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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빛소금 Jul 20. 2019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는걸

아프리카 여행에 가게 된 이유



이번 여행 계획 속에 아프리카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왜 갔느냐고?

순전히 친구 다진 때문이다. 독일에 있을 때 다진이 이집트에 오라고 연락이 왔다.

"집을 렌트했으며 침대도 두 개이고 방값도 안 받을 테니 와라. 생각정리 좀 해라."라고.

그렇게 비행기표를 끊고 이집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샴엘쉐이크'라는 공항에 도착해야했다.

다진은 분명 '샴엘쉐이크' 전 '후루가다' 라는 곳에서 비행기가 잠시 멈추니  거기서 내리지 말고 꼭 '샴엘쉐이크'에서 내려야 한다고 일러줬을 거다. 그런데 나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고 내렸다.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다 안내방송이 나오길래 내려야 하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비자가 있어야 이집트에 입국할 수 있어서 비자를 사려는데 왜인지 느낌이 싸해서 직원에게 물어봤다.


"여기가 샴엘쉐이크가 맞나요?"


"아닌데?"


"그럼 저 어떡하죠?"


그 직원이 전화를 걸어 누군가 왔다. 그는 네가 나를 곤란하게 했다면서 따라오라고 했다. 버스가 왔고 나를 태워 다시 비행장으로 갔다. 다행히도 다시 그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마침내 샴엘쉐이크 공항에 도착하니 다진이 예약해 둔 택시기사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택시를 타고 다진이 있는 다합 까지 갔다. 택시 안에서 본 다합의 첫 느낌은 황량하고 삭막했다. 게다가 우리가 살 집까지 가는 길에는 들개들이 엄청 많아 무서웠다.




다진은 이집트 다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이미 현지에서 사귄 한국인 친구들이 많았기에 다음 날 아침 그 중한 명의 집에 놀러 가 맛있는 식사를 했다.

볶음밥에 매운탕까지. 여기가 한국 인가 싶을 만큼 최고의 만찬이었다. 이집트에 도착하자마자 이렇게나 큰 환대를 받아 감사했다. 그 이후에도 자장면이며 찜닭이며 한국보다 더 많이, 정말 맛있는 한국 음식을 먹었다.

다시 한 번 다합 식구들(옹 오빠, 대원 오빠, 지영언니, 승희 언니, 션킹커플)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다합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아프리카 렌터카 여행을 할 예정인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왔고, 우리에게도 함께 아프리카 렌터카 여행을 같이 하자고 제의했다.



 카이로는 사람들이 조심하라고, 사를 많이 친다며 치를 떨기도 했다. 그런데 다행히 우리의 우버 기사님은 세상 친절하신 분으로 호텔에 짐 두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실뿐더러, 표도 현지인이 이용하는 값으로 구매해주셨다. 말도 안 되게 좋았다.

 이집트 다합에서 아쉽게  2주 만에 떠나 카이로에서 겨우 하루만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고 바로 남아공으로 가게 되어 아쉽지만, 원래 여행은 아쉬운 법이다. 다음에 다이빙도 실컷 하고 아스완 댐도 보고 크루즈도 타러 다시 가면 된다.

 사실 아프리카 여행 제안을 받았을 때 나와 다진은 한사코 가지 않을 거라 말했으나 결국 함께 했다. 사람일은 정말 어떻게 될지 모른다.







아프리카 여행을 함께 할 7인의 조우 in 요하네스버그 공항




 수연 언니가 인원을 모았다. 한 명은 언니의 대학원 동기 서우 오빠, 3명은 이집트 다합에서 알게 된 재수, 영주, 우석, 그리고 1명은 수연 언니와 남미 여행을 함께한 다진. 그리고 나. 이렇게 7인이 함께 하게 됐다. 수연 언니, 재수, 영주, 우석은 먼저 남아공에 도착해 있었고 나와 다진이 두 번째로 서우 오빠가 마지막으로 공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7인 완전체가 만났다. 한 달 반을 함께할 렌터카를 받고 장을 보고 캠핑 장비도 샀다. 유명한 캐년에 가려고 했는데 가는 길에 속도위반으로 벌금을 물뻔했다. 우석의 애교 덕분에 벌금은 면했다. 캐년은 보지 못했지만 대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달을 봤다.






늘 새롭고 짜릿한 아프리카.



 아프리카에서는 참으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이집트 다합에서는 스쿠버 다이빙 자격증을 땄고, 카이로에서는 낙타를 타고 피라미드를 봤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크루거 공립 공원에서는 코뿔소, 하이에나, 하마, 사슴, 기린, 사자 등등 거의 모든 동물을 봤다.





말레추냐네 폭포에서 쏟아지는 대자연을 만끽하고, 포트 엘리자베스의 광활한 대우주와도 같은 바다도 바라봤다.





케이프타운에서 보낸 일주일은 일주일이 너무 짧았다. 시간이 참 빨리 갔다. 도시의 세련됨과 풍족함을 만끽했다.





테이블마운틴을 봤고 세스림 협곡(나미비아 세계 3대 협곡)과 희망봉과 빅토리아 폭포에서 위대하고 장엄한 자연을 느꼈다. 그런 어마어마한 자연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에 대해 생각도 했다.



에토샤 국립공원의 워터홀이 단연 최고였다. 워터홀에 기린이며 코끼리가 모여들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이 멋진 광경을 보려고 우리가 8시간 넘게 차를 타고 왔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레소토에서는 반나절 이상 말을 탔다. 그렇게 오래 말을 탄 것도 살면서 처음이다. 소서스블레이사막에선 '사막이 이런 곳이구나'할 정도로 큰 사막을 접해봤고, 볼더스 비치에서는 비린내가 엄청나지만, 어마어마하게 귀여운 펭귄 무리들을 봤다.




스카이다이빙을 할 때는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시간이 짧았다. 한 번 더 타고 싶을 정도로.

번지점프는 올라가는 길에 너무 무섭고 긴장이 됐지만, 위에 올라가니 신나는 음악이 나오고 긴장된 마음이 좀 가라앉았다. 떨어질 때 느낌은 '나 이렇게 죽나?' 싶다가 1~2초 뒤에는 그 스릴을 즐겼다. 번지점프 덕에 눈가에 핏줄이 터졌다.


보츠와나 오카방고 델타 모꼬로 조그마한 나룻배에 다진이와 같이 탔다. 그 배에 앉아 손을 물에 대고 지나는 그 물을 가르지는 소리는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 평화로움이 너무 좋았다.





택시운전사


아프리카는 밤에 위험하기 때문에 나가면 큰일 난다. 그래서 밤에 각자 노트북이나 외장 하드에 담아온 영화를 보곤 했다.


택시운전사를 봤다. 너무 심하게 울었다. 눈에서 물이 쏟아져 내렸다. 멈추질 않았다. 물론 영화가 슬퍼서 눈물이 난 거겠지만 그 이전에 이 7명 중에서 내가 하는 역할이 없다고 느꼈었나 보다. 그게 영화를 계기로 팡 그동안 힘들었던 것들이 울컥 다 쏟아져 나온 것 같다.


 수연 언니는 모든 여행 계획과 숙소를 정하느라 바빴고 우석이도 그것과 함께 영어를 해서 숙소를 잡을 때 언니와 같이 가격 깎는 것 등 영어로 소통하는 모든 것을 했고 재수와 서우 오빠는 운전을 했고 다진이는 총무를 맡았고 영주는 수연 언니와 함께 요리를 맡아서 했는데 나는 딱히 차에서 노래 선곡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물론 설거지나 텐트 설치하는 것 등등 잡다한 것을 하기는 했지만 미안함 마음이 컸는가 보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때 그 당시 내 마음이 그랬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다.





여기 7인에 나는 겉도는 느낌이다. 기분 탓이겠지?

길을 걸을 때도..

내 옆엔 아무도 없다.

기분 탓이겠지?

우리 여행인데

나는 겉돌고

하는 것도 없고

속상

짐짝 같다.

남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했더니

윤정이가

나에게 도움이 되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나와 우리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왜 한시라도 혼자 있기를 두려워하는가

사람은 아니 인생은 혼자다

그 누구도 나의 인생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지는 것

그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고 오롯이 나 혼자서 짊어지고 가야 한다.

2017-10-01 '9:41



45달러 내놔


보츠와나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경찰이 우리 차를 멈춰 세웠다. 말도 안 되는 꼬투리를 잡았다. 차가 멈추었을 때 세워두어야 하는 신호 표지판이 2개여야 하는데 1개밖에 없다는 이유였던가?잘 기억도 안 난다.


그게 없으니 45달러의 벌금을 내라고 했다. 우리가 '알겠다, 내겠다'라고 하고 5달러까지 조율해서 깎았지만, 그마저도 내기 아까워 서우 오빠가 그 경찰에게 개인정보를 물어봤더니 바로 꼬리를 내리고 그냥 가라고 했다.


가난한 나라에서 공권력을 이용해 이렇게 한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실제로 겪어본 적은 처음이다. 이 외에도 렌터카의 앞바퀴 휠을 도난당한 일, 렌터카 타이어가 펑크 난 일 등 갖가지 당황스러운 일들도 있었다.



대망의 아프리카 여행이 정말 끝이 났다.

일곱 명이 먹고 자고 이동하고 함께 하다 다시 혼자가 되니 어색하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함께 한 달 반 이상을 함께 한다는 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다.

누군가 뾰족하고 모난 사람이 있었다면 결코 순탄치 못했을 것이었지만 다행히도 마지막까지 큰 탈 없이 즐겁게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함께 해준 서우 오빠 수연 언니 재수 다진 영주 우석에게 고맙다고 다시 말하고 싶다.

아프리카 여행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는걸' 이다.






실패를 '경험'이라 부르고,

제멋대로를 '신념'이라 부르며,

자기만족을 '독창성'이라 부르고,

의믜불명을 '참신'이라 부르며,

협동심 없는 것을 '개성'이라고

그들은 말한다.


주위의 반응에 좌지우지되지 말고

자신에게 소중한 것만을 꽉 끌어안고서.

마음 한가운데에 있는 무언가를 믿으며,

표현을 멈추지 않는 모든 사람에게,

떨리는 응원을 보낸다.


단 한번뿐인 인생.

좋아하는 것 안 하면 뭐할건데?


In the Beginning

was the word.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성서의 첫머리에 적힌 문장을 보고 놀랐다


나 자신이 매일 실감하고 있는 말.


기껏해야 말, 그래도 역시 말.


말로표현하는 것으로

마음은 의지가 된다.

생각은 메시지가 된다.


혼자만의 것이 모두가 나눌 수 있는

것으로 변한다.


인간은 지구상에서 말을 가진

유일한 생물.


그 힘을 활용해야만 한다.


자신이 표현하는 말을 아주 조금

의식해보자.

그것만으로도 인생은 크게 변할지도 모른다.


여행은 인생과 같다.

어디로 갈지가 아닌 누구와 갈지.


무엇을 할지가 아닌 누구와 살아갈지.


고통스럽고, 힘들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어져도.


어느 누구도 발을 들여놓지 않은

장소를 걷는 것은

역시 기분 좋은 일이다.


Yes!


Go for It!

-다카하시 아유무 패밀리 집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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