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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Nov 12. 2018

민증 팔아요

민증 집에 두고 다니는 내년 빠른이 위로 글


“오늘은 검사 안 할 것 같아.”

“저 알바생은 검사 안 해. 걱정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행동해.”

“아, 맞다. 너 빠른이지! 미안하지만 너 먼저 집에 가야 할 것 같아. 정말 미안해.”


  “빠른이” 새내기가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듣는 말들이다. 빠른이란 1월 또는 2월에 태어나서 동기들보다 1살 어리지만 학교를 같이 다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대학 19학번은 대부분 2000년생이지만 그중 몇 명은 2001년생일 것이다. 19학번의 빠른이들은 2001년생이다. 필자도 18학번 빠른이로, 동기들은 모두 1999년생이지만 필자와 몇몇 학생들은 2000년생이다. 2000년생으로서 한 번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불편함을 겪은 적이 없다. 학창 시절 12년 동안 1년 차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해는 달랐다. 여러 면에서 불편하고 슬프고 동기들에게 미안했다. 비록 법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이 글이 내년 빠른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와 조언이 되었으면 한다.     


술은 스트레스가 수반하는 행복이다

  대학에 진학하면 술을 마실 기회가 많다. 학과 행사, 동아리 뒤풀이, 일일호프, 각종 모임, 등. 기회가 없더라도 친구들과 술집에서 놀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새내기 때 미친 듯이 술 마시고 놀지 않으면 후회한다는 소리도 선배들이 할 것이다. 하지만 주류를 판매하는 업소들은 모두 주민등록증을 검사하고 설령 그것을 확인 안 하는 술집에 가도, 또는 민증을 빌려서 술집 알바생에게 기만을 해서 술집에 들어가게 돼도 본인은 불안할 것이다.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만 19세 미만인 자에게 술을 판매하는 음식점 또는 술집 업주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또한, 영업정지 2개월 정도의 행정처분도 함께 부과된다. 필자도 새내기로서 자주 놀고 싶었다. 하지만 필자는 하루 술 마시면서 놀고 싶어서 업주를 속이고 싶지는 않았다. 업주가 검사를 안 했는데 갑자기 경찰이 음식점에 와서 민증 검사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정말 드문 일이다. 필자도 한 번 봤다.) 자신 때문에 술집이 영업 정지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술집에 가는 일은 쉽지 않다.

  또한, 다 같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뒤풀이 하러 갔는데 빠른이라서 민망하게 혼자 술집에서 나가야 할 수도 있다. 새내기 때 해야 한다는 미팅도 보통 술집에서 하기 때문에 미팅도 어렵다. 아는 친구한테 민증 검사를 하는 척해 달라고 부탁하지 않는 이상 일일호프에 가는 것도 힘들다. 홍대의 예쁜 칵테일 바는 꿈도 꾸지 못한다. 신촌의 유명 클럽 근처에 가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밖에서 음악만 듣다 지하철 타고 집에 가야 할 것이다. 새내기 초반에는 정말 서럽고 짜증 난다. 빠른이 제도 만든 사람 소환해서 때리고 싶을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어려움을 겪을 빠른이들에게 술에 대해서 몇 가지 조언을 해주고 싶다. 첫째, 술에 너무 집착하지 말아라. 처음에는 술 마시는 것이 정말 즐겁다. 진짜 새내기 초반 때 맛있다고 마셨던 술이 지금은 너무 써서 누군가 사준다고 해도 마시기 싫은 것이 되었다. 정말 나중에 생각해보면 음주가 부질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니 술을 못 마셔서 서러워하거나 스트레스받지 말자. 둘째, 술을 못 마시는 또는 마시지 않는 친구들과 ‘팟’을 만들어라. 음주를 하지 못하는, 음주를 거부하는 친구들 외에 빠른이들을 배려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편해질 것이다. 솔직히 술 마시는 재미보다 그 술자리의 분위기를 위해 술을 마시고 싶을 것이다. 빠른이들과 친해지고 음주를 거부하는 친구들을 모아 음식점에 가서 술 없이 놀아도 재미있다. 이것은 술 없이, 즉 취하지 않고서 놀 수 없다는 생각을 버려야만 가능하다.   



숙소 예약부터 어려운데;;;

  대부분의 숙소는 부모님 동반 없이 미성년자가 호텔이나 파티장 등에서 숙박할 수 없게 되어있다. 그러므로 19세 미만인 사람은 숙소를 예약할 수 없다. 예약 시도하면 그 숙소에 갈 수 없게 됨으로 예약은 다른 친구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학과 MT나 새내기 배움터 등은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미성년자로 걸릴 위험이 없다. 하지만 2명, 4명, 8명 단위로 파티룸에서 놀 때, 특히 혼숙을 해야 할 때는 민증 검사의 불안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숙소에서 민증 검사를 한 적은 없었고 소란스럽게 놀아서 누가 신고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없을 것이다. 



족보 브레이커 빠른이 

  필자는 2018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래서 2018년 졸업생들을 친구처럼 “야, 야”하면서 편하게 대한다. 그리고 재수를 한 1998년생들에게는 ‘언니’ 또는 ‘오빠’라고 부른다. 가장 큰 문제는 1999년생 재수생들이다. 그들은 2017년 고등학교 졸업생들로,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다면 필자는 그들을 ‘선배’라고 불렀을 것이다. 이러한 특수한 경우들은 우선 ‘언니’ 또는 ‘오빠’라고 부른 후 합의를 통해서 더 편한 명칭을 택한다. 보통 친해지면 일반 99년생들과 같이 이름으로 부른다. 

  ‘족보 브레이킹’은 현재 빠른이인 필자의 가장 큰 걱정이다. 필자는 약 1개월 이후 더 이상 술, 숙소 등에 대한 고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학생활 2년차로서 새내기를 맞이하고 그들과 명칭을 정리하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내기들은 같은 2000년생이면 친구나 동기와 다름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고등학교를 같이 다녔으면 필자가 동갑이든 아니든 ‘선배’라고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말을 빠른이 선배 입장에서 새내기들에게 말하기에는 불편하다. 괜히 꼰대라는 소리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초반에는 서로 존중하면서 친해진 후 명칭을 정하는 것이 서로 기분 나쁘지 않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빠른이들의 일반적 의견이지만 고등학교 졸업 연도를 기준으로 선배와 동기를 구분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이 3가지 난점 외에 휴대폰 결제가 안 되거나 10시 이후에는 노래방에서 나가야 하는 서러움이 있지만 단점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단점이 너무 많아서 장점이 작아 보일 수는 있다). 장점을 하나 말하자면 빠른이들끼리 친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학과에 몇 명 있을 것이다. 필자도 00년생들과는 강의를 같이 듣지 않았음에도 친해졌다. 같은 난점을 경험하므로 공감대 형성이 쉽다. 또, 삐빅! 소리를 1년 더 들을 수 있다. 100원도 소중한 대학생에게 교통비가 싼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행복하고 의미 있게 시간을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빠른이라서 화낼 시간에 고등학교 때 못했던 새로운 활동을 해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새로운 운동을 배우거나 공연을 보러 가는 것을 권장한다. 또는 술 마실 돈과 술 마시는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방학 때 여행을 가는 것도 좋다. 대학 입시의 제약을 받아서 못한 것은 음주 외에 너무나 많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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