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글은 ‘내가 다시 예비 대학생이 된다면? (1편), (2편), (3편)’과 내용상 연결돼 있습니다. <대학 입학 전>과 <대학 입학 후>의 (1), (2)에 해당하는 내용은 1, 2, 3편에 실려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3) 영어와 친해지기.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고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등 지극히 일반적인 학교생활을 할 때는 영어 공부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영어 관련 학과가 아닌 이상. 물론 대부분의 저학년 대학생들은 필수 교양 과목으로 영어 수업을 수강해야 하지만 전공 수업처럼 열심히 듣는 학생들은 극히 드물다. 뿐만 아니라 몇 해 전 치렀던 수능에 비하면 교양 영어 수업의 내용은 그리 어렵지도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저학년 학생들은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점차 영어와의 거리가 멀어지기 쉽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능 시험이 끝남과 동시에 수능 영어 참고서는 모조리 버리고 영어와는 담을 쌓고 지내다시피 했다. 토익이 무엇인지 토플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영어란 그저 지루한 교양 과목 중 하나로 학점만 어느 정도 나온다면 내게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처럼 여겨 왔다.
그렇게 영어 공부를 놓은 지 2년째에 접어들던 해, 어떤 대외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며칠간의 심사숙고 후, 지원 마감 일주일을 남겨두고 주최기관에서 첨부해 놓은 이력서를 내려받아 살펴보게 됐다. 지원서를 쭉 살펴보던 필자는 고민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이러한 내용이 있었다.
‘공인어학성적(*필수입력)’
당시 필자에게 토익이란 교양 수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잠에서 깨어 난지 한 시간 만에 쳐본 기억도 나지 않는 시험이었을뿐더러 어떤 내용인지에 대한 지식도, 관심도 갖고 있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었다. 아무런 관심도 두지 않았던 하찮은 무언가가 나의 길에 훼방을 놓은 것 같았다. 그 허탈감에 온몸에 힘이 쭉 빠지는 듯했다. 이때부터 토익 시험에 대해 약간의 경각심을 가지게 됐던 것 같다. 토익 구성 내용, 시험 날짜와 가격 등을 검색해보며 나의 토익 성적은 어떨지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됐다. 이에 무작정 아무런 공부도 하지 않은 채 5만 원을 지급하고 다음 주에 있을 토익 시험을 신청했다. 누구나 그렇듯 첫 토익 시험의 결과는 썩 좋지 못했다. 하지만 충격을 받은 것은 시험 점수가 아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를 다 풀지조차 못했던 것이 필자를 괴롭게 했다. 시험장을 나오며 처참한 영어 실력에 대한 사태의 심각성을 절실히 깨달았다. 일명 ‘현타’. 현실 자각 타임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후 필자는 제대로 영어 공부를 하게 됐을까?
물론 아니다. 사람은 그렇게 단 한 번의 충격으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거의 2년간 손을 놓다시피 했던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니 앞이 깜깜하고 절로 속이 답답 해져왔고 불타는 공부 열정에 사놓았던 토플과 토익 참고서들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책장 깊숙한 곳에서 필자의 관심을 잃었다. 그렇게 영어 참고서와의 인연을 끊은 채 학교생활을 한 학기 간 이어나갔다. 필자의 현실 부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얼마 있지 않아 다시 영어와 마주쳐버렸다. 그것도 예전보다 더 좁아진 외나무다리에서.
바로 대부분의 예비 대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대학 로망 중 하나 때문이었다. 교환학생. 햇볕 따사로운 외국의 대학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고 여행하는 낭만 충만한 경험이 탐났다. 마침 교환학생 후보생들을 모집하길래 정보를 찾아보니 어학 성적이 필요한 것은 물론이며 미주권의 대학들은 대부분 토익도 아닌 토플과 아이엘츠를, 또 어떤 대학은 일정 점수 이상이 돼야 지원을 할 수 있었다. 피할 수 없는 외나무다리 끝에 선 필자는 곧장 학원으로 달려가 여름방학 단기 집중 강의에 등록을 했고 방학 내내 이 주에 한 번씩 토익 시험을 치렀다. 억지로 영어와 부딪히며 힘든 방학을 보내서였는지 초반 목표로 설정했던 토익 점수를 받을 수 있었고 스페인 교환학생의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해피 엔딩일까? 사실 아직 잘 모르겠다. 영어와의 투닥거림은 교환학생 신분으로의 출국 두 달 전인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끝날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감히 예상하건대 영어와의 전쟁은 아마 더 심해질 것 같다. 필자가 해보고 싶은 해외 인턴, 직업으로 삼고 싶은 여행 전문 기자 모두 우수한 영어 실력과 성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하고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어학 능력은 피할 수 없는 숙명과 같은 존재다. 당연한 이치다. 영어 한 자 자유롭게 내뱉지 못하는 사람에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나 해외 경험은 과분하니깐. 사회, 문화적 국경의 경계가 옅어지는 지금이라면 더더욱. 미루면 미룰수록, 모른 척하면 할수록 불리해지는 건 본인이다. 예비 대학생들에게 주어질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주어진 기회를 보다 양질의 기회로 만들어 내기 위해 앞서 나갔으면 한다. 한낱 영어 나부랭이 때문에 귀한 경험을 잃지 않도록 하자.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