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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괜찮은 죽음 Sep 21. 2024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할까 받는 사람이 더 행복할까

둘 다 너무 좋지만. 

행복에 관한 내용으로만 꽉 차 있는 책을 읽었단다. 

서울대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의 아주 보통의 행복이라는 책이야. 

행복을 빼면 삶에서 무엇이 남을까? 행복해야지라고 매일 다짐하며 살지는 않지만 

살면서 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 행복을 추구하기 위함이잖아. 


행복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은 아니지. 

맛있는 밥을 먹고, 친구와 수다를 떠는 일, 좋아하는 소설가의 소설책을 하루 종일 읽거나, 그저 호숫가를 산책하는 평범한 일들도 행복감을 주니까. 그런데 요즘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나 봐. 행복을 찾는 책을 꺼내든 것을 보면.       


평범한 일상을 행복으로 만드는 행복 천재들은 무엇이 다를까?           


예상할 수 있는 날에 예상할 수 있는 선물을 하는 사람보다는 
아무 날도 아닌 날에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선물하는 사람이 더 고마운 법이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 이런저런 이유를 대는 사람보다 
“그냥 좋아”라고 답하는 사람에게서 더 깊은 사랑을 느끼는 것처럼. 
-아주 보통의 행복 중 -     


행복 천재들은 뜻밖의 시간에 뜻밖의 선물을 하는 사람들이래. 

평범한 사람들이 기념일을 챙기느라 수많은 날들을 그냥 흘려보낼 때 

행복 천재들은 마음속 감사의 감정을 흘려보내지 않고 모든 날들을 비범하게 만든다는 거야. 

첫 페이지를 읽자마자 행복 천재들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말았지. 


그러고 보니 엄마는 평범한 모든 날들은커녕 기념일이라도 잘 챙겨보자 하며 살아왔으니 수많은 날들을 얼마나 그냥 흘러 보냈는지 생각해 보니 아쉽더라. 

내가 행복 천재였다면 보고 싶은 마음, 아쉬운 마음,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이 드는 모든  날들을 행복의 순간으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말이야.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선물을 받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행복(幸福)이라는 단어의 뜻이 ‘우연히 일어나는 좋은 일’이라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네. 그러니 행복 천재들처럼 수시로, 그냥 선물하라는 게 작가의 조언이야. 그런 선물은 주는 사람이 영웅이 아니라 받는 사람을 영웅으로 만든데. 오래 생각하고 건넨 ‘그냥’ 선물이기 때문에.      


우연히 받은 선물이 행복이라~      

엄마도 생각났어. 네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열심히 회의를 하고 교실로 돌아와 보니 책상 위 키보드에 노란 나비모양의 포스트잇 쪽지가 붙어있었어. 웃고 있는 여자 아이가 그려져 있었고 작은 글씨로 쓰여있었어. 

‘엄마 나왔어. 사랑해’  

바쁘고 지친 엄마를 생각하며 빈교실에 오도카니 앉아 그림을 그리고 사랑한다고 메시지를 적고 있는 그때의 키 작은 너를 떠올려. 벌써 10년이 넘었는데도 울컥 마음이 차올라.      


맞아. 행복은 이런 거였어. 우연히 받은 선물. 

받는 사람은 세상 무엇보다 기쁨을 만끽하게 되는 그런 순간. 

행복해할 엄마를 생각하며 너는 또 얼마나 행복하게 그 시간을 채웠을까. 

행복은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참 좋은 것이구나. 

추억을 떠올리며 지금 마음이 또 따뜻해지는 것을 보니 행복한 선물은 유효기간도 없구나. 


그때의 네가 그랬던 것처럼 행복하기 위해서 그냥 선물을 하는 사람이 되렴.      


그냥 네가 생각나서 전화 걸었어. 요즘 어떠니?

그냥 주고 싶어서 주는 거야. 마음에 드니? 

그냥 함께 먹고 싶어서 그래. 밥 먹으러 갈래?

그냥 나누고 싶어. 뭘 도와줄까?      


어떠한 이유도 없이 안부를 묻거나, 선물을 주거나,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눠. 

받는 사람보다 나누어 줄 게 있는 사람이 훨씬 더 행복한 법이니까.       


그럼에도 만약, 행복을 찾지 못하겠거든, 아무리 둘러봐도 찾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그때는 누구를 생각해야 할까?      

행복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그 정의를 정확히 내릴 수는 없지만 충분한 만족과 기쁨의 상태를 행복이라고 한다면 엄마에게는 너희를 만난 것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거야. 너희의 존재가 곧 행복이니까.


그러니 엄마를 찾으렴. 옛날 어렸을 적 엄마의 행복 천재가 그러했던 것처럼 

엄마가 너에게 ‘그냥’이라는 선물을 나누어 주도록 할게.      


엄마는 네가 그냥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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