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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Nov 11. 2018

학생부 종합전형,
합격자가 정말 학교 생활을 잘할까?


 대학 입학 전형으로 수시모집 비율이 많이 증가함에 따라 많은 고등학생이 수능보다는 수시모집 준비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특히 수시모집 전형 중에서도 선발 비율이 가장 높은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생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전형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이란 학교생활기록부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기반으로 하여 교내의 비교과 활동 역량평가를 통해 지원 전공에 대한 적성과 학생의 인성 등을 평가하는 전형이다. 


  한국 대학교육협의회 자료를 보면, 2018년도 기준 대입 수시 모집 인원은 69.9%에서 73.7%로, 학생부 종합전형 비중은 44.4%에서 63.9%로 많이 증가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대학이 점점 학생부 종합전형을 선호하는 대표적인 이유로 김은지 전 고려대 입학사정관은 “지원한 학생이 본교 인재상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지원 전공에 대한 기초 소양과 열정이 있는지를 확인하는데 학생부 종합전형이 가장 적합함”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과연 학생부 종합전형과 전공 적합성이 상관관계를 갖고 있을까? 학생부 종합전형 합격자가 정시 전형 합격자보다 더 대학 생활을 잘할까? 나와 고등학교 동창들의 경우를 보면서 학생부 종합전형의 어두운 현실을 말하고자 한다. 


고등학교 때의 우리 

  외국어고등학교 학생이었던 우리는 1학년 때부터 학생부 종합전형을 준비했다. 소위 “학교생활기록부를 잘 만들어주는” 특목고 학생이었기 때문에, 하루 동안에 자신의 모든 실력을 발휘해야 하는 수능보다 3년 동안 학교의 도움으로 일궈낸 학교생활기록부로 대학을 지원하는 편이 더 안전했다. 그래서 우리는 1학년 때부터 진로를 정했고, 그 진로에 맞춰 3년 동안 교내 활동을 했다. 학기 중간에 진로를 바꾸는 행위는 우리들 사이에서 “미친 짓”이라고 여겨졌다. 왜냐하면 그전에 쌓아왔던 교내 활동은 쓸모가 없어지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조차 진로를 바꾸고 싶어 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탐탁지 않게 여기셨다. 그래서 우리는 17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정한 진로를 3년 동안 질질 끌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렸다. 



  우리는 학교생활기록부 기록란에서 진로와 관련된 문장이 적혀있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꼈다. 그래서 교내 활동의 일환인 동아리, 소모임, 소논문 작성, 봉사활동 등을 모두 진로와 관련된 활동으로 하려고 했다. 심지어 과목별 세부 특기 사항에서도 과목과 우리의 진로를 연결하는 문장을 생각해내서 선생님께 그 문장을 작성해달라고 부탁을 드리기도 하였다. 이처럼 어린 나이에 정한 진로에 대해 맹목적인 추종을 한 결과, 우리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통해 희망하던 과 또는 희망하던 과와 비슷한 과로 대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대학교 때의 우리 

  고등학교 때의 우리는 대학생이 되고 나서 많이 변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세무사를 진로로 희망한 한 친구는 세무학과 진학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스무 살 때 찾은 본인의 관심사인 ‘연극’을 공부하고 싶어서 반수를 하였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영어 교사가 되고 싶었던 다른 친구는 대학교에서 우연히 경영 관련 수업을 듣고 난 후 ‘마케팅’에 관심이 생겨서 경영학과로 전과하였다. 차라리 이 친구들처럼 다른 꿈이 생기기라도 하면 다행이었다. 

  대부분은 고등학교 때 희망했던 진로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는 하지만, 다른 진로를 생각해 보는 것을 어려워한다. 우리는 앞서 말한 ‘미친 짓’을 하지 않기 위해서 3년 동안 한 진로만을 목표로 학교생활을 했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우리가 ‘학교생활기록부에 적힌 진로에 맞춘’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 하고 싶은’ 교내 활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학교생활기록부를 위해 꾸며낸 가짜 적성이 아니라 우리의 ‘진짜 적성’을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진짜 적성에 따라 단 하나의 진로가 아닌 다양한 진로를 꿈꿀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고등학교 3년 동안 희망했던 진로에 회의를 느끼게 되면, 별다른 진로를 찾지 못하고 행정고시 또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고 한다. 



  비록 고등학교 때 하나의 진로만을 목표로 했다고 하더라도, 그 꿈을 이룬 미래를 상상할 때면 우리들의 눈은 반짝거렸다. 외교관, 국제 변호사, 국제기구 종사자 등과 같이 고등학교 때의 우리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회적 일원이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대학교 때의 우리는 3년 동안 희망했던 꿈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면, 공무원과 같이 안정적이고 평범한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우리가 이토록 안정성을 생각했던 현실적인 학생들이었는가? 도전정신으로 반짝거렸던 학생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반짝거렸던 빛을 잃고 무기력증에 빠져서 현실에 안주하는 우리가 과연 ‘대학 생활을 잘하는 학생부 종합전형 합격자’라고 불릴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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