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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소금 Sep 06. 2019

주어진 오늘을, 순간을 소중히 해야 한다

미국(뉴욕, 채터누가, 애틀랜타)에서의 생각과 기록

레이첼 기다려


레이첼은 나의 태아 친구(어머니들 뱃속에 있을 때부터 서로 알던 사이여서 내가 그렇게 명명함).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세상에 둘 도 없는 단짝이었다. 그러다 레이첼이 초등학교 6학년 때 다른 지역으로 떠나서 중-고등학교 대학교 때 한 번씩 봤다. 유학으로 인해 미국으로 완전히 갔는데 방학에 잠시 한국에 왔을 때 함께 부산여행을 갔다. 그 부산 여행이 2박 3일 내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한국에서 여행을 계획할    나라가 미국이었다. 레이첼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여행지 스페인에서 통화했을  "소영아 네가 나를 보러 미국까지 와준다니 기쁘다."라고 말하기도 했고, 어서 빨리 만나기를 고대했다. 미국 일정은 뉴욕 4 5. 레이첼의 집인 테네시주에 얼마간 머물다가 다른 행선지를 정해 떠나는 것으로 정했다.


미국 입국 심사가 까다롭다고 들었다. 아웃 티켓은 코파항공에서 예약만 한 것으로 통과됐다.


아프리카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짐 붙일 때 직원 분께서 미국 묵을 숙소는 어디인지, 이스타 비자는 있는지 비행기는 어떤 걸 타는지 물어봤다. 또 경유하는 터키 아부다비 공항에서 뉴욕으로 갈 때에도 아프리카에서는 무얼 했는지, 뉴욕(미국)에 얼마나 머물 건지 얼마로 여행하는지, 혼자 여행인지 가족여행인지, 미국 여행 이후의 일정은 무엇인지 등 별의별 걸 다 물어봐서 열심히 답변했다. 이 많은 것들을 영어로 막힘 없이 대답하고 문제없이 무사히 뉴욕 JFK공항에 도착하여 뿌듯했다.




화려함과 평화로움이 공존하는 도시, 뉴욕



숙소에서 편히 자고 다음  아침, 뉴욕에서의 해야  목록을 확인하고 나왔다. 지도 앱을  타임스퀘어 쪽으로 걸어갔다. 자전거 타는  좋아하는데 하루 종일 자전거를 빌려준다는 피켓을 발견했고 자전거를 빌려 센트럴공원으로 향했다.


타임스퀘어를 갔을 때 갖가지 전광판들로 휩싸인 그곳을 실제로 마주하니 웅장함과 휘황찬란함에 처음엔 신기했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고 시끄러워 금방 질리고 지쳐 숙소로 도망치듯 돌아갔다. 그런 타임스퀘어에 반해 센트럴파크는 매우 평화로웠다. 잠시 자전거를 세워두고 벤치에 앉아 아이와 아버지가 공 놀이하는 걸 바라봤는데 그저 행복했다.



모마와 메트로폴리탄, 4박 5일로는 아쉬웠던 뉴욕


아프리카 동행 영주가 추천해준 뉴욕 한인민박에서는 한국인 친구(현영)를 만났는데 말도 잘 통하고 일정이 맞아 함께 뉴욕을 여행하기로 했다. 현영이와 함께 뉴욕 현대 미술관(모마)으로 출발. 가는 길에 우연히 들린 베이글 가게의 연어가 꽉 찬 베이글은 끝내주게 맛있었다. 모마의 티켓 가격은 25불.



메트로폴리탄은 기부제다. 모마 광장  거리 예술가의 연주가 인상 깊었다. 드라마 시크릿가든 OST부터 개구리 뒷다리 송까지, 심지어는 애국가도 불렀다. 한국 노래를 한국인보다   아는  외국인이 신기해 현영이에게 '세상에 이런 일이'(TV 프로그램) 나와야 하는  아니냐며 즐기어 공연을 봤다.



뉴욕 떠나기 하루 전 날, 우린 아침 일찍 일어나 자유의 여신상 무료 페리를 타기로 계획했으나 그 전날 무리한 탓에 둘 다 못 일어났고 대신 쇼핑을 하기로 했다. 현영인 타임스퀘어로 떠났고 나는 현영이가 추천해준 Strand서점에서 레이철에게 선물할 에코백과 달력을 샀다.


참 신기하게도 내가 가려고 한 가게 veniero가 마침 서점 근처였다. 숙소에서 한 시간 거리여서 어떻게 찾아가나 걱정했는데 바로 옆에 있어서 감사했다.



뉴욕에서도 언제나처럼 계획한 것들을 다 하진 못했다. 여행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절실히 실감한다. 시티투어버스를 탔는데 중간부터 비가 오고 바람이 몹시 불어 영 별로였다.



먹고 싶었던 음식(쉑쉑 버거, 파이브 가이즈)도 먹지 못했고 자유의 여신상도 보지 못했지만 다음에 다시 와서 먹고 보면 된다. 날 좋을 때 시티투어버스도 타면 된다. 그 날을 위해 주어진 오늘을, 순간을 소중히 해야 한다.




왜 이유도 설명도 없이 그러는 거죠?


JFK공항에서 내가 탈 델타 공항 비행기(뉴욕-> 테네시-채터누가행)가 지연됐다.


원래는 18 30분에 출발하는 건데, 기계에서 체크인하여 하니 지연 표시 뜨고 다른 항공권을 제시해주기에 찜찜해서 일단 패스했다. 안내하는 분에게 가서 기계 말고 직원에게 체크인하고 싶다니까 해주셨다. 그런데 지연됐다는 말이 없길래 지연된  아닌 건가 싶어 일단 짐을 풀었다.  붙이는데 25달러를 지불했다.


터미널 2로 가서 '항공권에 좌석 표시가 없다. 좌석번호가 뭐냐?'라고 영어로 물었더니 한국인 직원이 한국어로 대답했다. 왜 지연됐는지 설명 없이 20시 45분으로 지연됐고 지금 있는 곳으로 19시 반 경에 오면 다시 알려준다고 했다.


처음 겪는 일이라 얼떨떨해서 알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꽤 당황했다. 침착히 기다리다가 19시 반경이 되어서 다시 찾아가 '내 좌석이 뭐냐'라고 물으니 나중에 들어갈 때 바코드를 찍어보면 나온단다.


레이첼에게 물으니 보통 이런 경우에 항공사에서 호텔 제공해 준다기에 서비스센터에 가서 말했다. 그랬더니 호텔이 없다고 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PP카드로는 여기 있는 라운지를 이용하지 못하고 4 터미널로 가야 하는데 미리 말해줘서 알았다면 먼저 갔을 텐데, 20 45 이라고 해서 가지 않은 건데.


결국 23시 40분으로 재차 지연.


결론은 일단 23시 40분 비행기 타고 애틀랜타로 가고 애틀랜타에서도 호텔이 있을지 없을지 모르니 라운지에서 있다 아침에 채터누가 가는 비행기 타려고 한다.



레이첼과의 즐거운 추억들


레이첼이 친구 D와 내가 오기로 하기 전부터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뮤지컬을 보기로 했다고 나에게도 같이 보자고 했다. 테네시에 도착한 주말에 함께 공연장으로 갔다.



워낙 그 영화를 좋아해서 뮤지컬도 보는 내내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레이첼 덕분에 미국 판 사운드 오브 뮤직도 보고 호강했다.



레이첼과 함께 그림을 그렸다. 학교에서 그림 그린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그림 그리는 것은 분명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일과 일상이 바쁘다 보니 엄두를  내고 살았는데 레이첼 덕분에 와인과 치즈를 먹으며 소박하지만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레이첼은 아침마다 요가를 다녔다. 미국  쿠팡으로 쿠폰을 끊어서 함께 갔다. 여행 동안 운동 한  하지 못하고 먹기만 해서 운동이 절실했는데 레이첼 덕분에 요가도 하고   받았다. 요가는 마지막에 명상할 때가 제일 좋다. 요가  명상하는 기분은 모두가 느껴봤으면 한다.




레이첼은 대학원에 다녀서 숙제를 해야 해서 자주 함께 스타벅스에 갔다. 레이첼은 공부하고 나는 미래 계획이나 생각, 영어 공부 등을 했다.




'원망도 필요 없고 후회도 필요 없다
현재만 잘 살아가면 된다 현재가 선물이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자'
2018.11.05 IN 테네시






레이첼은 본인의 아들이라 여기는 망고라는 강아지가 있다. 나는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 레이첼 덕분에 망고와 지내며 강아지와 교감을 하게 됐다. 우리는 망고와 함께 레이첼이 쉬는 날 산책을 갔다.

멀지 않은 미래에 레이첼과 망고를 보러 다시 미국에 가고 싶다.




나를 위해 방 하나를 내어주고 너무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해 준 레이첼에게 너무 고맙다. 덕분에 기나긴 여행 기간 속에서 나를 반추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었었다. 코카콜라 박물관도 자신은 몇 번씩이나 갔지만 나를 위해 또 가주었고, 고마운 것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나의 태아 친구 레이첼아. 참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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