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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Jun 17. 2021

나와 잘 지내고 있나요?

나와 친밀해지기

※ 해당 글은 출간 도서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중 일부로, 전체 내용은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개팅으로 만난 관계는 보통 연인이 되기 전까지 ‘썸’ 단계를 거칩니다. 사실 썸이란 ‘something’의 줄임말인 것처럼, 아직 연인이라고 규정하지 않은 애매모호한 관계입니다. 호감은 있지만,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기 전에 서로를 파악하는 단계인 거죠. 대부분 소개팅은 두세 번의 만남까지 썸을 타다가, 보통 그 이후에 연인 관계로 발전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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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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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힘내요.” 

“추우니까 따뜻이 입어요.”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요.” 


 그와의 관계가 끝난 뒤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연락이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침 기상부터 잠들 때까지 틈틈이 주고받던 메시지가 끊기자 허전했습니다. 더는 울리지 않는 알람 정적을 견뎌내기가 힘들더군요. ‘정식으로 사귄 것도 아니었고 별 사이 아니었는데 왜 이러지.’ 이런 제 모습이 낯설고 당황스러웠습니다. 사실 그를 만나기 전에도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고 있었으니까요. 왜 요즘 연애 안 하느냐는 질문에, 혼자도 나름 괜찮다고 웃으며 답하곤 했고요.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마음은, 한동안 적응이 되지 않았습니다. 괜스레 심란하고 싱숭생숭했죠. 후유증 아닌 후유증은 꽤 오래 이어졌습니다.  

 불편한 마음을 견디다 못해, 이 감정을 직면해보기로 했습니다. 거추장스러운 보기 그럴듯한 이유는 치우고, 내게 다시 물었습니다. 문제가 무엇인지 말이죠. 그리고 한참 만에 마음이 대답했습니다.  

 사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다고. 외로웠다고.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일부러 가슴을 부풀리며 괜찮은 척했다는 걸요. 나는 정말 잘 산다고, 혼자인 삶 역시 충만하다며 자신을 속였던 겁니다. 혼자서도 잘 서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 디디고 있던 땅이 바스러지기 쉬운 모래성이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알던 세상이 무너진 느낌은 정체불명의 공허함을 더 부채질했습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나는 스스로와 그리 잘 지내지 못했습니다.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혼자여도 괜찮다는 생각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한 최면 비슷한 거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덮어두고 잊고 지냈을 뿐이지 솔직한 내 마음을 알지 못했습니다.  

 오랜만에 온 설렘에 들뜨고 기분이 좋아진 스스로를 인지한 순간, 그리고 역으로 그 모든 것이 사라진 허전함을 마주했을 때, 사실 그동안 잘 지내지 못했다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 ‘외로움의 이유를 왜 상대에게서 찾았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공허함의 이유는 다름 아닌 내게 있었습니다. 내면이 불안정하고 단단하지 않으니 헛헛한 마음이 들었던 겁니다. 혼자 바로 서기가 어려우니, 상대에게 의지하려 했던 거고요. 불안한 마음을 기댈 대상이 필요했고, 텅 빈 마음을 채워줄 누군가가 절실했습니다.




 사실 상대에게 듣고 싶었던 말은, 내가 나에게 직접 해줄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오늘도 힘내자!’ 

‘추우니까 건강 챙기며 일해야지!’ 

‘나, 오늘 하루도 정말 고생 많았어!’ 


 나와 친밀해지면 상대가 내게 해주는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됩니다. 반면, 다른 사람에게 받는 게 익숙해지면, 그것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 견디기 힘들어지죠.




내가 나로서 오롯이 존재할 때, 

혼자서도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 때, 

그 때가 비로소 누군가와 함께 할 준비가 되었을 때입니다. 


당신은 지금, 

나와 잘 지내고 있나요?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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