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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드캠퍼스 Nov 18. 2018

꿈과 현실, 그 타협점은 어디에?

희망 학과 vs 취직 잘 되는 학과

  나는 현재 치위생학과에 재학 중이며, SNS를 통해 많은 중, 고등학생들의 진로상담을 해주는 멘토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10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에게 상담을 해주었는데,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취직이 잘 되는지’이었다. 정말 치위생학과가 자신의 목표여서 묻는 사람도 있지만, 많은 학생이 진정 자신이 원하는 과는 따로 있었다. 단지, 자신이 원하는 과는 취직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취직이 잘된다는 보건계열로 방향을 돌렸다는 것이다. 

출처 : 교수신문

 

  사실 지금 내가 이렇게 보건계열에 입학하여 입시 상담을 해주고 있지만, 나도 어떻게 보면 취업 때문에 이 학과에 입학했다. 그렇기에 원하는 학과와 취업을 하기 위한 학과 사이에서 고민하는 학생들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취업이 잘 되는 학과를 선택한 선배 입장에서 후회는 하고 있는지, 다른 진로를 계획 중인지, 적응은 잘하고 있는지 등등 알려주고 싶은 내용이 참 많다. 


1. 나의 이야기

  아마 중학교 3학년 때였을 것이다. 3학년 부장 선생님이자 기술&가정 과목을 가르쳤던 선생님은 우리가 졸업하기 전, 기술 시간에 대학교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벌써 5년도 더 된 이야기라서 자세한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대부분의 학생이 꿈이 아닌, 성적에 맞춰서 대학을 지원한다는 말을 들은 것은 정확히 기억한다. 그 당시 나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내 꿈을 위해 진취적으로 나아가자는 가치관을 따르고 있었기 때문에, 성적에 맞춰서 지원한다는 것만큼 멍청하고 한심한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3년 뒤에 멍청하고 한심한 일을 저질렀다. 

  사실 멍청하고 한심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대학 합격 발표가 나기 전까지도 몰랐다. 나는 그저 내가 가고 싶은 대학교의 학과를 5개만 썼을 뿐이었고, 하나 남은 수시 지원 자리에 부모님께서 취업이 잘되는 보건계열 학과를 쓰라고 하셨다. 자리 하나 남은 게 아까워 쓰긴 썼지만, 난 붙어도 절대 보건계열 학과 안 갈 거라고 그렇게 큰소리쳤었다. 하지만 웬걸, 부모님이 추천해준 학과를 제외하고는 전부 다 불합격을 했고 결국 나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보건계열 학과에 진학하게 되었다. 재수할까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고등학교 3학년 때의 힘든 1년을 또 겪는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끼쳤다. 부모님 역시, 재수는 원래 올 1등급만 받던 애들이 수능 때 미끄러져서 하는 거라면서 재수를 만류하셨다. 

  입학하고서 한 학기 동안은 참 괴로웠다. 나는 남들과 다를 거라 생각했는데, 결국 나도 남들과 똑같이 성적 맞춰서 취직 잘 되는 학과에 입학했다는 사실 날 너무 괴롭게 했다. 하지만 전공과목을 배우면서, 생각보다 전공 이론이 나와 잘 맞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이 전공을 살려서 내가 원래 원했던 진로와 융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로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2. 내가 원하는 진로와 보건계열 학과와의 융합?

출처: 파이낸셜뉴스


  ‘나의 이야기’에서 나는 내가 본래 희망했던 꿈과 보건계열 학과를 융합할 수 있다고 했었다. 융합이라고 거창한 단어까지 쓸 정도는 아니지만, 꼭 보건계열 학과를 나왔다고 병원에서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나는 원래 생명과학과를 희망했다. 막연했지만 그래도 유학을 꿈꾸고, 연구소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치위생학과에 입학하고, 그 꿈이 좌절되고 나는 꼼짝없이 치과위생사가 되어야 하는 건가 싶었지만, 아니었다. 간단히 내 이야기를 좀 더 하자면, 입학 후 1학년 1학기 때는 ‘치위생학개론’이라는 전공밖에 듣지 않아서 치위생학과가 무슨 학과인지 잘 모르는 상태였다. 하지만 2학기 때부터 조직발생학, 해부학, 미생물학, 면역학 등을 배우면서 정말 즐거웠다. 비록 구강에 한정되어 있긴 하지만, 내가 배우고 싶었던 과목이었기에 하루하루가 신났다. 또 학교에 다닐수록 다양한 곳으로 취직 혹은 진학한 선배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진로가 ‘치과위생사’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나는 좌절되었던 나의 연구원이라는 꿈을 다시 키울 수 있었다.

  무슨 관련이 있나 싶은 분야끼리 융합해서 새로운 분야를 개척할 수도 있다. 첫 전공 수업 시간에 전공 교수님은 우리에게 치과위생사가 되지 말라고 하셨다. 정말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치위생학과 학생들에게 치과위생사가 되지 말라고 하다니! 이어지는 내용에서, 우리 보고 정치에 관심을 두거나, 제2외국어를 뛰어나게 잘하거나, 글을 잘 쓰는 등의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라고 하셨다. 당시에는 무슨 소리인가 싶었지만, 알고 보니까 졸업한 선배 중에서 해외에 진출하시거나 보건복지부 기자가 되시거나, 보건 계열 정치 쪽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있었다. 이 세상에는 치과위생사도 많고, 정치가 혹은 기자 혹은 제2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치과위생사 면허증을 가지면서 다른 쪽도 잘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보건계열 면허증도 있으면서 다른 분야도 잘하면, 그만큼 경쟁력을 갖춘 사람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하면서 남들보다 독특한 경쟁력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그만큼 남들보다 배로 노력해야 한다. 보건계열 학과에서 절대 복수전공과 이중 전공을 할 만큼 시간이 나지 않는다. 따라서 따로 자격증을 준비한다거나 때에 따라서 다른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해야 할 수도 있다. 


3. 보건계열, 적응할 수 있을까?

  취업률 때문에 보건계열에 진학할 경우, 가장 큰 문제점은 ‘적응을 못 하는 것’이다. 소문대로 보건 계열 학과는 미친 듯이 빡빡하다. 조별과제도 많고, 퀴즈도 매주 보고, 리포트도 매주 써야 하며, 실습도 거의 매일 나간다. 심한 날에는 아침 8시 30분, 1교시부터 5시 30분, 8교시까지 쭉 수업이 있는 날도 있다.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는, 고등학생 때도 이렇게 살았는데 대학생이라고 이렇게 생활 못 할까 싶었다. 근데 정말 죽고 싶다. 다른 학과로 진학한 내 고등학교 친구들은 월요일 공강(수업이 없는 것을 말함), 금요일 공강이라며 여기저기 놀러 다니고, 어떤 날엔 수업이 2개밖에 없다며 오전 수업만 하고 끝난다. 반면 보건계열은 공강도 없고, 방학도 없다. 우리 학교 치위생학과 기준으로, 3학년 때부터 방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방학 동안 병원 실습을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기사 면허증을 따기 위해 국가고시도 봐야 한다. 수능을 보고 대학에 입학했는데, 또 국가고시를 봐야 한다니. 물론 수능보다 덜 어렵고 합격률도 높지만 그래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국가고시에 대한 압박감이 심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전공이 안 맞는 사람들이 있다. 크게 전공 이론이 안 맞는 사람과 전공 실습이 안 맞는 사람이 있다. 전공 이론은 주로 생명과학과 관련된 내용이기에, 문과 출신 동기들이 매우 힘겨워한다. 반면 생명과학을 좋아한다면 어느 정도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전공 실습 부분에서는 대체로 다들 힘들어한다. 처음 치과 기구로 상호 실습 테스트를 보면 다들 ‘편입을 알아볼까?’라고 말들 한다. 드물게 처음부터 전공 실습을 잘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보통은 ‘익숙해지는 것’ 같다. 

  취업률만 바라보고 왔지만, 전공 공부가 도저히 안 맞아서 도중에 편입하거나 다른 학과로 입학하는 사람도 있고, 의료기사가 되고 난 후에 몇 년 일하고 때려치우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그만둘 거면 취업률을 바라보고 오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취업률만 바라보고 입학했는데, 생각보다 본인에게 전공이 적성에 맞을 수도 있다. 혹은 치과위생사가 꿈이어서 입학했는데, 적성에 안 맞아서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적성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입학하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 

  그 누구도 자신의 선택을 대신 선택해줄 수 없다. 그저 옆에서 다양한 방향이 있다고 제시만 해줄 수 있을 뿐이다. 자기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일이 뚜렷하고 그 일을 해서 행복하다면 망설이지 말고 그 학과로 가라고 말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게 딱히 없다면 보건계열을 선택하는 것도 그렇게 나쁜 선택은 아니다. 다만, 적응을 할 수 있는지가 문제다. 적응은 직접 입학해서 겪어보지 않는 이상 모르기 때문에 내가 설명을 해줄 수 없다. 굳이 설명하자면, 전공의 대부분이 생명과학과 관련되어 있어서 그 분야를 좋아한다면 전공 이론은 적성에 맞을 확률이 높다. 실습의 경우, 차분하고 꼼꼼하고 섬세하고 손재주가 있을수록 적성에 맞다. 하지만 덜렁거리고 손재주가 없다고 못 하는 것은 아니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쪼록 내가 이야기해준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가장 좋은 선택을 했으면 좋겠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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