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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Nov 16. 2018

정시생의 수능이 끝난 후, 3개월


  일단 수능을 치른 고3들, n수생 분들 모두 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주위에서 흔히 12년간의 노력이 오늘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수능을 치고 난 뒤에 후련함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고 허탈감을 느끼는 학생들도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수능을 처음 겪어 어색한 고3도 있을 것이고, 경험해봤지만 수능이 낯선 n수생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처음 수능을 쳤을 때 재수를 이미 염두에 두고 있었던 상태라 사실 수능이 끝난 후 11, 12, 1월을 그렇게 걱정을 하며 불안에 떨거나 대학을 가기 위해 열심히 보내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시 수능을 치고 정말 대학을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수능이 끝난 뒤 11, 12, 1월 3개월 동안 정시 원서 접수를 하면서 불안해하기도 하고 포기를 하고 싶을 때도 있었습니다. 또한 고3 때 이런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던 터라 더 낯설고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친구들에게도 편하게 털어놓지도 못해 우울해하던 적이 떠올라 다들 걱정되고 고민되는 시기에 대해 정시를 준비했던 저는 그 시기에 어떤 고민을 했으며 어떤 점이 아쉬웠는지 하나의 경험담으로 알려드리려 이 글을 씁니다.


11월.

  수능이 끝나 다들 허탈하거나 후련하거나 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저는 첫 수능 전날에 정말 ‘너무 수능을 잘 치면 어떡하지?’라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며 잠을 설치느라 늦게 잤습니다. 정말 그렇게 수능을 치고 집에 오는 길에 전날의 저를 욕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그때부터 후회를 엄청나게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전과를 해서 강제 정시일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수시로 할 수 있었던 전형이 논술이었습니다. 하지만 재수를 할 생각이어서 친구들은 논술 학원에 다니면서 열심히 준비할 때 저는 그냥 논술을 보러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재수 후엔 그래도 논술을 보러 가보자 싶어서 갔는데 고3 때 논술을 치러 가지 않았던 것을 후회했습니다. 정말 수능 끝나자마자 갑자기 논술을 배우니 어떻게 답안지를 작성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라는 점이 논술을 그냥 경험 삼아 치러 가지 않았던 것도 후회가 됐습니다. 주위에서 떨어져도 경험이라고 할 땐 어차피 떨어질 거 왜 치나 싶은 마음으로 논술을 치러 가지 않았지만, 재수를 한다면 다음에 논술을 또 보게 될 수도 있으니 경험해 보는 것도 좋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가채점 표를 확실하게 적어오지 않아서 혹은 괜히 기차푯값,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도 최저를 그나마 맞출 수 있는 대학의 논술을 쳐보는 것을 꼭 추천합니다. 운 좋게 논술로 붙으면 이제 고생은 끝이잖아요. 정시로 가게 되면 아직 2개월을 더 고통받아야 합니다…


12월.

  그래도 어느 정도 늦게까지 자기도 하면서 ‘정말 그래도 수능을 끝냈구나!’ 실감하고 있을 텐데 수능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 됩니다.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께 성적표를 받는데 생각보다 잘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너무 우울해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린 이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자신은 정시가 확정이 났는데 주위에선 수시 합격자가 나오고 예상외로 수능이 대박이 난 친구들을 보면서 부럽기도 질투가 나기도 왜 나는 그러지 못했는가 자책도 하고 우울도 할 것입니다. 저도 실제로 평소 4등급에서 수능에서 1등급을 받은 친구를 보고 왜 나는 저렇게 운도 따라주지 않는지 그냥 다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일단 대학을 가고자 한다면 이제 정시 원서 접수를 준비해야 합니다. 우울하고 슬프더라도 최대한 많은 학원에 가서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재수 종합학원에서 추천을 받으면 아무래도 조금 높은 라인을 말해줄 때도 있는데 그걸 무조건 믿지는 말고 다양한 곳에서 추천한 대학의 라인을 조정하면서 후보를 좁히기를 추천합니다. EBS에서도 대학 진학 상담을 도와주는데 원하는 전형의 원하는 대학, 학과를 작성하고 수능 성적을 작성하면 그 대학 합격자의 점수를 알려줍니다. 자료 하나하나가 중요하니 EBS에서도 대입 상담 글을 남겨 상담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저는 어느 전형에 지원할 사람들끼리 점수를 공개하거나 어느 학과를 쓰려고 하는데 서로 점수를 공개하자 이런 게시글에 댓글을 달거나 연락을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지원을 막기 위해 실제 점수보다 훨씬 높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험담입니다) 그냥 아예 관심 있는 학과를 적거나 아니면 전과를 생각하고 희망하는 대학교를 지원하시길 바랍니다. 결과는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기에 자신이 넣고 싶은 곳을 넣어야 아쉽지 않습니다. 전 사실 정시에서 나군을 부모님이 원하는 학교에 넣어 결국 불합격하고 가군에 있는 학교에 오게 되었는데 나군에 제가 원하는 대학이나 학과를 적지 못한 것이 대학에 새내기가 아님에도 조금은 아쉽습니다. 그러니 주위에 조언을 듣되 정말 붙어서 다니고 싶은 곳을 적거나 아니면 떨어져도 여기는 내고 싶다 하는 곳을 지원하길 바랍니다.

  하지만 정말 합격만이 목표라면 무조건 뽑는 인원수가 많은 학과를 선택해서 지원하길 바랍니다. 일단 모집인원이 많아야 추가합격도 많이 돌아서 ‘정말 대학만 가자!’ 싶다면 대형 학과를 지원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입학해서 적응이 안 돼 힘들다면 그것 또한 본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리고 재수를 생각하더라도 일단 지원을 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전 원래 재수를 생각해서 정시를 지원조차 안 했는데 정말 정시 지원도 경험인 것 같습니다. 배치표를 어떻게 보고 그때라도 어떤 학과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볼까, 어떤 경쟁률, 어느 정도의 점수 차이면 합격, 불합격이구나를 경험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재수를 하게 되더라도 결국 다시 정시로 지원하게 된다면 그 경험은 안 해봤던 것보다는 해본 것이 더 좋습니다.


1월.

  원서를 넣는데 가족들과 다툼 아닌 다툼과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초조함에 1월은 한 1~2주까지만 즐거웠고 슬슬 결과가 나기 시작하는 셋째 주부터는 정말 초조했던 것 같습니다. 나름 붙을 것 같았던 나군에 발표가 먼저 났는데 합격 발표를 앞당겨서 하겠다고 학교 홈페이지를 확인하라는 문자를 받았을 때는 붙었나?! 싶어서 설렜지만, 불합격 결과를 보고 정말 집에 들어가기가 싫었습니다. 첫 발표가 불합격이니 기분이 매우 안 좋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때 스스로에 대한 원망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자기 원망을 좀 하다 이제 이 대학을 지원하게 한 부모님의 결정에도 원망하고. 후보 몇 번인지를 보면서 이걸 기대해도 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는데 사실 저라도 합격하면 놓지 않을 학교라는 생각에 그냥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과를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하는데 그냥 원래 발표가 나는 날로 미루고 싶고 계속 현실 부정을 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부모님이 대학 홈페이지를 확인해 보셨나, 안 하셨나 눈치를 보다 가군에 지원한 대학에서도 발표를 앞당겨서 하겠다고 문자가 왔습니다. 이미 나군은 불합격인데 문자가 온 것을 보고 가군마저 떨어지면 어떡하나 싶어 선뜻 결과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새벽에 겨우 심호흡을 하고 결과를 확인하는데 합격 결과창이 나와 새벽에 온 가족을 깨웠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합격한 이 과는 고3 때까지 고려조차 하지 않았던 과였습니다. 일단 절대 못 갈 것 같은(성향에 맞지 않아) 과를 제외하고 그나마 취업도 생각하고 자신의 성향도 생각해 지원한 과가 지금 다니고 있는 학과입니다. 하지만 주위에 유독 제가 다니는 학과를 희망했던 친구들도 많았고 이 학과가 전망이 좋다는 말에 많은 고민 없이 지원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정시를 지원할 땐 원하는 학과를 소신 있게 지원하는 경우도 있지만 저처럼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 생뚱맞다고 느낀 학과에도 지원하게 되는 게 정시생인 것 같습니다. 



  정시생은 생각지도 못한 학과에 지원하게 되거나 혹은 하늘이 도와서 엄청난 상향인 대학에 붙거나 하향인데 불합격하는 다양한 변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정시로 지원해야 한다고 해서 너무 우울해하거나 내신이나 비교과를 챙기지 않은 과거를 후회하진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엄청나게 수능이 망해 우울하다면 저도 엄청나게 수능이 망해 다시 수능을 준비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결국 버텼고 다행히 지금은 그 시간을 추억은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수능을 망친 자신이 너무 원망스럽게 느껴져도 어떤 선택(재수를 하거나, 그냥 점수에 맞춰서 대학을 가거나)을 확실히 해서 자신의 선택으로 20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갈 대학이 없다고 재수해야지!’ 이렇게 생각하지도 말고 ‘내가 그렇지 뭐… 그냥 적당히 가자…’ 이러지도 말고 정말 자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고민한 뒤에 스스로 선택한 20살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이 글에서 수능을 원하는 점수를 맞은 정시생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진 않았지만 원하는 성적이 나온 정시생들은 그 점수를 받기까지 노력한 것에 다행히 원하는 결과도 나와 정말 축하드립니다!)


이 글을 읽은 모든 학생분들이 자신에 맞는 선택을 한 멋진 20살이 되길 바랍니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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