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드캠퍼스 Oct 12. 2017

어느 순간 책과 멀어져 버렸다면




전 어렸을 때 책을 참 좋아했어요. 초등학생 때 집에 티비도, 컴퓨터도 없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주말마다 간 도서관에서 빌린 10권의 책들이 오락 거리였어요. 부모님의 손을 잡고 집 앞 어린이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는 순간은 제가 또 다른 세계를 만나는 순간이었어요. 저는 그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안에서 꿈이 많은 빨간 머리 소녀 앤을 만났고, 힘이 세고 유쾌한 삐삐와 함께 놀았으며, 율리시스 무어의 책 속 주인공들과 함께 모험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 였을까요? 점점 제가 책보다 스마트폰에 더 집중을 하게 되고 공부로 인해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저는 책에 대한 부담감이 너무 커졌어요. 공부를 해야 할 시간에 옛날처럼 단지 웃으며 즐기며 책을 읽는 시간은 저에게 죄책감을 안겨주었고, 점점 저는 과거와 달리 책을 통해 꼭 무언가를 학습해야하고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었어요.


과거 학교 도서관에 앉아서 모모를 읽으며 가슴 졸이고 ‘시간’에 대해 생각해보던, 너는 하늘말라리야라는 책을 읽으며 눈물 짓던 저는 사라져 있었어요. 어느 순간부터 책은 즐거움의 대상이 아닌 학습의 대상이 되었어요. 책은 읽고 즐기고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하고 문제를 풀고 토론을 해야 하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내가 읽고 싶은 책이 아닌 읽어야만 하는 책들을 읽고 억지로 무언가를 짜내어 학생 생활 기록부에 써넣으면서 책과 멀어지고 있었어요. 도서관은 어렸을 적 추억과 즐거움의 공간이 아닌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찾는 고통과 인내의 공간이 되었고, 서점은 단지 새로운 문제집을 사기 위한 공간이 되었어요.


그렇게 책과 정말 멀어져 버린 상태에서 폭풍 같던 고 3 생활이 끝났죠. 분명 수능도 다 끝나서 하루 종일 집에서 편하게 핸드폰을 하며 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하루하루가 지루하고 공허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책장정리를 하다가 먼지가 쌓인 해리포터 책들을 보고 제가 얼마나 이 책을 사랑했고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 떨려 했는지 생각이 났어요. 해리포터 책을 처음 읽던 날 완전 빠져버려서 자기 전까지 책을 읽고, 학교에 있을 때도 얼른 집에 가서 다음 권을 읽고 싶다고 생각하던 제가 생각 났어요. 또한 해리포터의 마지막 시리즈인 ‘죽음의 성물’이 나왔을 때 아빠가 퇴근할 때만 기다리다 아빠 손을 이끌고 서점에 가서 기뻐하며 책을 사서 나오던 제가 생각 났어요. 저는 그렇게 방학 동안 다시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기 시작했고 다시 천천히 책들과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책과 너무 멀어져 버린 상태에서
다시 책과 친해지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먼저 책에 대한 부담감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책을 통해서 꼭 무언가를 배우고 학습해야 한다는 생각을 없애세요. 저도 한 때 책과 멀어 졌을 때 미스터리, 판타지, 로맨스 소설은 책으로서의 가치가 낮고 인문학적인 책 혹은 어려운 고전 책이 책으로서의 가치가 높다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하지만 결국 어떤 장르이고 얼마나 어려우냐를 떠나서 책은 그 자체로 책 안에 세계가 있고,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더라구요. 어렵고 인문학적인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책을 읽는 즐거움 그 자체를 즐기는게 중요한 거 같아요. 자기가 과거에 좋아했던 책을 다시 읽어보거나 좋아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의 원작 소설을 읽어보는 것이 책과 다시 친해지는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두번째로 책을 읽는 장소를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책을 멀리하게 되었을 때 도서관에 대한 안 좋은 인식들로 가득 차 있었어요. 어느샌가 저에게 도서관은 시험공부를 위한 장소, 딱딱하고 숨막히는 장소, 불안한 장소로 변해 있었어요. 그렇게 도서관과 멀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을 만날 기회도 줄어들었죠. 그래서 저는 일부러 예쁜 북카페를 찾아가 맛있는 음료와 함께 책을 읽고 친구들과 함께 아기자기한 독립서점을 가서 책을 만나는 시간을 늘렸어요. 그리고 따뜻한 집에서 미숫가루 한 잔과 함께 편안하게 쇼파에 누워 책을 읽으면서 책을 나의 휴식과 취미의 한 부분으로 다시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어요.




애니메이션 슈퍼배드(despicable me) 중 스틸컷


물론 저는 책이 아닌 영화, 애니메이션도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멀어졌던 책과 다시 친해지면서 저는 책만이 가진 여러가지 장점을 다시 느끼게 되었어요. 책은 우리로 하여금 상상하고 공감하는 힘을 갖게 해주는 것 같아요.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새로운 세계 속에서 새로운 일들을 경험하며 일상의 지루함을 날려버릴 수 있죠. 또 한 때는 책 속의 주인공들의 감정에 공감하고 그들이 상황을 헤쳐 나가는 모습을 보며 위로 받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하죠.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의미없이 페이스북을 뒤적거리며 스낵컬쳐를 소비하던 제가 책에 집중하고 더 많은 생각을 하는 것에 스스로 괜히 자랑스럽기도 했고요. 제가 감정적으로, 정신적으로 충만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만약 지금 여러분들이 책과 너무 많이 멀어져 있다면 가볍게 오늘 한번 다시 책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동안 잊고 있었던 새로운 세계가 여러분들 앞에 펼쳐져 있을지 몰라요.





본 칼럼은 ©TENDOM Inc.과 한국청소년재단이 함께 운영하는 '애드캠퍼스 온라인 칼럼멘토단' 소속 대학생 멘토가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을 위해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글의 내용은 운영기관의 공식의견이 아니며, 일부 내용은 운영기관의 의견과 다를 수도 있음을 밝힙니다. 칼럼은 출처를 밝히는 한 자유롭게 스크랩 및 공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게재내용의 상업적 재배포는 금합니다, 감사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