고 해도 모든 배가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사람들이 계획에 따라 살기에는 인생은 수많은 예외가 존재한다. 바다에는 배가 목적지에 도달하는 데 장애가 되는 암초와 각종 풍랑 그리고 파도들이 있는 거처럼 우리 인생에서도 죽음, 이별, 사고 등 언제 어디서든 예측할 수 없는 사건들이 터지고 있다. 당장 오늘 일찍 일어나 운동을 하고 학교에 가겠다는 계획마저 비가 오거나, 늦잠을 자거나 하는 예외적 요인들이 있지 않은가.


 중요한 것은 살면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짠 계획이 뜻하지 않은 사건들에 휘말렸을 때 그것을 어떻게 대처하는 지이다. 현재 꿈을 이룬 사람들 중 어릴 때에 정한 장래희망을 위해 짠 계획표 대로 산 사람이 몇이나 될까? 또한 계획표 대로 살았다고 하더라도 인생에 많은 굴곡들 앞에 목표들은 이뤄지지 않기도 한다. 누군가는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매일 밤마다 추가 훈련을 했지만 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다른 꿈을 찾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빈곤한 주변 환경 때문에 꿈을 갖지 못하고 살아가다가, 어느날 재능을 알아본 전문가에 의해 모델이 되기도 한다. 우연히 지나가다 들린 까페에서 자신을 변화시킬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되기도 한다. 옷깃을 스치기만 해도 인연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물론 삶의 예외적 요인들이 긍정적이게 적용되면 좋겠지만 부정적 요인들이 나타난다고 해서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만약 그런 요인들이 당장 꿈을 이루지 못하게 하더라도 극복하고 넘어갈 생각을 해야지 포기를 먼저 생각해서는 안 된다. 말 그대로 인생은 정말 길다. 계속될 것 같은 불행들도 결국은 끝날 것이고 그다음을 생각하고 살아가야 한다.


 꿈에 관해 이야기하면 누군가는 너무 늦었다고 누군가는 집안 형편이 어렵다고, 누군가는 재능이 없다고 말하며 계획들을 포기한다. 그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나이가 언제라고 생각하는가. 패스트푸드 계의 큰 반향을 일으킨 KFC의 창립자 커널 샌더스는 65세 나이에 자신의 패스트푸드 사업에 필요한 투자를 받기 위해 1009번의 사업 설명을 하였고, 한국 문학계의 대표 작가인 박완서 작가는 마흔이 넘은 나이에 ‘나목’으로 첫 등단 이후 각종 작품으로 한국문학계의 상들을 휩쓸고 다녔다. 그들의 인생에서도 꿈과 그것을 위한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다양한 예외적 요인들로 삶이 바뀌어 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해냈지 않은가. 꿈을 이룬 사람들이라 해서 그 꿈에 도달하는 길이 평탄하지는 않다. 그 길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가 중요하다. 막다른 길이라 하더라도 그곳에 앉는 것이 아닌 다른 목표를 찾아 길을 떠나야 한다. 그런 과정들을 할 수 있을 만큼 삶은 길고 계속되니까.


현재 메이져리그에서 촉망받는 이도류 투,타자 오타니 쇼헤이의 고1 계획표.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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