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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소금 Jun 28. 2019

여행지에서 만난 그대들과 함께해서 더 행복한 나날들

리스본 독일 프라하

리스본


 리스본에서 내게 주어진 시간은 48시간뿐이었다. 독일행 비행기를 미리 예매해 놨기 때문이다.

산티아고에서 버스를 타고 리스본에 도착, 예약한 에어비엔비에 가기 위해 버스를 탔는데, 창밖 풍경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분홍빛 그 하늘을 말이다. 설렘과 벅참. 또 이렇게 멋진 곳을 금방 떠나야 하는 아쉬움.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버스에서 바라본 분홍빛 노을의 리스본


 숙소 도착 후 허기가 져 체크인하고 바로 스페인 한인식당에서 사 온 라면을 끓여먹었다. 우연히 만난 대만 친구 윤추 덕분에 헤매지 않고 무사히 에어비엔비에 갈 수 있었고 또 윤추의 추천 덕분에 타일 박물관도 관람했다. 신기하고 감사하게도 이런 순간에 나를 도와주는 천사들이 항상 나타난다.


타일 박물관







독일


프랑크프루트 WITH H


프랑크프루트 산책 중에
H와 프랑크프루트 거닐며



 13년 만에 만난 중학교 친구 H를 만났다. 한국에서 여행을 계획할 때, 이왕 해외 나가는 김에 '독일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고, SNS에서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세계여행 계획 중에 있다 하니 H는 놀러 오라 했다. 실제로 가도 되냐 되물었더니 진심 오라고 말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시대를 참 잘 만난 것 같다. SNS가 없었다면 거의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 싶다. 우린 만나자마자 기쁜 맘에 포옹을 하고 그간 살아온 이야기를 했다.



프랑크프루트의 한 카페


 한 카페에서 중학교 시절 이야기를 했다. H는 1~3학년 내내 담임선생님이 같았다고 한다. 선생님께서는 H가 동양화에 소질이 있어 키우고 싶어 그렇게 하셨단다. 선생님이 보고 싶진 않은지 물었더니 그냥 그때의 기억을 간직하고 싶다고 했다. 여전했다. 당당하고 멋지고 자신만의 뚜렷한 가치관이 있는 아이. H. H의 친구 D와 함께 보냈던 그 소중한 나날들을 잊을 수 없을 거다. 고마워. 나의 멋진 친구여.


부자가 될 거야
괴테의 집




카셀 도큐멘타와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카셀 도큐멘타


뮌스터 조각프로젝트



 단지 친구들을 만나려고 독일에 갔을 뿐이다. 그런데 마침 카셀 도큐멘타와 뮌스터 조각프로젝트가 열리는 해였다. 스스로 운이 좋다며 이 두 행사를 보러 각각 카셀과 뮌스터에 씩씩하게 찾아갔다. 미술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향한 끊임없는 호기심이 날 움직이게 만들었다.





김추자  보따리


백남준 몽골리언 텐트


아직도 그 웅장함과 기발함 등 갖가지 모습들을 기억한다. 특히 우리나라 작가 김추자의 '보따리'와 백남준의 '몽골리언 텐트'는 반갑고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웠다.


*카셀 도큐멘타(독일의 중부 도시 카셀에서 5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행사) *뮌스터 조각프로젝트(유럽 3대 미술행사로 꼽히는 독일의 공공미술 행사)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
우연의 일치일까


순례길에서 만났던 마리를 독일에서 다시 만났다 (나, 마리 친구, 마리)





베를린 둥지민박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인연과 추억

 독일에 가기 전까지는 보통 에어비엔비나 호스텔에서만 묵었었다. 세계여행을 먼저 떠난  친구가 민박은 아침에 한식도 주고 민박만의 장점이 있다고 추천해주어서 베를린은 민박으로 정했다. 민박 예약 어플에서 제일 저렴한 25유로인 둥지민박으로, 그런데 접수만 됐고 예약 확정은 아니었나 보다. 민박 간판도 없고 너무 민박 티가 안 나서(사실 내가 잘 몰라서) 그 건물이 민박집인지 알 길이 없었다. 물어본 이는 잘못 알려주어 다른 곳으로 가 헤매느라 거의 1시간을 허비했다.

한식이 최고

 다시 그 건물로 돌아온 후 Jeong으로 시작하는 한글 이름이 적혀 있는 걸 보고 용기 내어 겨우 초인종을 눌렀다. 그런데 그쪽에선 사람을 받은 적이 없다고. 감사하게도 밤이 늦었으니 일단 들어오라고 했다. 이모께서는 곧 민박을 정리하고 한국에 들어갈 예정이라 오랜 기간 누군가 묵는 것이 부담스러워 확정을 누르지 않으셨단다. 그런데 나는 또 민박 예약은 처음이기에 예약 신청된 것이 확정인 것으로 잘못 알고 온 것이었고 사정을 딱하게 여긴 이모님은 나를 받아주셨다. 한국인이 정이 이리 좋은 것일까? 이모님 감사해요.

한식이 진리



확정과 신청은 엄연히 다르다





윤정이 그려준 나



윤정의 친구 케이티
케이티가 그려준 나




 하루는 이모님의 지인 분(윤정)이 친구(케이티)와 함께 민박에 놀러 왔다. 이야기를 나누다 흥나고 신이나 2차를 가기로 했고 윤정의 집으로 이동했다. 윤정은 우리에게  라볶이를 해주었다. 한국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세계여행 중에 라볶이를 먹게 되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그때 당시 제일 먹고 싶었던 음식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술가인 윤정과 케이티는 우리의 자화상도 그려줬다.




윤정아 보고 싶다





지누투어

 


진우야 사진 고맙다
진우와 첫 만남


 

진우가 베를린 명소들을 모두 구경시켜줬다. 베를린에 있는 케밥이란 케밥은 다 먹었다. 진우는 한국에서 오래 나간 모임에서 알게 된 친구인데 한국에서는 서로 시간이 엇갈려 한 번도 본 적 없다가 SNS상으로 먼저 친해졌고 독일에서 처음 실제로 보게 됐다. 성격이 잘 통해서 베를린에 있는 내내 진우와 자주 만났다. 라자냐도 만들어줬다.


유대인 학살 추모공원



케밥 맛집 독일
커리 부스터



진우가 자칭 '지누투어'라고 했다. 진우 덕분에 베를린에서 즐겁게 잘 보냈다.





어느 날 Mauerpark에서 타자기 시인 '빈스키'를 만났다. 빈스키는 단어 3개를 말하면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시를 지어준다고 했다. 빈스키에게 '엄마' 그리고 엄마가 좋아하셨던 '산'과 '탁구' 이렇게 세 가지를 얘기했다. 빈스키가 타자기를 탁탁 탁탁-타탁 타닥- 몇 번 두드리더니 순식간에 소중한 시를 지어줬다. 참 신기했다. 역시 예술가는 타고나야 하는 걸까? 마음을 울렁거리게 하는 시를 선물 받았다.  

   

그녀는 산이다,

모든 산의 어머니이며 고요하고 베풀면서,

우리를 그 높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나의 어머니는 산이다. 내 인생의 하늘길에 영원히 있어주신다.

내가 그녀를 그리워할 때마다, 나는 수평선을 쳐다본다.

나의 어머니는 산이다. 그녀는 생을 사랑하며,

그녀의 높은 산의 꽃피는 목초지로 우리와 함께 간다.

빈스키 베를린 2017 8 13




융소영


 민박집 이모님께서 체코에 가보라고 추천해주셔서 플릭스 버스를 예약하러 갔다. 내 영어 이름은 Jung So Young인데, 직원 분께서 Jung이 독어로 젊음이라며 구글 번역기를 켜서 보여주셨다.





'Jung'은 독어로 '젊음'

'So young'은 영어로 '아주 어리다'


 나의 이름을 두 나라 언어로만 해석해놓고 보면 나는 불사신이다. 한자 뜻은 나라 정 밝을 소 비칠 영 '나라를 밝게 비춰라.'이다. 나라를 밝게 비출 젊고 아주 어린 불사신이라는 뜻의 멋진 이름이라니. 멋진 이름을 지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





프라하 with yiyi

 분명 혼자 시작한 여행이었으나 자주 누군가와 함께 했다. 프랑스 일주일 여행도, 산티아고 순례길도 일부러 누군가와 함께 가려고 한 게 아닌데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여행이 된 것. 후에 갑자기 혼자가 되니 지독히도 외로웠다가, 독일에서 또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니 괜찮아졌다. 그러다 다시 혼자서 여행하니 전만큼 외롭지는 않았다.

이이 사진 고마워
이이와 함께
프라하의 한  성당에서



 드레스덴에서 프라하로 가는 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홍콩 친구 이이를 만났고, 창가에 앉았던 내가 화장실에 간다고 일어나서 자리를 비켜주게 되어 대화를 나누다가 서로 혼자 여행 온 걸 알게 되어 우린 자연스럽게 프라하 여행을 함께했다. 유럽여행카페에 들어가서 동행을 따로 구하지 않아도 여행지에서 만난 외국인 여행자와 말이다. '나 같이 혼자 여행하는 사람이 있어서 나와 함께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실제로 일어났다. 프라하를 만약 혼자 여행했다면 별로였을지도 모르겠다. 프라하는 너무 좋은데, 무리 지어 다니는 한국인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딱 혼자 여행한 사람들끼리 같은 버스 옆자리에 앉는 덕분에 같이 여행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다.







드레스덴 바스티유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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