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빛소금 Sep 23. 2019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칠레 산티아고

무턱대고 온 칠레


미국 친구 집에서 꽤 오래 머물렀다. 하지만 떠나야 했다.

칠레 산티아고의 한 한인 민박에서 스텝을 구한다는 말만 듣고 다음 목적지를 칠레로 정했다.

비행기 표까지 끊었는데, 연락해 보니 이미 사람은 구했다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칠레 산티아고에 갔다.


12월. 한국은 겨울이지만 칠레는 여름, 햇볕은 따뜻했지만 나는 막막했다. 묵을 곳을 찾기 위해 잠시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와이파이를 연결, 구글 오프라인 지도를 내려받아 호스텔에 도착했다.

금방 어둑어둑해졌다. 일단 시간이 늦어 잠을 청했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잠이 언제 드나 싶었는데 어느새 다음 날 아침이 됐다.





숙소에서 나와 발길 닿는 데로 길을 걸었다. 그러다 한국어로 된 간판들이 보였다. 지금 내 수중엔 겨우 1만 페소뿐.(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1만 6000원 정도)






숙식이 제공되는 곳에 일을 구해야만 했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구하지 못한다면 노숙자 신세가 될 수도.

한국어 간판으로 된 곳은 모두 들어가 문을 두드리고 "혹시 사람 구하나요?"라고 물었다.



여기저기 가 보았지만, 어느 한 군데 흡족한 만한 답변을 주는 곳이 없었다. 조급한 마음은 커져만 갔고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다온'이라고 적힌 한 한식당을 발견했다.


제발 이번만큼은 사람을 뽑길 간절히 바라며 문을 열었다. 처음에 마주친 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눴고 다음에는 사모님과 또 대화를 했다. 밥은 먹었는지 물으시더니 밥까지 챙겨주셨다. 비빔밥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쌀 한 톨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두 분께서도 조율해야 해서 상의하신 뒤 알려주신다고 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던가? 다행히도 이야기가 좋게 돼 숙식 제공에 월급까지 주는 것으로 다온 한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일하게 됐다.





칠레 산티아고에서의 한식당 주방보조 그리고 교회


마늘을 까고 파와 양파, 당근, 호박 등 각종 채소를 다진다. 또한, 김치찌개를 끓이며 돌솥비빔밥도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서보다 칠레에서 한식을 더 잘 먹고 있다. 일하니 시간이 빨리 간다. 참 새로운 경험이다.


칠레에서 한식당 주방보조라니. 칼질하는 것이 재미있고 사람들도 좋고 특히나 내 김치찌개가 맛있다고들 하시니 기쁘다.

한국인, 페루인, 아이티인, 이탈리아인 서로 다른 나라의 사람들이 칠레라는 나라에서 함께 일하는 것도 대단하고 재미난 경험이었다.






다온 사모님 덕분에 교회에 갔다.


나는 무교다. 그렇지만 아예 무신론자는 아니다. 그래서 교회에 같이 가자는 사모님의 말씀을 듣고 선뜻 같이 갔다.


만사형통하라는 말. 절대로 자만하거나 잘난척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말. 설교 말씀이 좋아 성경 구절과 함께 기록해두었다.


(시편 1편)

1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죄인들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2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도다

3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철을 따라 열매를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가 하는 모든 일이 다 형통하리로다

4 악인들은 그렇지 아니함이여 오직 바람에 나는 겨와 같도다

5 그러므로 악인들은 심판을 견디지 못하며 죄인들이 의인들의 모임에 들지 못하리로다

6 무릇 의인들의 길은 여호와께서 인정하시나 악인들의 길은 망하리로다 아멘.


사실 스페인 순례길을 걸을 때, 삼십여 일 중 반 이상을 함께 걸었던 친구가 성당에 다녀서 자연스레 성당에 같이 가다 보니 처음에는 그저 따라가다 나중엔 자발적으로 갔다. 나중에 종교를 선택하게 된다면 성당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현재는 기독교인이 되었다.


-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것은 없다.

변수가 가득하다.

내가, 내 자체가 그런 것인지, 인생이 그런 것인지는 모른다.

정말 확실한 일이 아니라면 함부로 말도 하면 안 된다.

17. 12. 19 in 칠레 -




돈 버는 게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구나





친구들의 사진을 보고 내가 그린 그림을 보더니 모두들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못생겼는데 똑같다." "이상한데 똑같다." "웹툰 작가 해라." 등등.






나는 돈 없는 여행자니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그림 버스킹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두기(칠레 정보를 알려준 지인)님이 잘할 수 있다고 용기를 팍팍 불어넣어 줘서 일 마치고 산티아고 시내로 갔다.





그러나 스페인어를 전혀 모르기에 "그림 그려줄게요." 이 문장 한 마디를 못하니 다들 그냥 쳐다보고 지나쳐갔다. 아무도 그리지 못했다.







결국 대 실패로 끝났지만 괜찮다. 다음에는 좀 더 능동적으로 해보자. 부딪혀보자.


-뒤돌아보면 늘 아쉬운 것 투성이.

조금 더 잘할 걸. 다르게 행동할 걸.

이랬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동안에도

또 시간은 흐른대.

한 시간 뒤, 하루 뒤의 네가

지금의 너를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을 살자. '내일'을 기대하자.

돌아보고 슬퍼만 하기엔 너의 '지금'이

'내일'이 너무 아깝잖아.

출처 가영쓰다

18.01.02-






이전 08화 주어진 오늘을, 순간을 소중히 해야 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