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보의 역사

기록 10

by 아름

나는 울보이다.

울보는 때로는 오해를 불러온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들어간 회사에서 장례식장을 가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서 가본 적은 있어도 나 혼자서 복장을 갖춰 입고 간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래서 몰랐다.

내가 그렇게 꺼이꺼이 울 줄은.


그분의 빨갛고 퉁퉁 부은 눈을 마주한 순간.

울보의 눈물이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모두의 눈에 애도의 눈물로 비춰졌다.

적당히 울었으면 좋았으련만 한번 시작한 눈물은 쉽게 그칠 줄을 몰랐고, 함께 왔던 다른 분들이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꺼이꺼이 울었다.


스토리가 참 좋지 않은가.

이제 막 졸업을 하고 처음 회사에 들어온 귀여운 사회초년생이 장례식장에서 꺼이꺼이 울었으니.

이 어찌나 가엽고 안타까운 일이 아닌가!


다음날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잠깐 이리 와보라고 했다.

"그분 눈이 너무 슬퍼 보여서 울었어요. 집에 무슨 일 있는 거 정말 아니에요!"

해명 아닌 해명을 해야 했다.


혹시 상사가 어려워 말을 못 하는 것은 아닌가 싶으셨는지 부장님 시작으로 팀장님의 질문부터

동료의 "너 진짜 나한테는 말해야 한다!" 협박 섞인 걱정의 질문까지 해명을 하고 나서야 질문은 끝이 났다.


내가 그들의 걱정을 잠재운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그저 아니라고 하니 더 이상의 질문을 참는 듯했다.

그렇게나 많이 울었다.


그 뒤로도 때로는 무슨 일이 있는 것 아닌가 오해를 살 만큼 울곤 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제는 나도 어쩔 도리가 없어 휴지를 준비한다.

때로는 그 상황에 깊게 들어가지 않기 위해 생각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여유 생겼다.


언제 또 눈물 버튼이 눌릴지 모르지만,

그럴 때는 그냥 울어야지.

나는 울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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