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토
삶의 모토가 있으신가요?
저에겐 인생을 살아가는데 지표로 삼는 세 가지 구절이 있습니다.
첫째, 만사분이정(萬事分已定)이어늘 부생(浮生)이 공자망(空自忙)이라
명심보감 순명 편에 나오는 구절로써, '세상 모든 일이 이미 정해져 있는데, 덧없는 인생이 공연히 스스로 바쁘다'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세상 일어나는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고,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일단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의입니다. 어차피 일어나야 할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 치 앞도 모르고 종종거리며 조바심내고 불안해하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일이 일어나든 걱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아등바등하고 걱정할 시간에 차라리 마음을 정갈히 하고, 흐름에 몸을 맡기면 오히려 순탄히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만 보면 상황은 전혀 혼란하거나 뒤숭숭하지 않은데 마음은 시끌시끌 번민에 복잡할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돼야 합니다. 세상이나 나를 둘러싼 환경이 아무리 시끄러워도 내면의 평화를 유지하고 차분히 마음을 닦는다면 어떤 상황이 오든지 휘둘리지 않고 나만의 길을 우직하게 걸어갈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구절의 '부생(浮生)', 즉 부질없는 인생이란 표현은 태조 왕건 유언에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그리 천하를 호령했던 사람이 죽을 때는 인생을 '덧없고 부질없다'고 느낀 겁니다. 모든 부귀영화도 세상을 떠날 때는 아무 의미가 없으니까요. 사람의 생명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주변에서만 봐도 갑자기 돌연사하는 경우도 많구요. 이렇듯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늘 행동하죠. 오지 않은 일을 생각하고 고민하느라 현재의 소중함을 망각합니다. 현재에는 미래를 생각하고, 미래에는 또 그다음 미래를 생각하며 사느라 정작 현재는 없는 거죠. 미래라는 뿌연 환상 속에 갇혀 사는 셈입니다.
낑낑대고 굉장히 사소한 것에 목숨 걸며 사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 이 구절을 되새겨 봅니다. 어차피 영원히 사는 것도 아니고 한순간에 사라질 인생 뭐 그리 아등바등하며 살 필요가 있나 싶어서요.
단지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둘째,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
류시화 시인님의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어떤 상황이든 '좋은지 나쁜지 누가 아는가'라는 말을 대입하면 마법처럼 들떴던 마음이 가라앉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이 말을 되새기면 자만심에 경거망동하지 않게 되고, 나쁜 일이 있을 때 이 말을 되뇌면 생각보다 충격이 크지 않습니다. 인생을 살아갈수록 이 말이 참 현명한 구절이구나 느껴지더군요. 특히 안 좋은 일이라고 느꼈던 것들이 실제로 지나 보니 그리 나쁜 일만이 아닌 오히려 더 좋은 일로 탈바꿈했을 때, 말이 지닌 위력을 실감합니다.
바로 얼마 전에도 느꼈던 일입니다. 직장에서 '늦은 저녁' 주말 비상근무가 걸려서 모두가 동정했지만, 저는 이 구절을 되뇌며 마인드 컨트롤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 그날 비상근무만 취소가 되었죠. 취소되었던 이유는 '늦은 저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일이 일어나는 그 순간에는 그 일이 진정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판가름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일의 좋고 나쁨에 대한 선입견을 지우고 그 상황 자체를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게 좋습니다. 어떤 일이든 그리 좋은 일만도, 마냥 나쁜 일만도 아님을 알게 되면 내 마음을 다스리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셋째, 지금, 여기, 깨어 감사하기
에크하르트 톨레의 명상서적을 좋아합니다.
그의 책 중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와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를 특히 좋아하는데요.
그가 반복해서 하는 말은 이렇습니다. '지금, 여기 깨어있어라.' 오로지 지금 존재하는 현재만이 우리에게 전부라구요.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걱정하고 지나가버린 과거를 후회하느라 헛된 시간을 보내지 말라는 겁니다.
말처럼 실천하기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 저는 잡념도 많고 걱정도 많거든요. 조금만 들여다보면 사실 99.9%는 쓸데없는 걱정과 생각들이구요. 그때 에크하르트 톨레의 말을 기억하려 노력합니다.
현재에 깨어있기 위해 톨레는 '내 생각을 하나의 관찰자로 바라보기' 등 여러 방법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제게 가장 효과가 있었던 방법은 '현재 내 호흡에 집중하기'입니다. 마음이 정상적인(?) 상태가 아닐 때는 호흡이 일정치 않아집니다. 굉장히 얕고 바튼 숨을 쉬게 되죠. 심지어 내가 지금 숨 쉬고 있다는 것조차 잊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호흡에 집중하게 되면 그래도 과거나 미래로 가 있는 내 의식을 일시적으로나마 현재로 데려올 수 있습니다.
또한 여기 더해서 저는 '감사하기'를 하나 더 붙였는데요. 예전부터 행복하게 사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완벽히 채워져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평생 행복해지기 어렵다는 거였습니다. 'OO만 하면 행복해'라고 생각하는 순간 'OO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은 불행하다'로 귀결이 되거든요. 그렇기에 현재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기로 방향을 틀었죠. 사소하고 흔한 말이지만 지키기 쉽지 않습니다. 원래 단순한 명제에 진리가 숨겨져 있는 법이구요. 지금 여기 깨어서 순간순간 감사함을 느끼기. 쉽지 않지만 해낼 수 있다면 무엇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상 제게 도움이 되는 인생의 지침과 같은 구절을 공유해드렸는데요.
혹시 독자님들도 살면서 힘이 되는 나만의 인생 문장이 있으신가요?
있다면 댓글로 공유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