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고 글 쓰는 아이들로 자라렴.
띵동!
입금 문자가 왔다. 1,450원
우리 반 책이 팔리고 난 수익금.
드디어 첫 판매금으로 기부할 수 있겠구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글을 쓰게 한지 벌써 몇 년이다.
교직생활을 시작한 뒤로 한 번도 쉬지 않았던 일이기도 하다.
매년 새로운 교실에서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아이들이 쓴 글과 정성껏 달아주었던 댓글들이 과연 얼마나 그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을지 궁금하다.
선생님이 읽어주는 책 이야기에 자신의 마음을 듬뿍 담아 글을 쓴 아이들도 있었고, 너무너무 쓰기 싫어서 끝까지 글쓰기 숙제를 모른 척 넘어간 아이들도 있었다. 어떤 글이든 아이의 글에 맞게 내 마음을 짧게라도 표현해 주었는데, 일 년이 끝날 때쯤 아이들과의 헤어짐도 슬펐지만 무엇보다 아이들 글과의 이별이 꽤 아쉬웠다. 특히 조금만 닦아주면 숨은 진주처럼 영롱한 빛을 내는 글들은 내가 갖고 싶었다.
글쓰기는 누구나 쉽지 않은 과제지만 꽉꽉 채운 나만의 글들이 가득 담긴 글쓰기 공책은 아이들에게는 보물상자였다. 아이들은 저마다의 글을 담아가는데 나는 그 글들을 못 보겠다 싶어서 얼른 꾀를 내었다.
아이들을 구슬리고 설득해서 귀한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었고 벌써 엮은 책이 두 권이 되었다.
책을 만드는 일은 참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재밌고 가치 있는 일이다.
이번 책은 편집부원을 선정해서 수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는데 자신의 원고뿐 아니라 친구들의 원고를 읽고 다듬는 일을 하며 성장하는 아이들이 보였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누어지는데 [자연을 사랑하는 우리들 이야기], [즐거웠던 우리들의 추억 이야기], [소중한 우리들의 꿈 이야기]로 정했다.
환경프로젝트를 많이 한 환경사랑반답게 나무와 꽃을 관찰하고 시를 쓰기도 하고, 텃밭에서 오이와 콜라비를 수확한 이야기 하며 멸종동물이야기와 캠페인활동에 관한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우리들의 추억에는 일 년 동안 싸우기도, 울기도, 재미있기도 한 다양한 학교 생활 이야기를 담았고, 마지막은 열세 살 아이들의 꿈과 진로를 향한 진지한 고민을 담았다.
그리고 나는 책의 서문을 썼고, 아이들이 보물처럼 글을 쓰듯 역시 브런치를 통해 우리 반 생활에 관한 단상을 기록했고, 이렇게 마지막에 도달했다.
선명한 기억보다 흐릿한 기록이 훨씬 힘이 세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쓴 글과 브런치에 담긴 내 글들을 보니 한 해를 잘 살았다 싶다.
길고 긴 인생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인연이지만 한 해 동안 우리는 서로의 영혼에 흔적을 남긴다.
나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은 나에게,
조금이나마 그 영혼에 따뜻한 온기를 내어 준 시간이었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그리고 그 따뜻함은 책과 글에 담겨 언제든 펼쳐볼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작년 겨울 10년 전 제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힘든 고3 생활을 끝낸 녀석은 원하던 학교에 합격을 하고 그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한없이 기뻤던 일은 겨우 초등학교 2학년 9살 때 만난 꼬꼬마 녀석이 나를 만나고 교사의 꿈을 단단하게 키웠다는 것과 그리고 이제는 제자가 아니라 후배로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뿌린 작은 씨앗이 또 어디에 떨어져서 작고 소중한 꽃을 피울지 모르니 계속 글을 써야겠다는 다짐과 이번에 만날 우리 반은 부디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조금 더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 글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